living in a world made of paper mache
1.
깨끗한 냄새가 방안에 가득 찬다. 문을 열고 옥상에 나가보니 빛나는 세상이 펼쳐져있다. 매일 보던 풍경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지나간 여름이 머리 속에서 흔적도 없이 지워진다. 어느새 새로운 계절을 맞이한다.
휴일이란 게 큰 의미 없지만, 안 먹어도 된다는 게 괜히 마음이 편해진다. 어디를 가던, 누구를 만나던 먹는 얘기와 먹어야 하는 상황이 내겐 가장 힘든 일이다. 안 먹어도 배는 부르니까. 한 뼘쯤 넓어진 방에서 뭐할까 생각하며 아무것도 안 하고 있자니...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 버린다. 이런 것 마저도 좋은 날이다. 오늘은.
가끔씩 적어 내려가는 일상의 기록이다. 거창한 뜻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아무 의미 없는 것들이어서 가끔씩 기록한다.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지도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 이미 사라진 의미 없는 것들...
2.
역사에 대해 두 개의 의문이 생겼다. 첫 번째 질문. 기록된 것은 과연 사실(진실)일까? 지금 남겨진 과거의 글들을 남겨진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대로 믿어야 하는 것일까? 그것이 글쓴이의 상상이거나 지나친 편견일 수 있는 가능성은 없을 것일까? 확률상으로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역사는 무엇일까?
두 번째 질문. 과거는 존재하는가? 존재했었다고 말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에 역사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이미 사라진 것들. 지나가 버린 것들에 대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몇 년 전에 죽은 내 친구는 존재하는 것일까? 아닐까?
3.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다. 이 세상 0.0000000000001%(대충 적은 숫자다) 정도의 비중도 없다. 지금도 먼지 같은 존재지만, 앞으로 더 커질 이유도 없다. 그러니 내가 무엇을 하든, 나의 하루가 어떠했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지독하게 회의적이고 염세적인 생각이지만, 오히려 이런 깨달음이야말로 희망을 준다. 적어도 나에게 '큰 일'은 없다는 것. 그러니 아무런 걱정 하지 말고 그저 오늘을 지금을 살라는 것.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어차피 마찬가지니 특별히 누구를 시기할 필요도 미워할 필요도 없다는 것.
남겨진 숙제는 이거다.
옳고 그름은 무엇이며, 왜 올바른 것 정의로운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추구하거나 그런 규칙을 따라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뭐, 이런 것들....
오늘 하루가 또 사라졌다.
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 소설집
2016년 10월 10일(초판 1쇄)
2017년 4월 21일(초판 10쇄)
문학과지성사
정이현 작가는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단편 '낭만적 사랑과 사회'로 2002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다.
이 책은 소설집으로 2013년~2016년에 발표된 단편 7편을 묶은 단편 소설집이다.
예전에 '달콤한 나의 도시'라는 장편이 TV 드라마화되었다고 한다. 거의 드라마를 본 적이 없어서 그게 어떤 내용인지는 모른다.
보통 단편집의 제목으로 수록된 어떤 작품의 제목을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는 별도로 제목을 지었다(그래서 내가 두 번째 단편의 제목을 골랐다). 그 제목과 표지에 이끌려 목록에 두고 있었는데,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나니 더 이상 선택의 고민은 생기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것은 소피 젤마니의 'Soul' 앨범이었다. 그런데 그 중에 딱히 어느 한 곡을 고를 수가 없어서 고민을 했는데, Paper Mache가 생각났다. 소설들보다는 표지에 어울릴지도 모르겠지만...ㅎ
외국 소설에 비해서는 확실히 문장의 맛을 얘기할 수 있게 되어 좋다. 그러고 보면 오랫동안 소홀했던 이유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국내 장르 소설은 대체로 문장이 거칠어서 매력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고, 일반 소설은 그 무게가 무거워 좀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이제 예전의 사랑했던 작가들은 보내 드리고 새로운 젊은 작가들과 친해져 보기로 했다.
Paper Mache (By Rita Calypso): 3분 1초
작사, 작곡: Burt Bacharach, Hal David
2002년 발매된 스페인 출신의 여가수 Ana Laan의 데뷔 앨범에 2 번째로 수록된 곡이다. 이 앨범은 Ana Laan이 'Rita Calypso'라는 가명으로 발표했는데, 이후 2004년에 발매된 'Sicalyptico '까지 리타 칼립소(Rita Calypso)'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본인의 이름으로 낸 첫 솔로 앨범은 2004년에 'Orégano'라는 앨범을 발표하면서부터다. 가명은 프로젝트 밴드의 일원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어느 가사 사이트에 보면 이 곡의 가사를 리타 칼립소가 썼다고 나오는데, 그건 틀린 정보다. 원곡은 Burt Bacharach라는 미국의 (대단한 혹은 어마 무시한) 작곡가의 곡으로 1970년 디온 워익(Dionne Warwick)이 발표한 곡이다. 커버가 워낙 원곡에 충실에서 목소리의 차이 외에는 거의 같다. 위키에 의하면 Burt Bacharach는 작사가 Hal David과 함께 활동했다고 하니 혹시 이 곡의 가사도 Hal David이 썼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자료를 찾아보니 맞았다.
예전에 어느 아파트의 광고(이영애가 모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의 배경 음악으로 사용된 적이 있었는데, 가사를 곰곰이 따져 보면 약간 디스 하는 뉘앙스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사례들이 종종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한항공의 'Welcome to my world'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