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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Nov 25. 2017

always be a soldie of fortune

내 안에 부는 바람

새로운 관점에 눈을 떠 다시 한국 문학으로 돌아오니 문득 예전의 작가들이 생각나서 다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윤대녕은 한 세대 위의 작가라고 할 수 있지만, 그의 작품들을 분명 내 젊음의 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다시 읽는 데, 역시 내 안에 바람을 일으키는 글들이 많아서 울컥했다.

"그걸 이제 알았냐? 어떻게든 기어 나와서 사람들하고 부대끼며 살아야지.
뭐가 잘났다고 처박혀서 염불들이나 외고 있어.
생각이 없어 나잇살이나 먹어가지고 저러고들 사는 줄 알아?
너희 둘 다 병신 같은 것들이야."
"상대한테 자신 없어하는 게 한편 사랑 아닌감?
자신만만한 게 어디 사랑이냐? 그냥 뼉다구 폼이지."
이제야 알 듯합니다.
사람이 혼자 오래 있을 수 있다는 것은 강해서가 아니라
독해서일 거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혼자 있으면서 자꾸 독해진다는 거.
그래서 가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그것밖에는 줄 게 없다는 거.
 이처럼 무섭고 슬픈 일이 또 어딨습니까. (상춘곡)
"어 저기 내 귀가 지나가네."
그 말에 언뜻 놀라 화단을 쏘아보니 바람 한 자락이
슬쩍 화단 머리를 핥고 지나가고 있었다.
"나원 참, 꽃들이 위가 멍멍해."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의 이 기묘한 화답은 조금 더 계속됐다.
"신발 신고 가우?"
"맨발에 짚신을 머리에 였는걸."
"고봐요. 큰애 낳고 안 사준 신발이니 여태 맨발이지.
요새 누가 짚신 신어요. 그냥 들고 다니다 팔 떨어져서 머리에 였지."
"그럼 당신도 방금 저기 지나갔나?"
"내가 먼저 갔더이다."
"하면 어디 좋은 데로 갔나?"
"조금 더 여기 등 뒤에 누워 있다오."(빛의 걸음걸이)
그녀의 말대로 상자를 열어보지 말고
그대로 놓아두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런 기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이토록 누추한 삶을 버텨내고 있는지도 몰랐다.
이제 그것마저 사라지고 나면 메마른 분화구처럼 마음이 삭막해질 터이었다.
(찔레꽃 기념관)

몇 가지 재미있는 발견은 소설에 등장하는 중년의 나이는 대부분 삼십 대 후반이다. 서른만 넘어도 뭔가 삶이 달라지는 그런 묘사가 많다. 90년대만 해도 30대 중반, 마흔은 세상 다 산 나이였던 것이다. '서른 즈음에...'는 단순히 서른을 말하는 노래가 아니다. 


그리고 술자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 종종 등장하는 데, 돌이켜 보면 실제 그랬었다. 어느 정도 술이 돌고 적당히 혹은 지나치게 취하고 나면 하나둘씩 돌아가면서 노래를 부르곤 했던... 그런 거 보면 지난 세월만큼 세상은 많이 변했다. 사람들도 변했고..... 혼자서 조용히 노래를 불러 본다.


I guess I'll always be a soldier of fortune...


반달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011)

윤대녕 지음

초판 인쇄 2014년 1월 6일

초판 발행 2014년 1월 15일

문학동네

윤대녕은 1962년생으로 198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원'이, 1990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단편소설 '어머니의 숲'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다. 2000년대에도 많은 상을 두루 받으며 예술적 기품과 장인의 엄격함을 더해가는 작품세계를 보여주었다. (책에 있는 작가 소개 요약 편집)

윤대녕은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이성이나 의지가 아니라 생물학적 본능임을 보여주는 생리적 플롯의 글쓰기를 통해 1980년대와 전혀 다른 새로운 소설의 출현을 알렸다. 시에 가까운 미학적인 문체로 존재의 시원을 탐구하면서 1990년대 소설의 징표가 되었으며, 단편소설의 정수를 담은 작품들을 발표하여 평단과 독자들로부터 꾸준한 지지를 받고 있다. (역시 책에 있는 작가 소개를 그대로 실었다.)

평론이나 평가는 나와는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조금만 별러 내면 그래도 도움이 되는 것들은 약간 건져 올릴 수 있다. 내게는 늘 깊은 동질감을 주었는데, 요즘에 다시 읽으니 어느덧 회상이 되어 버렸다. 다만 조금 달라진 것은 이제는 '나' 이외의 것들도 어느 정도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Stormbringer Album Cover(Deep Purple. 1974)

Soldier of Furtune (by Deep Purple): 3분 13초

작사/작곡: David Coverdale, Ritchie Blackmore

1974년에 발매된 딥 퍼플(Deep Purple)의 9 번째 스튜디오 앨범 'Stormbringer'에 9 번째(마지막) 트랙이다.

이 곡은 싱글로 발매된 적이 없고, 당연히 싱글 차트 등에 오른 적도 없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대중적인 인기를 받고 있다. 특히 '한국인이 사랑하는 팝송' 같은 류의 컴필레이션에 자주 등장하며 방송에서 인기투표를 할 때도 제법 높은 순위를 기록한다.

데이비드 커버데일(David Coverdale)이 보컬로 참여한 두 번째 앨범인데, 딥 퍼플의 간판 보컬로는 이언 길런(Ian Gillan)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데이비드 커버데일은 후에 '화이트스네이크(Whitesnake))'라는 밴드를 결성하여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다만 최근의 목소리를 들어 보니... 세월의 무삼함이 새삼 느껴진다. 뭐, 1951년생이니... 이제 좀 쉴 때도 된 것 같은데...

앨범 역시도 딥 퍼플의 디스코그라피에서 약간 이질적인 사운드를 들려주는 데, 간단히 말하면 하드록이 아니라는 것. 이다음 앨범에는 리치 블랙모어(Ritchie Blackmore, 리드 기타리스트)가 팀을 떠나고 타미 볼린(Tomy Bolin)이 기타를 맡게 되는데... 요약하면 오리지널 딥 퍼플의 말기 앨범이라는 어수선한 분위기를 담고 있다. 따라서 전성기의 앨범들 보다는 평가가 박한 앨범이다. (앨범이지만, 거의 Soldier of fortune 싱글처럼 취급되고 있을지도..)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곡이긴 하지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가사와 곡의 분위기를 점점 더 잘 이해하게 되는, 오래된 친구 같은 곡이다.

https://youtu.be/0U8lCzGAv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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