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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Oct 23. 2017

And when I die

There'll be one child born

1.

가끔씩 책에도 계급을 매기는 사람들이 있다. '책 좀 읽으랬더니, 만화책이나 읽고 앉았네...' 하는 말. 이런 비슷한 경우는 다양한 형태로 꽤 많이 존재한다. 이와 비슷한 경우일지도 모르겠는데, 나의 경우는 책과 배움을 동일시하는 생각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책은 그저 매체일 뿐이다. 콘텐츠에 따라 기록도 될 수 있고, 교재도 될 수 있고, 오락도 되고, 휴식도 되고 때로는 뭐 라면 받침대로도 쓰고, 잠잘 때 활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책은 매체일 뿐이다. 그렇게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2.

창작물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작가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내가 받은 어떤 느낌이나 이해하게 된 일종의 구조? 이런 것들이 과연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절반 정도는 그 모든 것을 작가가 정교하게 의도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작가는 대체로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서로 엮이면서 무언가 새로운 것들이 나타나게 되고... 아마도 우리 사는 일이 그러지 않을까 싶다. 길에 떨어진 은행나무 열매를 피해 다니건 혹은 무심하게 밟으며 다니건 그 자체로 어떤 뜻이 있는 건 아지만 밟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 뒤에는 그걸 줍는 사람이 따라가게 마련이다. 이러면 뭔가 관계가 생기고 이런 관계 속에서 이야기(상호작용)가 만들어지는 것이니까.


3.

(내가 지금까지 읽어 온) 일본 소설은 대체로 장르물에 집중했다. 워낙 많이 다양하게 나오고 또 재미있고, 서양의 장르물보다는 가벼운 편이라서 좀 더 친근하게 느껴왔다. 내 나름대로 미야베 미유키의 의의를 정리한다면 '따뜻한 시선'이라고 할 만큼 정서가 많이 다르지 않다.


4.

(한국의)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를 다 읽고 나서 편안한 마음으로 고른 것이 '츠바키 문구점'이다. 일단 앞의 시리즈와 동일한 사이즈에 동일한 현태의 제본이라서... (ㅎㅎ 때론 매체의 형식도 중요하다.) 처음 읽게 된 작가 여서, 나름대로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나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과 같은 분위기 이기를 바랐다. 생각보다 훨씬 밝고 달콤했다. 그동안 두꺼운 육질의 고기만 씹다가, 그야말로 푸딩을 입안에 넣고 즐기는 그런 기분.... 이렇게 마무리하면 한동안 소설류는 안 봐도 될 것 같은 기분이다.


5.

일상생활이라고 해야 할까? 일본 사람들의 풍습이 제법 친절하게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흥미로왔다. 뭐랄까 일상을 일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았고, 그런 면에서 전통 세시풍속 같은 것이 해보면 괜찮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문제는 그런 것들이 지나치게 종교 중심적이어서 여전히 꺼려지긴 하지만) 여름에서 봄까지 이어지는 1년의 일상생활이 파스텔 톤 가득하게 그려져 있어서 매력적이었다. 살짝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거부감이 들기도 했지만...


6.

책을 다 읽고 한 시간 정도 앉아 있는데, 동그라미 하나가 그려진다. 공... 윤회. 동그라미에 대입해 보니 '츠바키 문구점'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할머니의 업을 이어받은 주인공이 할머니와 다시 이어지게 되는 이야기. 그러고 보니 맨 처음 쓰는 편지도 조문 편지였다. 작품에 등장하는 편지는 조문, 이혼, 이별... 그리고 만남 등 어쩌면 '일상'이라고 할만한 일들이다. 계절로 구분된 4개 장 역시 그런 의미가 아닐까? 그리고 진짜 일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옆 집의 아주머니도 마지막에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장면이 나온다. 


요약하면 이 작품은 '죽음을 일상의 수준으로 받아들이는'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무섭고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살아가다 때가 되면 만나게 되는 그런 것. 어느 날 오늘 해야 할 일들 중에 하나가 되는 것. 내가 할 일을 누군가에게 물려주는 것. 


7.

'And when I die'는 며칠 전부터 찾아서 듣고 있었던 곡이다. 다른 자료들을 찾아보다가 발견하게 되어 흥미 있게 듣고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츠바키 문구점'과 연결되었다. 가사와 곡의 분위기가 이 작품과 너무나 완벽하게 연결된다. 내 머리 속에 나만의 뮤직 비디오 하나가 완성되었다. 


츠바키 문구점

아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2017년 9월 15일 (초판 1쇄)

예담(위즈덤하우스 미디어그룹)

소설을 '서민들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 새로운 것들을 얻게 되었는데, 외국 소설을 보면서 그 나라 사람들의 생활, 문화를 좀 더 잘 인지하게 되었다.

예전에 한창 일본 소설을 읽을 때와 전반적인 느낌은 비슷하다. 달달한 디저트 같은 느낌. 이는 장르 소설에서도 마찬가지다.(최근에 읽은 우리 소설들과 비교해보면 역시 디테일하고 말랑말랑한 면이 금방 느껴진다.)

그러나 이에 더해 세세한 생활의 이면을 들여다본다는 기분이 드니까 새로운 느낌으로 접할 수 있었다.

전체적인 구성이 여름에서 봄까지 이어지는 1년 4계절로 구성되어 있고,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가 돌아가신 할머니와 다시 만나게 되는 그런 구조이고, 여기에 다양한 종류의 '죽음'이 등장한다. 그래서 불교의 윤회와 같은 그런 전체적인 구조를 만들어 낸 것을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등장하는 죽음 역시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슬프게 느껴지기보다는 편안하고 따뜻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서 좋았다.(물론 조금씩 눈물은 흘리고 말았지만...)

사실 몇 달 전에 다른 책을 하나 집어 놓은 것이 있는데, 아직 그 책은 구경도 못하고... 비슷한 제목과 내용의 이 책을 아무 생각 없이 고르게 되었다.

'가게'라는 것에 대해서 예전 김영하의 여행자 도쿄 편에서 본 글과 함께 이 소설과 비슷하게 가게를 배경으로 하는 많은 일본 소설들이 생각났다. 식당은 물론이고 서점이나 여관 등등... 이 부분에 뭔가 우리와는 다른 철학과 정서가 있지 않나 싶다. 사실 최근에 내가 소설을 쓴다면 이런 공간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 모음집을 쓸 수 있겠다 싶었는데... 역시나,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는가 보다... 

이 작품은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올해 4월부터 방송되었다고 하는데, 아직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별 관심 없었는데, 캐스팅된 배우들의 사진을 보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머리 속에 그렸던 등장인물과 너무 닮았다. 이런 경우 작가의 캐릭터 설정 능력이 뛰어나다는 뜻이겠지.


And when I die (by Laura Nyro): 2분 38초

작사/작곡: Laura Nyro

1967년 발매된 Laura Nyro의 데뷔 스튜디오 앨범 'More Than A New Doscovery'에 세 번째로 수록된 곡이다. 이 앨범은 후에 여러 번 재발매되었는데, 1969년에 'Laura Nyro'라는 제목으로 재발매되었고, 다시 1976년에 'The First Songs'라는 타이틀로 재발매되었다. 각각의 재발매 앨범은 곡 순서 라던가 표지 등을 바꾸었다. 그리고 2008년에는 오리지널 앨범이 리마스터링 되어 발매되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앨범에서 3곡이 싱글로 발매되었는데, 그다지 성공적이진 못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이 앨범의 4곡이 다른 가수들에 의해 커버되어 싱글 차트 1위와 2위, 6위, 21위에 올랐다. 상대적으로 Laura Nyro는 당시 신인인었고, 다른 가수들은 당대의 인기 가수들이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좋은 앨범이란 얘기다. 물론 들어 보면 그녀의 리코딩도 좋다. (더 좋다고 얘기해도 괜찮다)

그중에서 이 곡 'And when I die'는 1966년에 'Peter, Paul and Mary'과 가장 먼저 발표했다. 5천 달러를 주었다고 하니 이 곡의 오리지널은 'Peter, Paul and Mary'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곡의 가장 유명한 버전은 'Blood Sweat and Tears'의 1968년의 셀프 타이틀 앨범에 실린 버전으로 빌보드 차트 2위까지 올랐다. 결국 승자는 'BS&T'?! (하지만 나는 Laura Nyro의 목소리가 좋다.)

세 가지 버전이 편곡이 많이 다른 것은 아니지만 묘한 장르적인 차이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어떤 버전을 들어도 곡이 갖고 있는 느낌은 크게 다르지 않다.

Laura Nyro는 뉴욕에 기반을 둔 뮤지션으로 팜, 재즈, 록앤롤, 소울, R&B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곡을 발표했는데, 초창기에는 작곡가로서 당대 유명 뮤지션들에게 곡을 주었고, 뮤지션으로는 1968년과 1969년에 발표한 두 번째와 세 번째 앨범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음악을 들어 보면 한 시대를 앞서 갔다는 생각이 금방 들고, 당대에도 그렇게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뮤지션들이 그녀의 곡을 받으려고 했는지도 모르고. 목소리는 미성인데, 오히려 처음에는 재즈보다는 스탠더드 팝이나 포트와 더 잘 어울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시대에 약간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다 생각해 본다.

Laura Nyro는 1997년 49세의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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