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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Mar 08. 2018

도플갱어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

But can you  save me?

요즘에 한 가지 신기한 현상은 처음 만나는 사람인데도 묘한 기시감이 든다. 그리고 많은 경우는 과거에 알던 누군가를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의 경우는 더 심해서 길가다가 보는 외국인을 내가 아는 사람인 줄 알고 아는 척할 뻔한 적도 있다. 아무리 봐도 똑같이 생겼는데... 서양인들이 한국 사람과 일본 사람, 중국 사람 얼굴을 구분 못한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사람의 얼굴은 다 다르다곤 하지만, 예를 들어 강아지 얼굴도 다 다를 텐데,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구분하기 어려운 것처럼, 사람 이외의 존재가 보기에는 사람도 다 비슷하지 않을까? 도플 갱어라는 것은 미신이 아니라 실제로 벌어질 수 있는 현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 대한 판단에 비해, 나와 닮았다는 생각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큼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른 누군가에게 물어보면 분명히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을 본 적이 있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외국인 친구에게 물어보면 그 확률은 더 올라갈 것이다.


그렇다면 외모가 아닌 마음은 어떨까? 생각하는 방식, 세상을 보는 방식, 살아가는 방식 또는 감정과 감각까지 닮은 사람을 만나는 일... 겉모습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판단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눈으로 보이는 것도 아니니 실제 비교할 방법도 없고... 그냥 느끼고 판단할 수밖에 없으니 훨씬 불확실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그런 경험을 했다. 어떤 이의 글을 읽으며 마치 내가 쓴 글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 이건 '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어쩌면 오직 글을 통해서만 접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느 순간 예민해지는 내 감각은 어딘가에 있을 또 다른 나를 분명하게 느꼈다. 재미있는 것은 진짜 반가운 감정보다는 묘한 두려움 같은 감정이 더 컸다는 것이다. 도플갱어를 만나면 죽게 된다는 그 미신은 그런 감정에서 연유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만약 먼저 만난 후에 글을 읽어도 그런 느낌이 들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눈으로 보는 순간 뇌는 이미 아니라고 판단해 버릴 테니까. 


우리들이 타인을 대하는 태도는 그런 것 아닐까? 이미 타인이라고 나와는 다르다고 규정해 버리고 나서 같은 점을 무엇일까, 닮은 점은 무엇일까 찾는다. 쉽게 않다. 둘 사이에 이미 장벽이 하나 서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런 전제를 없애고 대한다면 어떨까? 나 자신을 들여다보듯이 바라보고 대하면 서로 닮은 점을 더 쉽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이해하기보다는 느끼게 될 것이다. 그걸 공감이라 부른다.


If you could save me 
From the ranks of the freaks 
Who suspect they could never love anyone
('Save me'의 가사 중, Aimee Mann)

Magnolia Soundtrack Album Cover (Aimee Mann, 1999)

Save me (by Aimee Mann): 4분 35초

작사/작곡: Aimee Mann

폴 토마스 앤더슨(Paul Thomas Anderson) 감독의 영화 '매그놀리아(Magnolia. 1999)' 사운드 트랙의 수록곡. 사운드트랙 중에서 유일하게 싱글로 발매된 곡이다.

감독은 에이미 만의 음악에서 영화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런 만큼 Aimee Mann의 노래들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영화를 위해 새로 만들어진 건 2곡인데, 그중 하나가 이 곡 'Save me'이고 이 곡은 후에 아카데미 영화상에 'Best Original Song' 후보에 오르지만 수상은 하지 못했다.

이 곡과 함께 'Wise Up'도 인기가 많은 곡인데, 늘 이 두 곡은 같이 듣게 된다. 듣다 보면 한 곡인 것처럼 들린다.

에이미 만은 '천재 작사가(Lyric Genius 맞는 해석일까?)'로 불리는 미국의 싱어송라이터다. 포트, 록, 팝 등 장르 구분 없이 그녀만의 음악 세계가 있다. 어느 미디어에서는 살아있는 전설로도 손꼽히는 뮤지션이다.

그동안 상업적인 성공도 애매하고, 수상 경력도 애매해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일단 올해 그래미 시상식에서 ' Bet Folk Album' 상을 받아서 어느 정도 그런 염려는 없어졌다고 봐도 될 듯하다. 내가 가장 아끼는 2017년의 앨범이기도 하다.

솔로 활동 전에는 '틸 튜즈데이('Till Tuesday)'라는 뉴 웨이브 밴드에서 보컬과 기타를 담당했었다. 그녀에게 장르 구분은 정말 의미 없다.

배우 숀 펜(Sean Penn)의 형수다.

적응하기 쉽지 않은 편이다. 처음에는 약간 코멩멩이 같은 목소리도 마음에 안 들었고, 포크든 록이든 안 맞는 못을 입은 것처럼 잘 안 들려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초기 장벽을 넘어가면 오래 사귄 친구처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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