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ke Mar 06. 2016

Three little bird

작은 것은 아름답지만, 힘이 없다.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E.F. 슈마허(Ernst Friedrich "Fritz" Schumacher)의 '굿 워크'라는 책이다. 그의 대표적인 강연 원고를 묶은 책이다. 이것을 읽은 해가 2011년이었을 것이다. 당시에 글로벌 네트워크 회사의 서울 사무실을 책임지고 있었을 때다.


엄밀히 말하면 '경영'을 해야 했었지만, 그때까지 그것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또 그것이 나의 일이라 생각해 본 적도 없었기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어떻게 일하면 행복할까? 가 관심사였다. 회사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의 표정은 늘 닫혀 있었다. 오후 6시가 되면 관심사는 나가는 것에 있었지, 맡은 책임에 대해서는 뒷전이었다.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일'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일하는 시간이 행복하지 않다면 무려 절반에 가까운 나의 시간을 불행하게 보낼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불행하게도 난 내 일에 대해서, 내가 일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불행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잘 안될 때도 있었지만,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었다.


과연 '일(노동)'이란 무엇이어야 할까... 그게 대한 대답을 이 책 안에서 얻을 수 있었다. 그때까지 내가 생각했던 이야기들이 있었다. 뭐랄까... 내가 고민해서 풀었던 시험지를 채점하는 기분? 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동그라미를 쳐나가고, 비어있는 부분은 채워 넣으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그래서 나도 이렇게 해야 되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제목의 책도 있다.-아마도 슈마허의 가장 유명한 저서일 것)가 슈마허 철학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나 또한 이에 대한 철석 같은 믿음이 있다. 그 믿음을 근간으로 지금까지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지금 '작은 것'들은 위기다. 여전히 아름답기는 하지만, '작은 것은 또한 약하다'는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연결인데... 기술이 말하는 연결만큼, 사람들의 연결은 단단하지 않거나.... 군데군데 뚫기 힘든 벽이 존재한다.


그래도 나는 믿는다. 결국은 '작은 것이 이긴다'는 것을. 나도 그 안에 있고 싶지만, 그건 잘 모르겠다. 이제 더 이상 미래를 약속하지는 않기로 했으니까. 밥 말리의 위로를 들으면서 또 하루를 쌓는다.


노동을 하지 않으면 삶은 부패한다. 그러나 영혼 없는 노동을 하면 삶은 질식되어 죽어간다. - 알베르 까뮈 (굿 워크, E.F. 슈마허, 중에서)

* 굿 워크 (Good Work)

* E.F. 슈마허(Schumacher) 지음, 박혜영 옮김

* 느린 걸음 (2011년 10월)

* 정확한 날짜를 찾기 위해 알라딘의 블로그를 뒤졌다. (지금은 거의 버려진 상태라서...) 2011년 11월 16일에 포스팅을 했다. 책이 나온 게 10월이니까, 거의 책이 나오자마자 사서 읽은 셈이다. '일 한다는 것...' 이란 제목으로 후기를 남겼다.

* 강연 모음이라 '지음'이라고 하긴 좀 어색한 듯하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번역이 참 잘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번역자 분께 감사드린다.

* 슈마허의 강연을 볼 수는 없지만, 버니 샌더스....라고 미국 민주당 대통력 후보 경선 중인 상원의원의 연설과 비슷한 분위기 아닐까라고 짐작하게 된다. 

*  슈마허는 영국의 경제학자이다. 사회주의 경제학자라고 한국에서는 거의 금지된 인물이었다고 하는데...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충분히 수긍한다.

* 1973년에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책을 썼는데, The Times Literary Supplemen라고 런던의 주간 책 리뷰 매체에서는 1995년에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100권이 책 중 하나로 선정한 바 있다고 한다.  나는 그 책은 별도로 읽지 않았는데... 이 책만으로도 충분했다고 생각했는지...ㅎㅎ


*Three little birds (by Bob Marley & The Wailers): 3분 1초

*작사/작곡: 밥 말리(Bob Marley)

*1980년 9월 12일 발매(싱글)

*1977년 밥 말리 앤 더 웨일러스의 9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Exodus'의 4번째 트랙이고, 후에 1980년 싱글로 발매가 되었다.

*이 밴드의 가장 성공한 곡 중의 하나라고 기록되지만, 앨범에서는 이 곡의 다음 곡이 'One Love'여서... 왠지 이 곡이 손해를 많이 보는 기분이다. ^^;;

* 진짜 세 마리의 새를 보고 영감을 받아 곡을 썼다는 설과 같이 음악 활동을 했던 여성 그룹(I Three)을 위해 곡을 썼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둘 다 아닌 것 같다. ㅋㅋㅋ

* 2013년에 코니 탈보트(Connie Talbot)가 커버했는데, 이 곡이 주는 느낌을 매우 잘 살렸다. 밥 말리의 원곡에서도 따뜻한 기운을 받을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선셋 파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