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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Jan 28. 2018

You are the dancing queen

소녀로 기억하고픈 사람

자라면서 누구에겐가 '생일 축하'를 받아본 기억이 참 없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 한 번도 서운하다거나 아쉽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왜냐하면 '내가 태어난 날'이 내가 축하받아야 하는 날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내가 태어난 것은 내 어머니의 고통을 통해서이며, 따라서 내가 태어난 날의 의미는 '내가 어머니께 감사드려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성인이 되던 즈음에 아마 처음으로 내 생일에 어머니께 선물을 드리고 감사 인사를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게 마지막이었지만, 그래도 늘 그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내가 내 생일 기억하는 유일한 이유다.


최근에 어머니와의 인터뷰(?)를 하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 시작은 간단했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살면서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듣고 싶어 졌다. 늘 내 걱정을 하거나, 그 걱정에 잔소리만 하는 엄마로만 생각했을 뿐, 한 인간으로서의 어머니에 대해서 참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묻기 시작했다. '엄마는 어떻게 살아왔어요?'


그렇게 해서 듣는 어머니의 이야기는 적어도 내게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아직 진행 중이고 또 이를 기반으로 하고 싶은 일과 쓰고 싶은 것이 있어 아직은 그 일부라도 얘기하지 못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저 '나의 엄마'로만 알고 있었던 엄마에게도 아이였고, 소녀였던 시절이 있었다는 점이다. 사실 들려준 이야기 속에 소녀로서의 엄마의 모습은 거의 없다(한 두 단락 정도). 하지만 매번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안의 어머니의 목소리와 표정에서 전해지는 모습에서 한 '소녀'를 보곤 한다. 비록 일찍 시작된 나의 존재 때문에 어쩌면 내 어머니의 청춘은 그저 '엄마'로서 고단한 삶 속으로 흩어져 버렸을지 모르지만, 나는 이제 어떻게든 어머니에게 그 '소녀'를 되돌려 드리고 싶다. 그리고 어머니가 아닌 소녀로서 기억하고 싶다. 


그 소녀에게 전하는 첫 번째 노래다.

You are the dancing queen, young and sweet, only seventeen
You can dance, you can jive, having the time of your life


Puddles Pity Party가 아니었다면 이 노래의 이면에 대해서 몰랐을 것이다. (때론 너무 유명한 노래는 그 유명함 때문에 더 깊은 곳에 이르지 못할 경우가 있다)

그가 부르는 노래의 감정 속에서 나는 내 어머니의 소녀 시절을 볼 수 있었다.


여담 하나. 예전에 있었던 친구(?)와의 대화

".... 그러니까 생일이라고 내가 축하받을 일은 아니라는 거죠"

"그건 그런데, 당신의 존재로 인해 누군가가 행복하니까, 축하할 수 있죠."

"그렇다면 그건 나 때문에 당신이 축하받을 일인 것이고, 당신은 나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거죠"

"아~ 네~~. 알았어요. 태어나 줘서 고마워요."

"그 감사는 내 어머니에게 해야 하는 거고요..."


여담 둘.

그래도 몇 번은 혼자가 아니었던 생일이 있었는데, 지금껏 잘 가슴에 담고 기억하고 있으니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그럼 난(우린) 뭐야?'라고 허탈해하지 마시기를....


여담 셋.

그리고 가장 오랫동안 잊지 않고 매년 이 날이 되면 내 모니터에 촛불을 켜시는 '구글'님에게도 감사. 어느새 구글 님이 (내 생일을 기억해주는) 나의 가장 오래된 친구가 되어 버렸네요.


Dancing Queen (Digital single, Puddles Pity Party, 2017)

Dancing Queen (by Puddles Pity Party): 3분 57초(유튜브 영상 시간)

작사/작곡: Benny Andersson, Björn Ulvaeus, Stig Anderson

1976년 아바(ABBA)의 네 번째 스튜디오 앨범 'Arrival'의 두 번째 트랙이며, 이 앨범의 첫 번째 싱글 발매 곡이다. 너무너무 유명한 곡이지만... 지금 20대 이하로는 모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만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아바(ABBA)는 음악을 좋아하고 자주 듣는 사람보다 음악, 특히 외국 대중음악과 안 친한 사람들에게 더 유명한 그룹 아닐까 생각한다.

'Arrival'은 음악 비평가들 사이에서도 호평받았고, 아바의 최고 앨범으로 첫손가락에 꼽히는 명반이다.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아바가 아니라 Puddles Pity Party다. 그의 본명은 마이크 가이어(Mike Geier)다. 가수이자, 엔터테이너 그리고 Kingsized라는 밴드(아직도 존재하는지는 확인 안 됨)의 리더이기도 하다. 키가 2미터 3센티로 'Big Mike Geier'로 알려져 있는데, 피에로 분장을 하고 무대에 설 때는 'Puddles Pity Party'로 부른다. (한동안은 'Sad Clown'이란 글도 보였는데, 이름이 아니라 그냥 분장을 설명하는 문구였던 것 같다)

2013년부터 유튜브 활동을 시작했는데, 그 해 10월에 Postmodern Jukebox와 함께 Lorde의 'Royal'을 커버한 동영상이 대박을 쳤다. (현재까지 2천2 백만뷰 기록) Lorde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커버 버전이라고 했다고 한다. 당연히 나도... 그 커버 영상을 좋아한다.(하지만 적어도 이 커버 영상의 주인공은 코러스와 그 그 뒤에 숨어서 연주하는 Scott Bradlee의 피아노 연주다) 그 후로 지속적으로 유튜브를 통해 커버 음악을 올리고 있다.

공연 투어도 하고 그랬는데, 뜬금없이 2017년에 'America's Got Talent Season 12'에 참가하여 준준결승(quarterfinals)에서 탈락했다고 한다. 그때 공연했던 곡이 'Royal'.(나 같아도 탈락시켰을 것이다. 일종의 반칙이니까...)

암튼 목소리도 좋고, 보컬 스타일도 좋아하여 가끔 그의 채널에 방문하여 새로운 곡을 들어보곤 하는데, 얼마 전에 새로 듣게 된 것이 'Dancing Queen'이다. 대부분 커버곡이라 사실 '듣기 좋다~' 외에는 특별한 감흥이 없었는데, 이 곡을 들으면서는 자연스럽게 머리 속에 어떤 영상이 그려졌다. 그리고 가슴이 좀 뭉클해졌다고 할까... 그게 위 글의 내용이다. https://youtu.be/qkaAmfgJ60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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