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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Feb 25. 2018

뒤끝...있어요.

I remember firelight, you remember smoke

꽤 오래된 지병이 도져서 한 3일을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 있기만 하니, 의욕이 많이 떨어졌다. 보통 아파서 입원하는 경우 책도 읽고 조용히 생각도 하고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 같은 경우는 그럴 때 오히려 아무것도 못한다. 책을 읽는 것도, 음악을 듣는 것도, 심지어 생각을 하는 것도 힘들다. 이제 거동이 가능할 정도로 통증이 줄어 드니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2년을 놀고 있으면서 이 3일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슨 경우인지....)


잠을 많이 자다 보니 꿈도 많이 꾸게 된다. 그리고 꿈속에서 지나간 많은 사람을 만났다. 작년에 어느 자리에서 '진정 사랑했던 사람이 10명쯤 된다'라고 했더니 같이 있던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던 기억이 난다(단순히 쳐다보기만 했던 건 아니었지만..) 사실 '진정'이란 단어에도 의심이 가고, '사랑했는지'에 대한 부분도 애매하긴 하다. 하지만 지금도 잊지 않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꿈속에서 만난 이들이 그들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꿈속에서는 묘하게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마치 모자이크를 한 것처럼...


그냥 궁금하다. 나는 여기 이렇게 (혹은 이 지경이 되어) 살고 있는데, 그대들은 어떻게 사는지...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어떤 경우는 얼마나 잘 사는지.. 하는 고얀 심보도 있고, 그저 여전히 잘 살고 있음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몰라서 잘못했던 것에 대해서 사과하고 싶을 때도 있고, 내 말이 맞았음을 이제서라도 확인받고 싶기도 하다. 그때는 몰랐다. 하기사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1년 또는 10년 후의 일을....


'뒤끝 없다'는 것이 좋은 의미라면 나는 나쁜 사람이다. 나는 뒤끝 있는 사람이다. 때론 억울해서 기억한다. 때론 후회가 돼서 기억하기도 하고, 미안해서 기억하기도 한다. 얼마나 일반적인 경우인지는 모르겠지만, 사건에 대한 기억은 잘 잊는 편이지만, 사람에 대한 기억은 잘 지워지지 않는다. 좋았던 것이든, 나빴던 것이든... 사람들 간의 관계에는 뒤끝이 있다. 그만큼 인연은 질기다.


Molly Drake Album Cover (2013, Molly Drake)

I remember (by Molly Drake): 3분 4초

작사/작곡: Molly Drake

2013년 발매된  'Molly Drake' 앨범의 8번째 곡. 'Molly Drake' 앨범은 1950년대에 녹음된 그녀의 연주를 담은 앨범이다. 원래는 2011년에 한정판으로 발매되었었는데, Squirrel Thing Recordings에서 정식으로 라이선스를 얻어 2013년에 다시 발매한 것이다.

닉 드레이크(Nick Drake)의 어머니로서 Nick Drake 사후 그에 대한 재발굴 작업 과정에서 Molly Drake도 재발견되었는데, Nick Drake의 음악이 그녀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Molly Drake가 시인이자 뮤지션은 것은 다 사후의 일로 살아생전에는 한 번도 시를 출판한 적이 없다. 어쩌면 직접 시를 쓰고 이를 노래했다. 그녀 노래의 가사들을 보면 금방 이해가 간다.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Vivian Maier)나, 작가 헨리 다거(Henry Darger)와 같은 케이스다. 다만 차이점은 Molly Drake에겐 가족이 있다는 것 정도.

전설이 된 뮤지션 아들 Nick Drake 외에 딸 Gabrielle Drake 역시 배우로서 성공을 했다. 이 둘의 예술적인 자산은 어느 모로 모나 Molly Drake의 유산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Molly Drake는 1993년 작고했고, 남편, 아들과 함께 Tanworth-in-Arden에 안치되어 있는데, 묘비에는 "And now we rise, and we are everywhere"라는 닉 드레이크의 글이 새겨져있다고 한다. (아마도 노래 가사일 거라 짐작하고 자료를 좀 더 찾아보니, 역시나 그의 마지막 앨범에 있는 마지막 곡 'From the Morning'의 한 구절이다.)

이 곡을 듣고 나서는 뭔가 슈베르트의 가곡을 듣는 느낌이었는데, 실제로 'Parlour music(거실 음악?)'이라는 장르가 있다고 한다. 19세기 이후 (부유한) 중산층 가정이 생겨나면서 집안에 악기도 있고 해서 거실에서 가볍게 연주하고 부를 수 있는 곡들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대부분 피아노 연주와 노래로 구성된 간단한 음악이었다고 한다. 

https://youtu.be/52eMBSRNYx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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