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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Nov 20. 2015

This ain't a love song

기억하지 못한다면 첫사랑이 아니지.

If the love that I got for you is gone
If the river I cried ain't that long
Then I'm wrong, yeah I'm wrong, this ain't a love song


나의 첫사랑은 누구였을까? 생각하면 그것만큼 모호한 것이 없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사랑하는 기준으로 보면 나의 첫사랑은 당연히 어머니다. 아쉽게도 기억에 남기 시작한 시절부터는 어머니를 사랑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간난아기였을 때는 나도 엄마를 그리워하고 찾았을 것이다.


비슷한 나이 또래의 여자를 좋아하는 것으로 기준을 바꿔보면 버스 통학 시절 매일 버스에서 보았던 여자  아이였을 수도 있다. 옆집에 살던 동갑내기  여자아이였을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처음 이성에 대한 감정을 알게 된 시기라서 그게 좋아한 것인지, 그냥 호기심이었는지 구분이 안된다. 아무래도 전자겠지.


짝사랑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고백을 해야 한다고 기준을 조정해 본다. 대학 때 동아리 동기를 좋아하고, 마음 졸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술의 힘을 빌어 힘들게 고백을 했지만 차였다. 한 번에 차인 건 아니고 아주 짧은 시간 요즘 말로 썸을 탄 적도 있다. 제법 사람들이 말하는 첫사랑 비슷한  모양새였지만, 왠지 추억 같다. 그 친구의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가 앨범에 보관되어 있다.


처음 같이 잔 친구는 어떨까? 생애 처음이었으니 한동안은 섹스에 탐닉한 것 같다. 그렇다고 아무 감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감정이 생기고, 관계에 대한 책임감이 생겼다. 오랜 기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같이 사계절 한바퀴를 돌았으니,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헤어짐도 자연스럽게 불꽃은 다 사라지고 재만 남았을 때, 그녀는 떠났다.


나를 좋아해주던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내가 받아 들이지 못했다.


그리고 한 사람. 이 노래를 같이 듣던 아이가 있었다. 그 친구가 이 노래의 가사를 친절하게 한글 번역까지 적어 주었다. 내가 기억하는 한 가장 근사한 번역문이었다. 얼마 전까지 약 15년 동안 그 종이를 보관하고 있었다. 감정의 농도로 치면 가장 짙은 색에 덮인 때였다. 무엇보다 같이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녀와의 마지막은 좀 비참했다. 내 안에서는 어느 순간부터 예감한 결말이었지만, 내가 그를 떠나 보내기가 어려웠다. 매우 질척대다가 보기 좋게 잘렸다. 가늘고 길게 가기는 싫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 결혼하고 지금에 이르렀다.


나에게 첫사랑은 어떤 것일까? 생각하면 여전히 잘 모르겠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정도? 하지만 딱히 그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왜 '첫사랑'을 구분해야 할까? 하는 의문도 든다. 습관처럼 처음을 기록하고 기념하는 버릇 때문일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의 사랑의 기억들은 내 머리 속에 잘 보관되어 있다. 그게 미안함에 기초한 것인지, 아쉬움 때문인지 혹은 책임감 때문인지... 몰라도 다들 내 삶에 중요한 사람들 이었고, 이제는 자유롭게 그들을 놓아 줄 수 있게 되었다.


노랫말에 빗대어 정리한다면, 지나간 사람들 모두가 나의 첫사랑이었음을 알았어야 하는 데, 난 너무 늦게  깨달았다. 이후에도 언젠가 내가 지난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래 내가 틀린 거지. 잊혀지는 건 사랑이 아니다.


This ain't a love song (by Bon Jovi): 5분 8초

1995년 3월 30일 발매

본 조비(Bon Jovi)의 6 번째 앨범 'These Days'의 세 번째 수록곡이지만, 가장 먼저 싱글로 발매된 곡이다.

작사/작곡: Jon Bon Jovi, Richie Sambora,Desmond Child

본 조비에 대해서 당시 헤비 메탈 계에서는 비하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너무 달콤하다는 뭐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본 조비 말고도 꽤 많은 밴드들이 비슷한 메탈 음악을 들고 나왔는데, 사운드 자체는 헤비 메탈이라고 하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이 들을 때로 떼어서 LA 메탈 혹은  글램 메탈이라고 분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본 조비는 스스로를 메탈 밴드라고 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 나는 장르에 집착하는 편은 아니다. 그저 좋은 음악이면 되지.

아이튠즈의 스마트 재생 목록에 많이 재생한 음악 25가 있는데, 이 곡은 18위다. 이 목록 자체가 이제 1년 채워가는 지라 통산으로 따지만 10위 안에는 들 것이다. 영어 노래지만 가사를 좋아하는 몇 안 되는 곡 중의 하나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 아이를 생각하느냐? 하면... 그렇다! 다만 어떤 경우는 그 사람보다 그 번역문과 그것이 적힌 종이를 생각할 때도 있다. 


I cried and I cried
There were nights that died for you baby
I tried and I tried to deny that your love drove me cra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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