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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Nov 16. 2015

옛사랑, 그 이름 아껴 불러보네

사랑이란 게 지겨울 때가 있지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사랑이란 게 지겨울 때가 있지'라는 부분에서 울컥해진다. 그랬다. 한번  지겨워지기 시작하면 내가 먼저 돌아 서곤 했다.


사랑에 실패가 있을까?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진다고 해서 그 사람이, 그 사랑이 같이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니다. 문득문득 헤어진 사람들을 떠올리곤 한다. 그리고 최소한  그때, 나는 사랑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사랑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믿는다. 사랑에 실패는 없어. 단지 지겨워질 뿐...


친구가 이혼한다고 무척이나 아파한다. 그보다 먼저 결혼에 실패한 나도 잘 사는 데 그 까짓 게 뭐라고... 하지만 그 친구에게는 사랑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가족이 중요한 거였으니까 그 아픔을 가늠할 수 없다. 그렇게 깨달았다. 사랑과 결혼은 별개인 것을... 나는 사랑만을 생각했고, 친구는 결혼만을 생각했다는 걸... 모자란 인간 둘이 술이나 마신다. 슬쩍 취한 척 하고... 또 혼자 남는다.


결혼에는 실패가 있다. 실패한 사람으로서 그것에 대해  억울해하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받아 들인다. 내가 그런 사람인 걸, 아직 욕심이 너무 많은 걸... 이젠 사랑이 너무 지겹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사랑이라고 이름 붙이지 않아도 좋은 것들이 많이 있는 데, 굳이 사랑이라고 이름 붙이고 과도한 의미 부여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저 아무 때나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고, 만나지 않아도 가끔 생각해 주고 그래도 되는 것 아닌가...


사랑한다면, 가져야 한다는 생각... 이젠 거기에서 벗어나서 좋다.


옛사랑 (by 이문세): 4분 47초

1991년 9월 17일 발매

이문세의 일곱 번째 앨범의 첫 번째 곡

작사/작곡: 이영훈

가끔씩 드는 생각이지만, 곡의 주인이라 함은 그 곡을 만든 사람이어야 하지 않나? 그러니까 이 곡은 이문세의 옛사랑이 아니라 이영훈의 옛사랑이어야 하지 않냐는 것이다. 내가 특별히 이문세를 좋아하지 않거나, 이영훈의 대단한 팬도 아니지만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감성, 목소리, 연주 등 모든 면에서 이문세가 부른 옛사랑이 가장 좋다. 무엇보다 담담하게 관조하는 듯한 감성 처리가 곡의 내용을 잘 살린다. 그 외에는 한영애가 '나는 가수다'에서 부른 버전을 좋아한다.

전체적으로 내가 감정이 과한 노래들을 잘 소화하지 못한다. 누구 말마따나 난 감정이 메마른 사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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