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것들과 사라진 것들

문화유산의 이면들....

by Roke

2주 전인가 자료 조사 차 서울 역사박물관에 들렀다가 흥미로운 전시를 만났다.

370x326 (1).jpg 시민생활사박물관 개관홍보 전시 "밤섬마을 배 목수, 이일용"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자, 하고 싶은 일이어서 계속 생각 중인 것과 같은 기획이다. 박물관에 대해서는 살짝 거리감이 있지만 '생활사'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흥미도 있고, 관심도 많다. 그래서 더 반갑고, 전시는 애틋했다. 곧 개관을 한다니 한 번은 방문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는 역시나... 세상에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도 좋아진다. 이런 것이 그저 박물관에 전시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문화가 되어서 사람들의 생활과 삶에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주부터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서울 편을 읽고 있다. 이전에도 살짝 말했다시피(모 앞으로도 계속 말할 테지만..) 나는 궁에 대해서 고깝게 보는 편이다. 권력에 의해서 남겨진 것들이란 생각에서다. 그래도 책을 읽으면서 일정 부분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부분도 많다. 우리의 문화유산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계속해서 서울과 지방 곳곳에 있는 '관공서'들도 보러 다닐 것이다.


유산(Legacy)이란 것도 결국은 남겨진 것이다. 남겨졌다는 것, 오랜 시간을 버티고 이겨냈다는 것. 과연 그것만으로 의미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어제는 서울시의 '다시 세운 프로젝트'의 2기를 알리는 발표가 있었다. 2기는 또 다른 의미가 있지만, 그전에 세운 상가를 다시 살린 것에 대해서는 복잡한 생각이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요즘 한창 논란이 많은 롯데월드 타워 역시도 시간이 지나면 지금 시대의 문화유산으로 보존해야 하는 것인지... 결국 일단 만들어 놓으면 남게 되어 있다는 생각. 그렇게 우리는 물들어 가는 것 아닐까? 지금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아도 일단 저질러 놓으면 다 업적이 되고, 유산이 된다는 생각. 그걸 과연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조선총독부 청사에 대해서 지금 다시 생각해 본다면 허물지 말았어야 한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인가?


'옛 것이 아름답다'는 말에 대해서 살짝 의심해 본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어떤 것은 오래되어서 흉물스럽다고 빨리 치워버려야 한다고 하면서 어떤 것은 오래되어서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길래 그렇게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일까? 만약에 보존해야 하는 것에 어떤 이야기가 있어서, 서사가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면, 크든 작든 그런 역사와 서사가 없는 것들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모든 물건은 다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다를 뿐이다.


레트로 트렌드니, 오래된 것에 대한 로망도 결국은 욕망 아닐까? 옛 것 그 자체가 아니라 지금에 와서 더 가질 것이 없으니 이제 과거의 것에 대한 집착. 특히나 많은 시간 동안 사라져 버려서 이제는 그 희소성이 더 커진 것들에 대한 소비 욕망이 그 실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소비(Consumerrization)라는 말이 써서 없어진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니 굉장히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또 다른 생각을 해본다. 유산... 남겨진 것들이 아니라, 사라진 것들... 사라질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 싶다고. 기존의 역사에 대한 반발로 생활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만, 결국 반(反) 역사의 최종 목적지는 남겨진 것이 아니라 사라진 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Gone To Earth Album Cover (Barclay James Harvest. 1977)

Hymn (by Barclay James Harvest): 5분 6초

작사/작곡: John Lees

1977년 발매된 Barclay James Harvest의 8번째 스튜디오 앨범의 첫 번째 수록곡. 별도의 싱글 발매는 없었다.

이 앨범은 독일에서 많은 인기가 있었고, 그중에서 이 곡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독일 사람들은 이 곡을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시즌 노래로 생각한다고 한다(제목도 한몫했을 듯).

하지만 이 곡은 진짜 종교적인 찬양과는 거리가 멀다. 마약 중독으로 죽은 뮤지션들을 추모하고 약물의 위험성을 말하는 곡이다. 그럼에도 곡 자체는 완전 찬송가스럽고, 가사에도 신과 예수가 많이 등장한다.

이 앨범 중에 다른 유명한 곡이 'Poor Man'a Moody Blues'가 있는데, 어느 평론가가 이들을 '돈 없는 무디 블루스'라고 평가한 것에 대해 만든 곡이라고 한다. 예전부터 Moody Blues의 'Nights In White Saturn'이라는 곡과 많이 헷갈렸는데, 의도적으로 비슷하게 만든 곡이라고 한다. (오마주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그레고리안(Gregorian)이라는 독일의 크로스오버 그룹이 있는데, 팝이나 록의 명곡들을 그레고리안 챈트 스타일로 커버하는 그룹이다. 이들이 이 곡을 커버한 적이 있는데, 그 버전도 좋다.

특이한 밴드의 이름에 대해서는 별 뜻 없다고 전해지는 데, 밴드 이름 만들려고 하다가 지쳐서 멤버 각자가 생각나는 단어들을 마구 적은 다음에 하나 하지 지워 나가다가 마지막에 남은 세 단어라고 한다. 제임스는 이들과 가끔 노래 부르던 사람의 이름, 하베스트는 이들의 시골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바클리는 은행 이름인데, 돈을 벌고 싶어서 남았다고 한다. 이 세계의 단어를 가장 부르기 쉬운 순서대로 배열해서 탄생한 것이 밴드의 이름이 되었다. 한 때 이름을 BJH로 바꾸려고 했었는데, 팬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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