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히어로와 대통령
시내로 나다니는 길(자하문로)이 어떤 의미의 핫 플레이스다 보니... 늘 많은 메시지 혹은 호소를 보게 된다. 매번 유심히 읽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여러 번 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내용을 알게 된다. 대체로 '대통령'에게 호소하는 것들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진상 손님이 '사장 나오라 그래'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 이면에 깔린 생각이란 게 만약 '안 되는 건 알지만 권력자가 도와주면 될 수 있어'라는 것이라면 어떤 일이든 선뜻 찬성할 수 없다.
이번 정부 들어서 자주 화제가 되는 '국민청원'도 그렇다. '대부분의 일을 청와대가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여론의 한 형태'라고 생각하면 맘 편하다. 하지만 어떤 것들은 지나치게 실무적이어서, 그 배경이 무엇일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살짝 비약하자면) 대통령이 나서서 해결해 주길 마라는 것보다 오히려 우리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 제발 당신들(공권력)은 간섭하지 말아달라고 하는 것이 더 올바른 태도가 아닐까?
슈퍼히어로 영화가 인기를 얻는 것은 분명 사회 문화적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 어떤 시절에는 '에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재미없다고 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시대에 슈퍼히어로에는 '나도 저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이 투영되어 있을 것이다. 또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면 권력 의존 현상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누군가 해결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그런 의존 성향이 슈퍼히어로를 점점 더 크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 영화에서 보이는 슈퍼히어로가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면 현실에서는 '대통령'이 그런 슈퍼 히어로의 속성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해 본다. 현실에서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것은 '책임'이라는 말이다. 문제는 피할 수 없지만 '책임'은 피할 수 있다. 그리고 책임을 회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문제 자체를 떠 넘기는 것이다. 권력을 일임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떠 넘기는 것이다. 얼마나 간편한가? 모든 건 다 대통령 책임이니까...
오래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 직원이 어떤 고객(좀 애매하긴 하지만 편의상 선택한 용어)과 문제가 생겼고, 직원은 본인이 충분히 잘못한 부분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보상 혹은 사후 처리를 제안했다. 하지만 그 고객은 끝내 사장을 보겠다고 우겼고, 결국 만나게 되었다. 나는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 드릴 수는 있지만, 해당 업무에 대해서 나는 담당 직원을 믿고 일임한 것이기 때문에 해당 문제에 대해서 책임은 내가 질 수 있지만, (내가 보기에도)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담당자가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니 더 이상의 사후처리는 없다고 못 박았다. (이후 후일담은 큰 관계없으니 생략)
사회는 개인들로 이루어진 집단이다. 사회의 문제가 개인과는 별개로 생긴 문제가 아니다. 예컨대 쓰레기 문제는 결국 개개인들이 버리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따라서 해결은 제도의 개선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내가 무서운 것은 '독재자'의 등장이 아니라 그 '독재자'를 바라는 마음들이다. 물론 누구나 원래 원했던 것은 '착한 독재자'라고 할 테지만...
그래서 아주 가끔은 슈퍼 히어로와 상대하는 '빌런'에 관심이 갈 때가 있다. (그러니 좀 제대로 된 빌런을 만들어 달라고!!!)
Everybody knows (by Sigrid): 4분 25초
작사/작곡: Leonard Cohen, Sharon Robinson
2017년 영화 '저스티스 리그(Justice League)'의 오프닝 곡이다. OST에도 첫 번째 곡으로 실려 있다.
레너드 코언(Leonard Cohen)의 곡으로 1988년 'I'm your man' 앨범을 통해 처음 발표되었다. 곡의 분위기와 가사가 '모두 까기' 곡인데... 중독성이 만만치 않다.
영화에서는 '볼륨을 높여라(Pump Up The Volume)'에서 레너드 코언의 원곡이 등장하고 엔딩씬에서는 Concrete Blonde의 커버 버전이 흘러나온다. 사운드트랙에는 후자가 실려있다. (이런 기록을 볼 때마다 다시 확인하고 싶지만, 귀찮다.) 그 밖에 TV 프로그램에도 등장하고, 커버도 제법 많이 된 곡이다. 그리고 2017년 영화 'Justice League'에서 Sigrid가 불렀다. Sigrid는 1996년생의 노르웨이 출신 신성이다. 다른 곡들도 한번 들어 보기는 했는데, 개인적으로 주목할만한 인상은 받지 못했다.
돈 헨리(Don Henley, 이글스의 그분)도 이 곡을 커버한 적이 있는데, 레너드 코언의 트리뷰트 앨범 'The Tower of Songs'에도 실려있고, 개인 컴필레이션 앨범에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커버곡 중에서는 가장 낳지 않을까... 생각한다.
원곡 및 이전의 버전들에 비해 겉(음악이라면 당장 귀에 들리는 소리)은 세련되고, 스타일이 살아 있는 듯 하지만 오디오만 듣기에는 금방 질린다. 뭐랄까.... 아프면서도 살짝 쾌감이 도는 오래된 치통 같은 그런 느낌이 이 곡의 참 매력인데 말이다.
쌓아놓은 레너드 코언의 곡이 너무 많아서(그리고 글의 내용과도 어느 정도 연관성 있게) 이 곡은 일부러 커버 곡으로 고른 것일 뿐.... 감상은 레너드 코언의 원곡으로 듣는 것을 '당연'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