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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말의 시대

내 오랜 침묵은 깨어지고

by Roke

오래전에 한번 얘기한 바 있는데, 사람도 관심사도 한번 멀어지면 다시 돌아보지 않게 됩니다. 보통은 조용히 있다 보면 내면에 뭔가 채워지는 게 있는데, 것도 옛날 일이 되었는지 전혀 변하는 게 없네요.


네, 그렇습니다. 너무 많은 말의 시대... 이더군요. 어딜 가나, 무슨 일에나 누구나 한두 마디 보태고... 모두들 '자신의 말'에 대한 가치를 높게 잡다 보니 늘 싸움만 일어나네요. 그런 꼴 보기 싫어서 세상하고 담쌓으려고 하는데도, 막상 먹고사는 문제에 부딪히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보기 싫은 일을 보게 되고, 듣기 싫은 말도 듣게 되네요. 그저 이런 모습이 우리들 삶의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존재감? 같은 게 얼마큼 중요한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나는 그저 맨 뒷줄에 앉아서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지켜보고 싶은데, 냉정하게 따져 물어 정말 그거면 만족하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나도 모르게 '아니'라고 답하는 것을 보면 나도 별 수 없나 봅니다.


글을 쓰고 말을 하는 일이 어렵기만 합니다. 그냥 듣고 읽기만 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내 마음이 받아들인다면...


해바라기 3집 (1986)

오랜 침묵은 깨어지고 (by 해바라기): 4분 29초

작사/작곡: 이주호/이주호

1986년 발표된 해바라기의 3집 '오랜 침묵은 깨어지고 사랑은 언제나 그 자리에' 앨범의 마지막 곡(건전 가요 제외)

지금은 '해바라기'하면 많은 경우는 이주호, 유익종의 2인조로 많이 기억되지만, 음악 애호가의 경우는 자연스럽게 이정선, 한영애, 이광조, 김정미로 구성된 전설적인 보컬그룹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주호는 그 전설적인 그룹의 1기 멤버였다. (하지만 요즘에 아무 맥락 없이 '해바라기'하면 자연스럽게 '병진이 형은 나가 있어, 뒤지기 싫으면'의 영화 해바라기를 떠 올 것이다)

4인조의 해바라기는 나중에 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고... 이주호와 유익종의 2인조 해바라기도 만만치 않은 그룹이다. 일단 이주호가 곡을 매우 잘 만들었고, 노래도 잘했다. 그리고 나 같은 경우는 유익종의 목소리를 특히 좋아했다. 묘하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목소리와 창법을 갖고 있다. 다만 지독한 '사랑 만물설'에 기반한 노래들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아서 잘 듣지 않게 된다.

고등학교 시절 프로그레시브 록을 좋아했던 친구가 뜬금없이 이 노래를 강력 추천해서 의아해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약간 의외였던 게 가끔 이 노래를 다시 듣다 보면 사운드가 많이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그 친구의 안목을 뒤늦게나마 다시 평가하게 된다. ㅎ

거의 두 달을 잠수 탔는데, 그건.... 이 곡을 소개하기 위함이 아니었나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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