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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get ready

침묵의 이유

by Roke

무언가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것...

얼핏 들으면 당연한 얘기고,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이 당연해 보이는 것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되었다.


한동안 스켑틱(Skeptic)을 안 사다 보니 많이 밀려 있어서 과월호를 먼저 사려고 했다가 '가짜 뉴스에는 패턴이 있다'라고 하는 커버스토리 때문에 최신호를 먼저 구입했다. 책을 읽다가 문득 과거의 많은 '삼촌들'이 생각났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시절 그들이 이야기를 해주면 신기하기도 또 재미있었다. 그런 이야기들에 대해서 '팩트체크'는 상상도 못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대부분 잊히기도 했지만 지금도 내가 알고 있는 몇몇 지식들은 그때부터 이어져 온 것들도 있을 것이다. 결론은 '가짜 뉴스'는 먼 옛날에도 있었다는 것. 문제는 그런 개인들의 부풀리고 왜곡된 이야기가 점점 영향력이 커지게 되었다는 것 아닐까? 그렇게 가설을 세워본다.


따지고 보면 나도 살면서 엄청 많은 가짜 뉴스를 생산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도 이제 그 '삼촌들'이 되었을 테니까. 게다가 나의 성능은 점점 낡아지고 있다. 오늘 어떤 동영상을 보다가 피라미드가 발전소였다는 얘기를 듣고도 아무 생각 없이 한참을 지난 후에야 그게 어떤 의미인지 깨달았다. 예전에도 한 박자 늦곤 했지만, 그래도 팔팔했던 시절이라면 그 얘기를 듣자마자 '그게 정말이야? 말도 안 돼!!! 그 시절에 전기를 사용했다고?!!!'라며 경악했을 텐데 말이다. 그만큼 생각하는 순발력은 점점 떨어져 가고 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기억력은 또 어떤가? 여러 번을 되뇌어야 겨우 기억하고 그나마도 얼마 안 가 새까맣게 잊기 일수다. 그러니 어디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든 그게 정확할 리 있을까?


지식인이란 문제도 그렇다. 지금처럼 누구나 교육을 받던 시대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그리고 그보다 더 긴 시간 동안 배움은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진 특권이었고, 역으로 배웠다는 것은 특별한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정말로 시대가 변했다고 말하려면 이제 '지식인'이란 말은 없어져도 되지 않을까? 요즘 많은 강연이 있고, 스타 강사니 뭐니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들어 보면 크게 새로운 것은 없다. 누구나 책 몇 권 읽으면 스스로 알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니까 그들은 '지식인'이 아니라 '엔터테이너'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그들의 '지식'이 아니라 강단에서 보여주는 '쇼'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제 종합해 보면.... 무엇에 대해 말을 하는 것이 두렵다.

일단 의심해야 하고, 그 생각을 검증해야 하는데... 그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러니 '침묵'하는 편이 내가 할 수 있는 조금 더 바람직한 행동이지 않을까?


People get ready album cover (The Impressions, 1965)

People Get Ready (by The Impressions): 2분 40초

작사/작곡: Curtis Mayfield

1965년 발표된 The Impressions의 싱글. 같은 해에 동명의 앨범으로도 발매되었다.

Curtis Mayfield는 당시 그룹의 멤버였지만, 후에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명성이 더욱 커지면서 Curtis Mayfield의 'People Get Ready'라고 얘기되는 경우가 많다.

Curtis Mayfield는 음악적으로도 후대에 많은 영향을 주었지만, 정치적인 의식도 있는 사람이었고, 이 곡 역시 흑인 인권 운동의 송가로 사랑받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나,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같은?

하지만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얻어서 빌보드 팝 차트에도 순위에 오르고 R&B 차트에서는 3주간 1위를 차지하기도 했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곡 리스트에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명곡이다.

자연스럽게 많은 뮤지션들이 커버를 했었는데, 밥 딜런도 2번이나 녹음했었다. 내가 자라면서는 로드 스튜어트와 제프 벡이 커버한 곡이 있는데, 사실 난 이 버전을 통해 곡을 처음 접했고, 최근에는 에바 캐시디의 커버도 즐겨 듣는다. 비슷한 맥락으로 2012년에 발표된 Macklemore and Ryan Lewis의 'Same Love'란 곡의 배경 연주로 등장한다. 이 곡은 워싱턴주에서 동성 결혼 합법화하는 시기에 발표되었고, 이 들은 합법화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특히나 이 곡의 커버에는 Macklemore의 삼촌과 그 남편의 사진이 실려 있다.

많은 커버곡들을 들어 보았는데, 딱히 이거다!라는 느낌의 곡은 없었다. 뭐랄까 모여서 함께 부르기는 좋은데, 대놓고 '감상'을 하려고 하면 살짝 밍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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