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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Jul 01. 2018

왠지 익숙한 풍경

Dolphin, take me with you

"엄마, 이제 설거지 제가 할게요"

"아이구 니가 웬일이냐?"

"저 원래 설거지 좋아해요. 잘하기도 하구"

"왜? 엄마가 해 놓은 게 맘에 안 들어?"


깨끗하게 씻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릇에 마른 밥풀이 하나 남았다. 다른 것도 그런가 보았더니 작은 반지 그릇에는 고춧가루 하나가 붙어있고, 어떤 그릇은 기름기가 남아있다. 왜 이러지? 분명히 박박 잘 닦았는데.... 눈이 침침해서 그런가? 손에 힘이 없어서 그런가... 생각하다 오래전 엄마와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났다.


아마도 뭔가 먹으려고 그릇을 꺼낼 때였나... 뭔가 얼룩이 보여서 닦아 보았더니 잘 닦였다. 그래서 이것저것 다시 들춰서 기름기며, 물 때며 다시 씻어냈다. 엄마가 너무 설거지를 대충 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는 (엄마도 일하시는데) 설거지라도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얘기했다. 아마 당시 엄마도 내가 왜 그러는지는 알지 않으셨을까?


다시 설거지를 한다. 보는 사람 없지만 왠지 한번 더 보고 한번 더 닦아낸다. 그래도 생각만큼 잘 지워지지 않는다. 이러다 울음이 터질 것만 같다.


Parallelograms Album Cover (Linda Perhacs, 1970)

Dolphin (by Linda Perhacs): 2분 56초

작사/작곡: Linda Perhacs

1970년 발매된 Linda Perhacs의 데뷔 앨범 'Parallelograms'에 3번째 수록곡. 싱글 발매 기록은 없다. Dolphin이 대표곡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특별히 그런 것은 없는 듯. 오히려 앨범의 다른 곡들이 샘플링된 사례가 있다.

박솔뫼의 소설 '도시의 시간'에 등장하는 '제니 준 스미스'라는 뮤지션의 모델이 Linda Perhacs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소설에 등장하는 앨범이 '돌핀'이라는 점 때문에 착각했는지도 모른다. 소설 속의 묘사와 Linda Perhacs가 비슷한 면도 있지만, 모델로 삼았다기보다는 살짝 영감을 받은 정도가 아닐까?

Linda Perhacs는 실제로 이 앨범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뻔했다. 치과 위생사로 일하면서 취미로 곡을 쓰던 중에 손님 중에 프로듀서가 있었고, 데모를 들어 보고는 바로 녹음을 했다고 하는 '옛날 스타일'의 일화를 배경으로 태어났다. 앨범 발매 직후에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나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앨범 수집가들에 의해서 컬트화 되다가 결국 1998년에 재발매되는 상황에 이르렀고, 그 후 2014년에 두 번째 앨범이 나오게 된다. 그리도 2017년에 세 번째 앨범까지 나온다. 일단 44년 만에 두 번째 앨범이 나온 것은 아마도 전례가 없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이키델릭 포크의 거의 유일한(찾아보면 더 있지만) 뮤지션이 아닐까 생각된다. 굉장히 독특한 음악인데, 중요한 것은 1970년과 2014년의 음악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사이키델릭 들어간 음악은 별로 선호하지는 않는다. 린다 퍼핵스의 음악도 처음 들었을 때는 그닥 매력 있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아주 가끔씩은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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