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ke Jun 20. 2018

아무것도 아닌 나날들

Break another little piece of my heart

어정쩡하게 사라진 봄날처럼, 모든 게 사라졌다. 좁은 방에서 음악도 없이, 책도 안 보고, TV도 안 보고, 그저 멍하니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막상 해보니 꽤 오래간다. 아무것도 없이 하루가 지나고, 아무것도 안 하고 일주일이 지나고, 훌쩍 한 달이 지나간다. 사람은 뭔가를 하지 않으면 못 견딜 거라고 생각했는데, 틀렸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은 여전히 흐르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전혀 문제없다.


지쳤다고 하기는 좀 그렇고 질렸다고 해야 할까? 어느 순간 넘쳐나는 '말'들에 질려 버렸다. 어떤 일이든 너도 나도 한 마디씩 아는 척하는 모양들을 보니, 그 많은 사람들이 무섭고, 한편으로는 결국 나 역시 그 속에 있는 겉만 번지르한 사람이라는 것도 무섭다. 침묵해야 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나? 그저 모르는 것에 대해서 모른다고 말하고, 알지 못하니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반성도 해 본다. 한편으로는 그것이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살아 내는 한 방식일 뿐이라고 이해하면서도 왠지 어색한 감정은 막을 수가 없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록 좋아해?"

"엄청"

"그럼 재니스 조플린(Janis Joplin) 알겠네..."

"잘 알지"

"정말 좋지 않아? 다시 나오기 어려운 사람이지..."

"..... 응 그렇지...(사실 나 좋아하지는 않아. 그의 이야기는 알지만, 음악을 사실 잘 몰라. 잘 안 들으니까)"


지식은 언제든지 채울 수 있다. 하지만 태도는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지금 잘 몰라도, 궁금한 것이 생기고 의문이 생겼을 때, 알고자 혹은 해결하고자 하는 자세만 있다면 금방 극복할 수 있다. 반대로 지금 뭘 좀 아는 것 가지고 마치 모든 것을 깨달은 것 같은 자세를 가진다면 그걸로 끝이다.


나는 지금 어떤 태도를 갖고 있을까? 어떤 자세로 하루를 시작할까? 어느새 내 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혐오와 거부의 태도가.... 언제쯤 사라질 수 있을지....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나날들이 흘러간다. 



Piece of my heart (Erma Franklin, Single, 1967)

Piece of my heart (by Erma Franklin): 2분 35초

작사/작곡: Jerry Ragovoy, Bert Burns

1967년 발표된 Erma Franklin의 싱글곡

하지만 이 곡은 재니스 조플린(Janis Joplin)의 대표곡으로 유명하다. 1968년 재니스 조플린이 보컬로 있던 Big Brother and The Holding Company이 'Cheap Thrill'에서 커버했는데, 이게 크게 히트했다.

작곡자 Bert Burns는 당시 프로듀싱을 하던 밴 모리슨(Van Morrison)에게 녹음할 것을 권했으나 거부했다고 한다. 만약 그랬다면 어떤 곡이 되었을지 궁금해지는 장면이다.

Erma Franklin은 소울의 여왕으로 일컬어지는 Aretha Franklin의 언니로 가스펠과 R&B 가수로 활동했다. 덕분에 이 곡의 오리지널은 풍부한 그루브의 펑키/소울 곡이 되었는데.... 바로 다음 해에 거친 록으로 그리고 90년대에는 Faith Hill에 의해서 컨트리 곡으로도 재탄생되었다. 페이스 힐은 이 곡을 녹음할 때까지 원곡을 몰랐으며, 프로듀서도 절대 들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해서... 원곡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근사한 컨트리곡이 되었다.

원곡은 1992년 즈음에 재발매된 바가 있는데, 당시 리바이스 관고 음악을 다시 인기를 끌면서 싱글이 재발매되었다고 한다.

어떤 곡이 여러 스타일로 발표되면 주로 나는 록 스타일을 좋아한다. 그런데 이 곡만큼은 재니스 조플린의 곡을 가장 덜 좋아한다. 진짜 그런지 사운드라고 해야 하나... 뭔가 지글거리는 소리가 신경을 거슬리는데, 재니스 조플린의 목소리 자체도 특징이 있다. 그래서 살짝 신경에 거슬린다. 한창 젊고 감당할 여력이 있을 때는 문제없었는데, 이제는 많이 힘들다. 날 것에 열광하던 그런 시절은 지나간 듯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여 나는 바람 부는 처음을 알고파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