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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Aug 06. 2018

언젠가는 행복을 찾게 되길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듯이...

날이 무척이나 덥구나. 

이 무더위를 견디느라 많이 힘들 텐데, 그래도 지나갈 테니 조금 더 참고 건강하게 지내길 바라. 살면서 이렇게 더웠던 적이 있었을까? 생각했는데, 뉴스를 보니 1994년이 많이 더웠다고 하더구나. 1994년... 아빠가 사회에 첫 발을 디뎠던 때인데... 사실 지금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봐도 이렇게 더웠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구나. 올해 역시도 지나가면 다 잊혀질까...


가끔씩 네가 '행복하고 살고 싶다'라고 말할 때마다 내 마음은 무거워진단다. 행복에 대해서 어떻게 말할 수 있을지... 막막해지곤 하지. 가능하면 아빠의 경험을 이야기해주고 싶지는 않아. 다른 건 몰라도 '행복'이란 건 다름 사람의 경험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너의 행복과 나의 행복은 다를 테니까 말이야. (네가 원한다면 들려줄 수 있겠지만, 그건 그냥 하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거야.)


이성적으로 혹은 논리적으로 이야기하기도 어렵지. 아니 오히려 논하기는 더 쉬운 방법이겠지. 행복이란 이런 거구... 그러니까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해.. 등등. 하지만 행복이란 게 그렇게 간단하게 정의되는 것은 아니잖아. 감성적인 것을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해. 행복뿐만이 아니라 많은 감성적인 것들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려는 것을 보면 답답한 기분이 들 때가 있어. 그런 거지, '너는 그 사람이  좋아?'라고 물어보는 거... 


그런 노래가 있어.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때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행복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 행복할 때 보다, 행복하지 않을 때 더 아쉽고 간절해지는 그런 거...  게다가 행복은 유효기간도 굉장히 짧아서 행복하다 싶다가도 금방 변해 버리곤 하지.


네가 생각하는 행복들이 있을 거야. 그중에는 당장 할 수 있는 것들도 있고, 또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도 있겠지. 또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것도 있을 거고, 아빠도 어쩔 수 없는 것들도 있겠지. 아빠에게 행복인 것이 너에겐 아닐 수도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겠지. 정해진 어떤 것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어렵지만, 한편으론 그래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 어쨌든 행복은 찾아야 하는 것이라는 게 아빠의 생각이야.


우리는 행복하기를 원하니까... 가능하면 많은 행복을 찾으면 좋겠지? 그래서 그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어. 우선은 '기록'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뜬금없는 이야기인 것 같지만... 행복할 때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못하니까... 기록해 두는 거지. 행복한 것만 기록해 두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지금의 상태 그대로... 그렇게 하면 나중에 그 기록을 볼 때 보이지 않을까? 행복했던 것들이... 우린 너무 쉽게 잊고 사니까... 때론 죽고 싶은 만큼 힘들었던 순간도 '행복했었다'라고 기억될 수도 있으니까. 그런다고 행복이 과거형으로 묻히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 그렇게 행복을 찾는 순간.... 그 자체가 행복일 수 있으니까 말이야.


기록을 한다는 건 다른 측면에서도 도움이 돼. 남과 비교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남과 비교하는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행복을 쉽게 찾는 방법일지 모르겠지만, 그건 또한 쉽게 잃어버리는 방법이기도 해. 그래서 너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나가기 위해서라도 '기록'은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 '기록'이라고 말하니까 무거운 느낌이 들지만 그냥 간단하게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한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아. 그게 우선이고... 필요하다면 어떤 방법이든 기록해 나가는 되겠지.


아빠에게도 어려운 일이라...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았네. 지훈이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어. 이렇게 뜨거운 여름을 견디고 나아가는 것, 그것도 언젠가는 '행복했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날이 오기를 바라. 그렇게 함께 가보자.


멀리서 아빠가.   


LEESANGEUN 앨범 커버(이상은, 1993)

언젠가는 (by 이상은): 4분 14초

작사: 이상은

작곡: 이상은, 안진우

1993년 발매된 다섯 번째 앨범 'LEESANGEUN'의 두 번째 곡. 앨범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곡이다. 바로 다음 앨범이 역사에 남을 명반이라서 상대적으로 비교될 법도 한데, 앨범 자체도 나름 꾸준하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간혹 앨범 타이틀을  'Darkness'라고 소개하는 것을 봤는데, 앨범 커버대로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상은은 서로 다른 세계에 서로 다른 존재로 기억되는 것 같다. 뻔한 언론은 아마도 앞으로 몇십 년이 더 지나도 '담다디'로 기억할 것이고, 음악에 미쳤다 싶은 사람들은 '공무도하가'로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음악을 좋아한다 싶은 사람들은 아마도 '언젠가는'으로 기억하지 않을까?

'언젠가는'이 좋은 곡이긴 하나 소리 자체로 평가하면 지금 와서 들어 보면 확실히 오래된 티가 난다. (요즘에 특히나 미니멀한 사운드 취향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뒤져보면 커버 영상이 많이 나오는데, 딱 마땅한 것은 눈에 띄지 않는다. 개인 취향으로 이상은의 한 곡을 고르라면 6집 '공무도하가'의 '새'를 최고로 꼽고 싶다.

'언젠가는'의 가장 훌륭한 점은 당연 가사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는 이영훈의 '옛사랑'에서 '사랑이란 게 지겨울 때가 있지'와 더불어 가장 아름다운 가사로 손꼽을 만하다. '그냥 마주 보고 좋아서 웃기만 할 거예요'도 빼먹으면 섭섭하겠다.

만나본 적은 없지만 동문, 동기로서 지켜본 그의 시간들은 충분히 존경할 만하다. 다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미디어의 접근이 특정한 어느 한 지점에 묶어 두기보다 지금의 삶과 여정을 살펴보는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있는 그대로'... 이게 이상은과 가까워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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