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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Oct 16. 2018

Who cries for the children?

I do...

형님, 

몸이 안 좋으면 마음도 편치 않습니다. 어서 기력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어제 술자리는 제법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모처럼 서로 말도 많고… 옆에서 보면 싸우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런 재미지요, 뭐. 누군가 일방적으로 얘기하고 듣기만 하면 재미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형님의 뒷모습은 좀 씁쓸했습니다.

지금 형님의 심정은 충분히 알 것 같습니다. 저도 몇 년 전에 겪었으니까요. 형님은 그걸 아직도 겪고 있으니까요…  그게 참 마음 조이고 답답하고 그럽디다. 이제 2년 반 정도 흘렀네요. 그동안 한 게 아무것도 없으니 한편으론 형님께 미안한 마음도 들고 그렇습니다. 네, 형님은 그동안 최선을 다해서 충분히 잘해 오셨습니다. 하기 싫으면, 힘들면 내려놓으셔도 됩니다. 


지금껏 그래 왔죠. 이런저런 고비도 있고, 숨 넘어가는 시간도 있었고… 하지만 우린 아직 살고 있네요. 우리 늘 얘기하듯이 살고 죽고가 무슨 소용 이겠습니까? 그런 건 다 머리에서 나오는 것을 뿐인데요, 모. 무엇을 할까... 많이 고민하고 생각해 왔던 문제입니다. 그동안 해 온 가락이 있어 이런저런 소위 기획이란 것도 해보지만… 뭔가 해보려고 하면 참 가진 것 없구나… 이런 생각만 하게 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처음 시작할 때 생각해보면 무언가 가진 게 있어서 시작한 건 아니지 않았나요? 어쩌면 형님과 저는 자신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반성해 봅니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를 똑바로 직시해보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돈을 번다는 것… 과거에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했지만, 지금 시대는 ‘생산’보다는 ‘교환’의 의미가 더 큰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과 교환하는 것이죠. 따지고 보면 취업이란 것도 내가 가진 능력과 시간을 교환하는 것이죠. 그런데 물질을 넘어선 것은 ‘교환’이 아니라 ‘공감’이 되는 거겠죠. 콘텐츠(엔터테인먼트 등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개념에서)라는 상품은 그런 속성을 가진 것 같네요.


그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스스로를 똑바로 바라보고, 우리가 가진 것을 찾는 것이 첫 번째 단계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저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능력은 없습니다. 돈도 없지요. 반면에 깊고 어두운 감수성을 가지고 있고, 또 이성과 지성 이런 것도 있습니다. 카메라도 있고요, 이젠 강아지 한 마리도 있네요. 또 자유로운 시간도 있습니다. 문화적인 감수성도 있고요… 따져 보니 없는 것도 많지만, 가진 것도 많네요. ^^; 


형님, 여기서 출발해 보는 것을 어떨까요? 형님도 가진 것들을 뽑아서 그것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해보면 되는 것이지요. 그런 얘기 하셨죠. 이젠 실패할 기회가 없다고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런 부담감 때문에 ‘시도’도 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요? 어차피 지금 위기라면 가만히 있으나 무언가를 시도해서 잘 안되나 결과는 같은데 말이죠. 실패의 부담이 아니라 그냥 시도에 대한 두려움일 뿐인 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형님, 내일을 미리 생각하지 말고, 오늘에 집중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이라면 거기서부터 출발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하루하루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무언가 잘 될 것이다, 안될 것이다 생각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어차피 오지도 않을 내일인데요. 뭐.


아무튼 공기가 쌀쌀한 데, 몸 따뜻하게 하시고, 기력을 되찾고 함께 하시지요.

또 다른 오늘이 오면 뵙겠습니다.


Hear'n Aid Album Cover (Hear'n Aid Project, 1986)

Stars (by Hear'n Aid): 7분 43초(?)

작사/작곡: Ronnie James Dio, Vivian Campbell, Jimmy Bain

1984년 Band Aid, 1985년 USA for Africa에 이은 아프리카 구호기금을 위한 메탈/록 버전의 프로젝트로 실제 녹음 및 촬영은 1985년에 이루어졌으나, 음반은 1986년에 발매되었다.

헤비메탈의 최고 보컬리스트로 손꼽히는 (고) 로니 제임스 디오(Ronnie James Dio)와 그의 밴드 'Dio' 멤버들의 주도로 성사되었다. 앨범 커버 밑에 빼곡히 적혀 있는 이름들이 참가자 들인데, 당대 내로라하는 메탈계의 뮤지션들이다.

다른 곡들 'Do They Know It's Christmas'나 'We Are The World'에 비해 기타 솔로가 길고 어래 들어가 있다. 당연히 당시(뭐 지금도) 좋아라 했던 곡이다.

곡이 단순하고 사운드 질감이 좋아서, 혼자서 기분 내는 데 딱 좋다.

예전 일에 이 곡을 사용한 적이 있다. 출연자들 모아서 이 곡을 립싱크한 이벤트 비디오를 만들었는데, 예산이 없어서 혼자서 촬영하고 편집하고 다 했다. 발퀄이었지만, 무엇보다 참가들이 즐거워해서 재밌게 일했던 추억이 있는 곡이다.

2015년 국내 뮤지션들이 로니 제임스 디오 추모 헌정으로 이 곡을 녹음했는데, 퀄리티가 좋다. 댓글을 보면 세계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격려해 주고 있어서 흐뭇한 기분을 갖게 한다. 


https://youtu.be/YxutLuUiKW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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