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ke Nov 18. 2018

Sunday morning and I'm falling

누군가 지켜본다

여전히 누군가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마음 한 구석에 생각지도 않은 얼룩이 스며들어 번지기 시작한다. 왜,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묻고 싶지만 애써 무관심한 척 웃어넘긴다. 


"무슨 얘기 거리가 있다고..."

하지만 한번 생겨난 얼룩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워하면 그리워하는 대로, 흉을 보면 흉을 보는 대로 불편해진다. 때때로 그런 생각 때문에 지나간 내 모습을 애써 떠올려 보기도 한다. 그때, 나는 잘했던 것일까? 그래, 누구에게는 분명 실수했지. 그래 사과했어야 했어. 하지만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고... 등등.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은 나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질문은 다양한 방법으로 제법 심각하게 나를 괴롭힌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라고 하면 무서운 기분이 들겠지만, 사적인 공간이라고 규정된 곳이 아니라면 이것은 매우 일상적인 일이다. 집 밖을 나서는 순간 인지하던 못하던 누군가를 나를 지켜볼 수 있다. 게다가 직장이나 학교 등과 같은 공동체 속에서는 서로를 지켜보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일 잘하나 감시하는 것과 같은 특수한 관점은 제외하고서.. ^^;;) 그러니까 '누군가 지켜본다'는 말에서 공포감을 느낀다는 것은 우리의 삶이 사회적이고 개방적인 것에서 개인적이고 폐쇄적인 것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지금 직장과 집이 한 동네다. 그러다 보니, 의도하지 않아도 늘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에는 그냥 스치듯 지나가지만, 자연스럽게 서로를 인지하게 되고, 그러다 우연히 말이라도 트게 되면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때로는 가까운 척 꼬박꼬박 서로의 안부를 묻게 된다. 결국 이런 것이 커뮤니티의 탄생 과정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지켜본다'는 행위는 사회 형성의 기본 요소일 것이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내 모습에 대해 불편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 그것 자체로 나는 많이 사회에서 벗어나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게 나의 선택인지, 아니면 그저 낙오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렇게 불편해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상상이 망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마음속의 얼룩을 세탁해 내야 겠다.

일요일... 빨래하기 좋은 날이니까...


The Velvetunderground & Nico Album Cover(1967)

Sunday Morning (by The Velvet Underground & Nico): 2분 54초

작사/작곡: Lou Reed, John Cale

1967년 발매된 The Velvet Underground의 데뷔 앨범의 오프닝 트랙. 애초에 이 곡은 Nico가 보컬을 하는 것으로 작곡도 하고 사전에 라이브에서 Nico가 부르기도 했는데, 녹음 당일에 Lou Reed가 부르고 Nico는 백 보컬로 참여했다. (나는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이 곡은 대중적인 히트를 목적으로 맨 마지막에 추가된 곡이고, 따라서 싱글로 발매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역으로 나머지 곡들은 대부분 실험적인 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그 가치를 높여 갔다. 시대를 앞서간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바나나는 하얗다'라고 하는 주장도 이 앨범 앞에서는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앨범 쟈켓의 바나나 모양은 스티커로 되어 있는데, 벗기면 핑크빛 속살이 나타난다. (실물은 본 적이 없어서 사진으로만...) 앤디 워홀의 작품인데, 앨범 자체의 가치도 상당할 듯하다.(그런데 왜 바나나였을까?)

밴드 결성은 1964년에 결성되었고, 1965년부터 잠시 앤디 워홀이 매니지먼트를 담당했었는데, 그의 유명한 '공장'에서 하우스 밴드 형태로 활동했고, 이 시기에 데뷔 앨범과 함께 앤디 워홀의 활동에 같이 참여했다. 워낙에 앤디 워홀의 영향력이 커서 그렇지만 독립적인 밴드로서 혹은 개별 뮤지션으로서의 영향력도 크다.

앤디 워홀의 '공장'은 말하자면 크리에이티브 공장 같은 개념 같은데, 예술과 공장이라는 이질적인 개념을 섞어 버림으로써 그 자체로 아방가르드의 상징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내가 관심 있는 부분은 그래서 그 공장에서는 매일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인데 아마도 매일매일 대부분의 시간은 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서로 장난치다가 웃다가 누가 '이거 어때?'라고 하면 '그래 괜찮은데?' 하면서 뭔가를 뚝딱뚝딱 만들어 가는...

Sunday Morning에 대한 콘셉트도 앤디 워홀의 한마디, '편집증에 대한 노래를 만들어 보면 어때?'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Rou Reed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고, 바로 'Watch out, the world's behind you. There's always someone watching you'라는 가사가 떠올랐다고 한다.  

John Cale은 레너드 코언의 ' Hallelujah'를 트리뷰트 앨범에서 커버했었는데, 이 곡을 다시 Jeff Buckly가 커버하면서 역대급 명곡을 탄생시켰다. Lou Reed 역시 1972년의 앨범 'Transformer'에서 'Perfect Day'라는 명곡을 발표했는데, 대체로 간결하면서도 담백한 스타일의 노래들이 클래식으로 전해져 온다. 밴드의 곡들은 이보다 복잡하고 전위적인 곡들이 많다. 

매거진의 이전글 Who cries for the children?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