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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Dec 25. 2018

들어주기, 기억해주기

Somewhere only we know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삶의 의미를 찾는 것만큼이나, 의미 없는 일이 있을까 싶습니다. 우리는 그저 어느 날 세상에 던져진 생명체일 뿐이었는걸요. 그 이후로 해야 할 것이라고는 그저 살아 남기 위한 싸움일 뿐이죠. 삶의 의미를 찾는다... 는 건 그 싸움이 끝났음을 말해주는 것 아닐까요? 가장 본능적이고 자연적인 동기가 사라져 버렸으니 뭔가 새로운 동기를 마련해야 하니까요...


사람들... 참 미울 때가 많습니다. 자기 자신만 생각하고, 도저히 끝을 모르는 욕심... 하지만 원래가 그렇게 만들어진 존재라고 생각하면 일면 이해가 갑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아파해야 하고, 슬퍼해야 합니다. 그래야 기쁜 것도 알게 되고, 즐거운 것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싫어하는 것을 생각할 때야 비로소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들을 그대로 겪어 내며 살아가야 합니다.


아무리 마음에 여유를 가져 보려고 해도,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해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니니까요. 때론 속상하고, 화도 나기도 하고, '나도 한번 삐뚤어질 거야!'라며 스스로 포기 상태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런다고 나 자신이 변하는 것도 아닙니다. 아마도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그렇지 않기 때문이죠. 이건 철학이나 신념의 문제가 아닐 겁니다. 그냥 나의 본능일 겁니다. 그래서 때론 삶의 의미를 찾는 것보다 그냥 살아가는 방식을 찾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 졌습니다. 보통의 존재들의 보통의 이야기들... 이건 여행을 가는 것과 같습니다. 새로운 장소를 찾아가고 싶은 것처럼, 내가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궁금합니다. 별 것 아닌 이야기들인 줄 알았는데, 듣다 보면 별 것 아닌 것들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저 반복되는 이야기들이 조금 있을 뿐이겠죠. 확실히 어떤 경우는 재미없을 때도 있습니다. 그건 그 사람의 이야기가 재미없어서가 아닐 겁니다. 이야기하는 방식이 조금 재미없을 뿐이겠죠. 낯선 도시의 골목길을 배회하는 것만큼이나 누군가의 시간 속을 어슬렁 거리는 일도 즐거울 것 같습니다.


그러니... 당신의 이야기, 들려 주실 거죠? 제가 기억해 드릴게요.


*지난 크리스마스 포스팅
2015년 크리스마스 - 싸워서 불행한 것이 아니라 화해하지 못해서 불행한 것
2016년 크리스마스 - 혼자인 당신은 행복할 자격이 있다
2017년 크리스마스 -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

Somewhere only we know (by Keane): 3분 56초

작사/작곡: Tim Rice-Oxley, Tom Chaplin, Richard Hughs

2004년에 발매된 Keane의 데뷔 앨범 'Hopes and Fears'의 첫 번째 수록곡이며, 맨 처음 싱글로 발매된 곡.

워낙에 좋은 곡들과 인기곡이 많은 앨범이라 어느 한 곡을 대표곡이라 말하기 어렵다.

2009년인가 10년인가 함께 일했던 외국인 친구가 Keane을 소개해 준 적이 있는데, 놀라운 사실이라는 듯 밴드에 기타가 없다고 얘기해 준 적이 있다.

평소에 피아노가 현악기나 타악기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이 곡에서 들려주는 내려치는 듯한 아노 소리는 무척 반갑다. 이 곡 역시 대표적인 스타디움 송, 그러니까 떼창에 좋은 노래다. (2015년 크리스마스 때 소개했던 노래가 'One Day Like This'인데 공교롭게도 비슷한 분위기의 노래다.

앨범은 가끔 들었지만, 곡에 대한 인지는 없다가, 몇 달 전에 지난 America's got talent를 보다가 배경음악이 궁금해서 찾아보다 '아, 이 노래였어?!' 하게 되었다. 그 배경 음악은 릴리 알렌(Lily Allen)이 부른 것이었는데, 워낙 좋아하는 가수의 좋아하는 목소리라... 왜 이 곡을 몰랐지? 최근에 나온 곡인가? 등등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는데, 2013년에 발매된 싱글이며, Keane의 곡을 커버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뭐랄까 오랜만에 꺼낸 옷 주머니 속에서 찾게 된 돈이랄까? 어이없으면서도 횡재한 기분?이다.

원곡과 릴리 알렌의 곡이 서로 다른 느낌으로 같이 좋아서 최근에 자주 듣다가 크리스마스 포스팅에 이용하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아보니 릴리 알렌의 곡은 영국의 존 루이스 백화점의 크리스마스 광고 캠페인의 배경음악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소름이 돋았다. ㅋ 

2007년부터 시작된 존 루이스의 크리스마스 광고 캠페인은 영국에서는 이 광고가 떠야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할 만큼 이제는 연례행사 격인 광고 캠페인이라고 한다. 2010년에는 엘리 굴딩(Ellie Goulding)이 엘튼 존(Elton John)의 'Your Song'을 커버한 곡이 광고의 배 겸 음악으로 사용되었는데, 2018년 캠페인에 다시 'Your Song'이 등장했다. 그리고 원곡자인 Elton John이 등장했다. 내 취향으로는 완전 감동인데, 댓글 보니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았던 것 같다. 지금은 진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https://youtu.be/mNbSgMEZ_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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