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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Jan 24. 2019

I hurt myself today

버려야'만' 하는 것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자꾸 '꼰대'란 말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굳이 꼰대 소리 듣지 않으려고 발버둥 칠 필요도 없지만, 또 어느 순간 어쩔 수 없이 꼰대가 되어 있는 자신을 보면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저 나이가 많다고 '꼰대'라고 부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태도겠지요.


꼰대가 되는 가장 쉽고 빠른 길을 생각해 봅니다. 한창 혈기 왕성할 때, 큰 성공을 거둡니다. 많은 경우 성공 후에는 권력이 뒤따라 옵니다. 일단 성공을 가두었으니, 스스로는 자신의 방법에 확신이 생깁니다. 거기에 권력이 얹어지게 되면 '내가 옳아'라는 신념이 생기겠죠. 그런데 그런 와중에 사회는 조금씩 변해 갑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사회가 변하는 것에 관심이 없습니다. 이제부터의 관심사는 지금이 부와 명예,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새로운 환경에 새로운 사람들이 나타나지만 '너네가 뭘 알아? 내가 맞으니까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라고 합니다. 이런 과정이 꼰대의 탄생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가정해 봅니다.


'소유 효과'라는 게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것에 대해서 더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인데요, 그게 물건만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경험'도 그러하겠죠. 게다가 '노력 정당화 효과'라고 그 과정에서 고생을 했으면 더더욱 자신이 옳다는 신념이 굳어지겠죠. 저도 지나가면서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번 성공한 사람들은 설득하기가 어려워. 자신의 방법으로 성공했기 때문에 새로운 방법을 절대 믿지 않지.' 반드시 성공한 사람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전성기가 있습니다. 그게 크던 작던 나름 잘 나가던 시절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나이 들면서 꼰대가 되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가끔 술자리에서 펼쳐지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많은 경우 속이 답답해집니다(다 그런 건 아닙니다. 아주 가끔은 존경의 마음으로 한번 쳐다보기도 합니다). 어쩌면 나의 이야기가 내 옆자리의 청년들에게도 그런 감정을 만들어 낼지도 모르지요. 그러니 최소한 꼰대가 나쁘다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꼰대가 되고 안되고를 떠나서 어떤 태도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스스로 점검해 봅니다.


조금 멀리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버려야 할 것들이 보입니다. 아니, 조금 세게 말하자면 버려야만 하는 것들이 이죠. 가장 먼저는 '나'입니다. 자신에 대한 과대포장을 버려야겠죠. 나이 들어 기량이 어쩔 수 없이 쇠퇴하는 것은 운동선수만이 아닐 겁니다. 그러니 지금의 일들은 지금의 사람들이 더 잘할 겁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나보다 더 잘하는 상대방을 인정하고 또 그 사람에게 맡길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때로는 그들의 말을 들어야 하고요. 그런다고 나의 삶이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의 나에게 맞는 일들은 생기기 마련입니다. 많은 지나간 것들은 지나간 대로 그냥 놓아주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지금껏 내가 배우고 경험한 일들이 모두 쓸데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거기에 얽매여 새로운 것을 거부하고 부정한다면 버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어제의 것들에 머물지 말고 오늘의 사람들을 만나야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후회라는 것이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2년 전만 해도 후회하지 않겠다는 마음의 글을 괘 썼었는데, 내가 틀렸네요. 후회는 '나'를 버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인 것 같습니다.


어차피 꼰대이고 아니고는 나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적어도 내가 앞으로 어떤 태도를 갖고 살면 좋을지에 대해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American IV album Cover (Johnny Cash, 2002)

Hurt (by Johnny Cash): 3분 38초

작사/작곡: Trent Reznor

2002년 발표된 Johnny Cash의 마지막 스튜디오 앨범 'American IV: The man comes around'에 두 번째로 수록된 곡이며 싱글로도 두 번째로 발매되었다. 하지만 이 앨범의 최고 명곡으로 꼽히는 곡이다.

원곡은 대표적인 인더스트리얼 록밴드 Nine Inch Nails가 1994년에 발표한 'The Downward Spiral' 앨범을 통해 발표한 곡이다.

원곡을 능가하는 역대 최고의 커버로 손꼽히는 곡이며, 작곡자인 Trent Reznor는 "이 곡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을 만큼 평론과 대중을 아우르는 성공을 거두었다. Johnny Cash는 이 앨범 발표 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2003년 9월 세상을 떠났다. (Hurt 발매로부터는 7개월)

앨범 타이틀에서 짐작 할 수 있듯이 Johnny Cash의 송북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는데, 과거의 곡들 뿐만 아니라 현대의 곡들까지 장르 구분 안 하고 선곡한 점이 신선하다. 앞선 앨범은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이 앨범만큼은 '죽기 전에 들어야 할 앨범 1001'에도 꼽힐 만큼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의 위대한 유산 목록에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Johnny Cash는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도 아니고, 그의 몇몇 곡을 제외하면 잘 듣는 것도 아니다. 이 앨범 역시 듣고 있으면 왠지 모를 거북함이 들어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다. 왜일까  생각해 보면, 그의 목소리가 주는 위화감인데, 어떤 과거 시대의 위압감 같은 것에 짓눌리는 기분이 든다. 애초에 좋아하지 않았으니 그의 삶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지도 않았으니 이건 나만의 환상이지만...

그런데 이 앨범의 곡들을 하나하나 따로 들으면 좀 생각이 달라진다. 그리고 그 첫 번째가 바로 'Hurt'다. 곡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가 존재하는데, Nine Inch Nails의 곡은 마약 남용에 대한 반성 혹은 경고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인데, Johnny Cash가 부른 'Hurt'는 완전히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뭐랄까 죽음에 대한 준비랄까... 지나온 삶에 대한 회한 같은 것? 그런 의미.

자연스럽게 내가 가진 Johbby Cash에 대한 환상(맞든 안 맞든)과 맞물려 이 곡을 다시 듣는 순간 짠한 기분이 들면서, 이제 그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그 이후 듣는 이 앨범은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이 앨범을 들을 때는 개별 곡을 따로 떼서 하나씩 듣는 것을 추천한다. 연속으로 듣는 것은... 아주 힘들다)

참고로 이 곡의 뮤직 비디오 역시 극찬을 받고 있는데, NME(New Musical  Express)는 역대 최고의 뮤직 비디오로 선정했다. https://youtu.be/vt1Pwfnh5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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