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ke Dec 26. 2015

One day like this

싸워서 불행한 것이 아니라 화해하지 못해서 불행한 것

"Because it's Chriatmas." 영화 러브 액추얼리에 자주 등장하는 대사다. 그  영화뿐만이 아니라 다른 크리스마스 시즌 영화에도 꽤 자주 등장한다. 크리스마스니까 이해하고, 용서하고 혹은 잊자는 뜻일 것이다. 그렇기에 크리스마스를 사랑과 행복이 충만한 시즌이라고 얘기할 것이다(아마도).


사람들은 서로 다르다. 달라서 괜찮은 건 말로만 존재할 뿐이지, 실상은 달라서 좋을 건 별로 없다. 서로 다름을 알면서도 공감해 주길 바라고 나와 같기를 바란다. 사랑을 한다는 건, 그 안에서  주고받는 건 바로 그 공감이다. 내가 좋기에 너도 좋기를 바라고, 네가 좋기에 나도 좋은 것이다. 그게 틀어지게 되면 다툼이 생긴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마음 아프고, 지나고 나면 후회하기도 한다. 더러는 지나온 시간이  후회되기도 한다. 하지만 괜찮다. 서로 달라서 그런 것이니까. 그게 자연스러운 거니까. 어떤 사이라도 싸움은 일어날  수밖에 없으니까. 그건 좋고 나쁜 것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다. 살아가는 일의  일부일뿐이다. 싸운다고 해서 불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진짜 불행은 그 이후에 온다. 한번 다투고 나서 화해하지 못할 때,  그때가 불행한 것이다.


내가 그랬다. 일단 다툼을  두려워했다. 가능하면 싸움은 피하려고 했다. 처음에는 어렵지 않다. 나 자신을 감추면 된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잊어버리면 된다. 내가 아는 것들도 모른다고 생각해 버리고, 마치 처음 듣는 것처럼  받아들이면 된다. 문제는 그렇게 해서는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늘 끝은 단절이었다. 한번 싸우게 되면 그 이후는 존재하지 않았다.


올해 크리스마스에 처음 듣게 된 곡이 'One day like this'다. 달콤 쌉싸름한 현악 사운드가 내 마음을 건드렸다. 화해하지 못하는 나는 얼마나 불행한가.... 반복되는 코러스가 내게 말을 건넨다. 용서하는 법을 모르면  행복해질 수 없다고... 어떻게 화해하고 용서할 수 있냐고 묻는 나에게 따뜻한 순간의 기억을 보여 준다.


크리스마스니까... 크리스마스가 아니어도 좋다. 눈이 내리니까... 햇살이 따뜻하니까... 사실 이유 같은 건 필요 없다. 왠지 허전하니까 갖다 붙이는 것일 뿐, 우리가  화해하는 데 필요한 건, 용기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용기만 있으면 충분하다. 때로는 음악이 그런 용기를 준다. 


'오늘 같은 날...'이니까, 용기를 내보자. 행복해지자.


*One day like this (by Elbow): 6분 34초

*2008년 7월 2일 발매

*작사/작곡: Guy Garvey, Elbow

*영국 밴드 Elbow의 4 번째 스튜디오 앨범 'The seldom seen kid'의 10번째 트랙이며, 두 번째로 싱글 발매. Elbow의 최고 히트곡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2012년 런던 올림픽 폐막식에도 나온 곡인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에도 BBC Sports에서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에 사용했고, 이후 각종 스포츠 프로그램에 많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다시 PD의 감성으로 돌아가서 생각해 봐도, 이 곡을 아는 이상 어디에든 써먹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 힘들다. 그냥 매력 있다.

*'죽기 전에 들어야 할 곡 1001'에서는 이 곡을 대표적인 '스타디움 송'으로 설명하는데, 쉽게 말하면 떼창 하기 좋은 곡이란 얘기다.

*며칠 전에 'Live from Abbey Road' 시즌 2를 보다가 (10번째 에피소드인데, 시작은  앨러니스 모리셋( Alanis Morissette)을 보려고 하다가..) 이 곡을 듣고는 한 방에 빠져 들게 되었다. 특히 두 번째 곡(The bones of you)에서 코러스 하던 여성팀이 매력적이었는데, 코러스 할 때의 모습도 좋았는데, 이 곡에서 바로 바이올린과 첼로 연주를 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들의 정체를 확인하고 싶은데 아직 못 찾았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의 시작 부분에  등장하는 코러스 팀과 비슷한 느낌이다.

*Live from Abbey Road는 2006년에 시작된 음악 프로그램인데, 매 편마다 3명의 뮤지션이 등장하여 3곡 정도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중간중간 인터뷰를 삽입하는 형식이다. 시즌 1을 본 것은 아마도 2010년 전후일 것 같은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괜찮은 뮤지션들을 알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꽤 오랫동안 음악을 안 찾아 들어던터라 내게는 좋은 가이드가 되었다. 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뮤지션들이라면 일단 믿고 들어도 괜찮다.

*엘보우의 앨범 중에 The seldom seen kid (Live at Abbey Road)가 있는데, 이 앨범과 위에서 말한 프로그램과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에서는 관객이 없다. 그리고 앨범에서 말하는 Abbey Road가 스튜디오를 말하는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프로그램에서 보면  Abbey Road 스튜디오에 관객이 들어갈 자리는 없어 보인다.

*포스팅 제목은 One day like this a year whould see me right으로 하고 싶었는데, 역시나 글자 수 제한에 걸려서... ㅠㅠ 제목만 넣게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