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ke Dec 31. 2015

이별이 있은 후에 그리움이 있다.

Chopin Nocturne in Eb Major, Op.9, No. 2

또 한번 보내야 하는 시간이 왔다.

몇 년 전에 새해 들어 처음 쓰는 이메일에 '어제와 하나도 다를 바 없는 새해 아침이 밝았습니다'라고 보낸 적이 있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저 같은 시간의 흐름일 뿐이다. 다만, 1월은 다시 돌아오지만, 2015년은 아마도 다시 돌아올 일은 없을 것 같아... 이제는 보낼 것은 보낸다.


12월 31일에 기억하는 그 해의 기억은 마지막 한 달이나, 마지막 일주일이 결정하게 된다. 최근에 안 좋은 일을 좀 겪다 보니, 2015년은 좀 어두운 해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찬찬히  되돌아보면 올해도 그리 나쁘기만 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행복한 순간도 많았고, 기쁨에 겨운 순간들도 많았다.


이별한다는 생각에 먼저 떠오른 것은 그리움이다. 언젠가는 또 이 순간을  그리워하겠지. 생각해 보니 이별 없는 그리움이란 없다. 이별을 하고 난 후에야 그리움이 생겨난다. 많은 감정 중에서 '그리움'은 내가 좋아하는 감정이다. 뭐랄까, 한번 정리가 된 후에 생기는 차분함이랄까... 태풍 같았던 감정의 파도는 지나고, 그만큼 좋지도, 밉지도 않은 상태. 용서도 가능하고, 이해도 가능하고... 그래서 그리움이란 단어를 좋아한다.


그리움 충만한 곡을 찾았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일단 가사가 들리는 곡들은 가사에 따라 가다 보니, 내가 머리 속으로 그리는 이미지와 잘 맞지 않았다. 아련한 소리, 슬픈 소리, 그러면서도 차분히 정돈된 소리가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시네이드 오코너나 토리 에이모스 같은 느낌인가? 다시 들어 보기도 하고....  데스 메탈의 대곡들도 혹시나 하고 들어 보고... 그러다 보니 애초의 감정과 상상은 점점 더 멀리멀리 사라져 가고, 엉뚱한 곡들만 듣고 있었다.


그러다 어떻게 찾게 된 곡이 바로 쇼팽의 녹턴 2번이다. 이건 약간 다른 구상을 하면서 어떤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생각을 해 보았는데, 괜찮은 느낌이 들었는데... 그러다 Seth Ford-Young의 연주를 생각하게 되었다. 쇼팽의 녹턴 2번을 집시 재즈 콰르텟 용으로 편곡해서  연주하는데, 상상해 왔던 '그리움'이란 말을 음악으로 들려준다. 가슴 한 편이 아련해지면서도 마냥 감상에 빠지지 않게 잘 잡아준다.


결정적인 것은 이별을 떠올리게 하는 바이올린의 소리다. 이별이 바로 그리움의 시작은 아니다. 하지만 이별이 있고 난 후에야 그리움이 생긴다. 그래서 그리움의 어느 한 곳에는 이별이 있다. 건드리면 아프지만, 그 또한 나쁘지 않은....


Chopin Nocturne in Eb (by Seth Ford-Young): 4분 31초

2011년 발매

작곡: Frédéric Chopin

Seth Ford-Young은 베이스 플레이어로 경력이 20년이나 된다. 포지션상 다른 뮤지션들과 협업(혹은 세션) 활동을 많이 했는데, 대표적인 뮤지션이 톰 웨이츠(Tom Waits-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뮤지션 중의 한 명)다.

본 앨범은 Porto Franco Records라는 샌프란시스코 로컬 레코드 회사를 통해  발매되었는데, 30대 후반(2011년 기준)에 발매된 그의 이름으로 낸 첫 앨범이다. 집시 재즈(Gypsy Jazz)라는 장르로  분류된다.

참여 뮤지션은 Evan Price(violin, octave violin), Rob Reich(accordion), Jason Vanderford(guitar), Seth Ford-Young(bass, arrangements, compositions)이다.

처음 알게 된 것은 이태원의 재즈바에서였는데,  첫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SoundHound(음악 찾아 주는 휴대폰 앱) 돌려서 누군지, 어떤 곡인지는 금방  알아내었지만, 자세한 정보 검색은 쉽지 않다. 대단한 재즈 마니아가 되어야만 알 수 있을 것 같은...

앨범을 구입하려고 여기저기 뒤져 보지만, 음원 다운로드 상품은 안되고, CD는 아마존에서 판매 중. 아마도 이아이튠즈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난 충실한 한국 시장 유저라서... 그 마저도 어렵다. 유튜브에서 라이브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금까지 그런 적은 없지만... 처음으로 유튜브 동영상 걸어 놓기로 했다. 지금까지 2 만뷰  정도밖에 안된다. 더 많이 알려야 한다.

https://youtu.be/SX27Pf7L7_o


매거진의 이전글 One day like this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