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계획

아직 많이 남았다.

by Roke

'10년 플랜'이라고 같은 제목의 책도 있고 그런 모양인데, 저는 책을 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10년 계획을 세워왔습니다. 그래 봐야 몇 번 안되지만... 저의 10년 플랜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저 10년 후에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에 대해 생각하고 목표를 정하는 것일 뿐입니다. 목표를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노력하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하고.. 이런 건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가끔씩 생각만 하죠. 그런데도 대개는 그렇게 되더라고요.


신기하게도 저의 10년 계획은 지금까지는 거의 정확하게 이루어졌습니다. 10대 시절에 생각한 그 일을 20대에 하고 하고 있었고, 아무 생각 없던 그대로 서른에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다시 생각한 40대의 내 모습이 그대로 되었죠. 아마 그때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었던 것 같습니다. '아, 나이 50의 내 모습이 도저히 그려지지 않아' 살짝 늦게나마 그린 10년 후의 내 모습, 내 일은 '책방 주인'이었습니다.


제가 어쩌다가 책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자라면서 집에 책이 많았던 것도 아니었고...(오히려 없었죠), 뭔가 영감을 받은 책에 대한 기억도 없거든요. 겨우 대학에 가서야 책을 읽고, 사고했었을 겁니다. 학교 도서관에서도 많이 빌려 봤어요. 대학 1학년이 끝나갈 무렵 선배들이 제 대출 카드를 보고는 '넌 공부하러 대학 왔냐?!!'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었으니까요. 근데 말 그대로 저는 공부하려고 대학엘 간 거거든요.


암튼 음반을 사는 만큼이나 책도 많이 샀어요. 이제 집에도 책들이 많아지기 시작했지요. 저희가 이사할 때면 이삿짐 나르는 분들의 불평이 많았어요. 무거운 게 너무 많다고... 그나마 집이 점점 커질 때는 책 한 권도 소홀히 하지 않았는데, 반대로 작아지기 시작하니까 무척 부담스럽더군요. 상황도 늘 급박해서 그냥 버렸습니다. 몇 번에 걸쳐서 정리했는데, 지금까지 그렇게 버린 책이 트럭 2대 정도는 될 겁니다.


외국 여행 가서도 꼬박꼬박 책을 사 와서 한 번은 귀국할 때, 공항에서 제지당하기도 했어요. 너무 무거워서 컨베이어가 멈출 거라고... 나눠야 한다고... 그러고도 짐을 따로 부쳐야 했으니까요. 이제는 다 지나간 일이지만요... 최대한 짐을 줄이고 단출하게 살려고 하는 지금도 잭이 제법 돼서 만약 이사를 가게 된다면 고민이 많습니다.


네, 맞습니다. 그래서 전 책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다만 책을 쓰고 만드는 일은 이미 잘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으니, 뭔가 다른 방향을 찾아보려고 하는 거죠. 책방도 이제는 꽤 많이 늘었잖아요. 저야 좋죠. 예전에 책방 얘기하던 사람들에게 이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어서 더 좋아요. 그때 안된다고 하던 일들이 지금 이루어지고 있지 않느냐고... 신나게 얘기합니다. 물론 그런 '독립 책방'이 밖에서 비치는 것처럼 낭만적이고 여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죠. 제 자신도 여러 번 계획을 세워보고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아보았으니까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도 잘 알고, 그렇기에 그런 분들이 참 존경스럽다고 생각하죠.


스페인 작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소설 '바람의 그림자'에 나오는 '잊힌 책들의 묘지'는 정말 진지하게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을 했습니다. 여전히 가능성은 열려 있으니까... 언젠가 가능할 수도 있겠죠. 그 책들의 묘지를 지키는 사람이 나라면 이번에도 저의 10년 계획은 완성되는 것이겠지요? 어쨌든 모든 가능성을 열려 있으니까요.


어느덧 10년이란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저는 여전히 아무것도 아닌 채로 있지만, 저의 10년 계획은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어찌 되든 간에 잘 될 것 같은 기분입니다.


Video Killed Radio Star Single Cover (The Buggles, 1979)

Video Killed Radio Star (by The Buggles): 3분 25초 (앨범 버전은 4분 13초)

작사/작곡: Geoff Downes, Trever Horn, Bruce Wooley

1979년 발매된 The Buggles의 데뷔 앨범 'The Age of Plastic'의 두 번째 수록곡이며, 첫 번째로 발매된 싱글이다. 그런데 이것이 첫 번째 리코딩된 것은 아닌데, 공동 작곡가 중의 하나인 Bruce Wooley (& The Camera Club)가 먼저 녹음을 하고 발표했다.

어떤 면에서는 The Buggles의 유일한 히트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른 'One Hit Wonder' 곡들에 비해서는 훨씬 더 오래 살아남는 것 같다. 아마도 가사의 상징성 때문이 아닐까?

아이러니하게도 이 곡의 뮤직 비디오는 MTV 개국 첫 방송의 뮤직 비디오 리스트에도 포함되어 있다. 단순한 'Radio Star'에 대한 향수라기보다는 새로운 영상 시대에 대한 수용의 느낌도 있는 것 같다. 사실 매체라는 것이 다 그렇다. 새로 만들어지고, 잘 나가다가 또 다른 새로운 매체에 밀리고...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80년대 당시 내가 뉴웨이브나 신스-팝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도, 이 곡은 워낙 때가 되면 나오는 곡이라서 잘 알 수밖에 없었다. 뭐니 뭐니 해도 코러스가 하이라이트! 어쩌면 당연하게도 2006년 영화 '라디오스타'에도 등장하는 곡이다.

하지만 오늘 소개하고 싶은 것은 원곡보다는 커버 곡인데, 이전에도 소개를 했었고, 여전히 좋아하는 Postmodern Juke Box의 커버다. 이 곡을 Queen의 Bohemian Rapsody 스타일로 커버했고, 노래는 (뮤지컬) 배우인 Michael Cunio가 담당했다. 2018년 10월 25일(미국 시간?)에 유튜브에 공개되었는데, 이들도 영화 '보헤미언 랩소디'의 개봉과 시기가 잘 맞은 것에 대해 언급한다. (의도한 것이라고 의심되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영화를 안 봐서 모르겠지만, 적어도 목소리만큼은 Cunio가 프레디 머큐리의 음색을 잘 재현했다고 생각하며, 음악의 스타일도 처음 들으면 (자주 들으면 좀 달라진다) 퀸 사운드 그 자체인 것처럼 들린다.

https://youtu.be/N26_hRIT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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