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을 위한 제안
1. 한번 말하기 시작하면 밤을 지새워도 모자랍니다.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에 보면 '잊힌 책들의 묘지'가 나옵니다. 이 곳을 지키는 사람이 되는 것을 상상했습니다. 누군가의 삶을 지키고 그 삶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일... 그런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의 삶은 모두 그만한 가치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껏 세상을 지키고 이어온 것은 어느 한 사람의 영웅담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수많은 보통 사람들의 삶이었죠. 이제 그들, 아니 우리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어머니를 알고 싶어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 이야기 속에는 어머니 말고도 또 한 사람... 제가 모르던 제가 있었습니다. 다시 저의 이야기를 생각하다 보면 어느 순간 또 다른 사람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를 발견하는 것은 아마도 제 아이의 몫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앞만 보고 살아왔던 사람들... 그저 하루하루 살아 있기를 소망하며 지나온 삶들... 어느새 뒤 돌아보니 꽤나 멀리 와있습니다. 사람들 속에서 슬쩍 빠져나오니 왠지 자신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그저 열심히 살았다는 것이 초라해 보이기만 합니다. 그런 분들을 어루만져 드리고 싶습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다는 것, 그것이 인생 최대의 성취이며 그만큼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 말입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서 '왜?'냐고 묻는다면 끝이 없는 이야기처럼 계속 말할 수 있습니다. 이건 두 사람의 대화에서 새로운 가상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까지 모든 차원이 일이 가능하니까요. 그래서 모든 말은 여기까지... 이제는 실행을 할 때이기 때문입니다.
2. 작게 누구나 할 수 있게...
꽤 오랜 시간 생각하고 기획을 했습니다. 하지만 사석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좋은 생각이야...'가 전부였습니다. 이런 생각을 저 혼자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해가 지날수록 비슷한 일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반갑고 고맙고 그렇습니다. 형태와 내용은 조금씩 다를지 몰라도 다 같은 일들입니다.
지금까지 해 온 가락이 있어서인지 뭔가 크고 아름다움 그림을 만들고 싶은 욕망이 남아 있었나 봅니다. 다음에 벌어질 일은 다음의 누군가에게 미룰 수 있다는 생각, 그래도 괜찮다는 생각이 이제야 듭니다. 그래서 더 단순하고, 더 접근 가능한 가능한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아니 더 쉽게 사람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찾아보니 많이 있었습니다. 근본적으로 제가 생각한 아이디어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매체가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수많은 인문학 프로그램... 인문학을 '사는 이야기를 서로 나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가장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인문학 프로그램이 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은 가장 효과적인 소통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만, 그렇다고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난관은 부딪히면 해결하는 것으로 하고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실행 가능한 방법 몇 가지
저는 오랫동안 영상 관련 일도 해 왔기에 영상 기록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삶의 도서관 프로젝트' 역시 영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책 같은 경우는 이미 '자서전 쓰기'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죠. 그래서 정의 내리자면 '삶의 도서관'은 영상으로 기록된 사람들의 삶을 보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은 '영상'이라는 그 점이 프로젝트의 시작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하죠. 그래서 원하는 혹은 의지가 있는 사람들을 찾고 실행 가능한 방법을 몇 가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진관) 동네마다 있던 사진관들... 이제 많이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인생 사진관'이니 하면서 콘셉트 사진으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나름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 카메라... 대부분 동영상도 되잖아요. 사진을 찍으면서 이야기도 담아 보면 어떨까요? 꼭 나이 많아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고등학교 졸업 기념으로 사진도 찍고 지난 3년의 이야기를 담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 번에 다할 필요도 없고, 한 달에 한 번이든, 일주일에 한 번이든 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도록 하는 것이죠. 사진처럼 일회성이 아니니 단골손님 관리도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자신의 사진관을 삶의 도서관으로 바꾸어 보는 건 어떨까요?
(지역 도서관) 요즘 도서관 프로그램을 보면 참 다양하고 좋은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점점 도서관이란 공간이 '책'이라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는 것 같아 좋습니다. 지금 현재로도 '삶의 도서관'에 가장 가까운 것 같습니다. 이 참에 동네 어르신들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한 번에 3~4명 정도로 4주~8주 정도로 구성하면 좋을 것도 같고요... 우선은 모여서 당신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하도록 하고 듣는 거죠. 녹음 정도로만 해도 충분합니다.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 자존감도 회복하고 그러고 나면 영상 촬영을 해 보는 거죠. 동네 어르신들이라면 '영상 자서전'이라든가, 영상 유언이라고 해도 어쩌면 받아들이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이야기들이 모여서 지역의 역사가 되는 것은 덤이겠죠? 아무래도 이런 부분으로는 전문가들이 많으실 테니... 조금 더 고민하시면 훨씬 근사한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독립 서점) 제가 독립 서점 응원하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독립서점 지원하는 사업을 해보고 싶은데 아직은 기회가 닿지 않네요. 다른 사업에도 가능하면 독립 서점과 연계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는 있습니다. 아무튼 독립 서점으로서 가까운 지역과의 유대 관계를 쌓는 측면에서도 '삶의 도서관' 프로젝트는 유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책 읽기라던가 다양한 프로그램들 진행하니까 쉽게 한번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름도 조금 더 근사하게 지어보고... 딱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가까운 곳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개인들)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는 시간을 마련해 보세요. 역시 처음에는 녹음을 하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서로 토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물어보고 길게 듣기만 하면 됩니다. 저는 어머니와 아들과 해보았습니다. 어머니에게는 '아버지와 어떻게 만나서 결혼했는지'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살아온 집(동네)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달라고 했습니다. 이렇게만 해도 어머니의 삶이 드러납니다. 이야기하시고 난 후, 나중에 영상 촬영을 하자고 했더니 흔쾌히 수락하셨습니다. 아들 녀석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모든 걸 다 털어놔 라는 접근만 아니면 누구든지 차근차근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겁니다. (글은 브런치에 쓰시고... ㅎㅎ)
4. 함께할 수 있는 것들
저는 제 나름대로 진행을 할 겁니다. 직접 사진관이나, 독립서점을 섭외해 볼 수도 있고, 기관이나 단체 등과도 협의해 볼 수도 있겠죠. 아마도 몇 년 후에 어느 동네에 '삶의 도서관'을 만들고 거기서 살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혹시 정말 직접 해보실 분들에게 제가 드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고민)같이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난관들을 해결할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좀 더 사람들에게 접근 가능한 방법들을 함께 고민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언제든 연락만 주세요.
(질문) 제 나름대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끌어 내기 위한 질문을 뽑아 보았습니다. 최근에 만난 한 박사님께서도 같은 준비를 하고 그분은 보다 전문적으로 심리학적으로 힐링의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질문서를 작성 중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어쨌거나 맨 땅보다 낫다고 생각한다면 제가 정리한 15개의 질문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영상 작업) 요즘엔 직접 하실 수 있는 분들이 많은데, 그래도 뭔가 도움이 필요하시면 연락 주세요. 시간이 허락하는 한 도와 드리겠습니다. 촬영과 편집 모두 가능합니다. 함께 하자는 요청도 좋습니다.
약간 런던에서 '헤이온와이'까지 찾아간 것이 2011년입니다. 그 이전에 이 생각의 씨앗이 심어졌으니 최소한 10년이 된 셈입니다. 지금까지는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나이도 먹고, 많은 부침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이유보다는 그저 뭔가 할 일, 할 수 있는 일이 좋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