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에 대한 기억들...
최근에 집중력이 너무 떨어져 있어, 책을 읽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자연스럽게 책 속으로 빠져 드는 그 한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있는데... 우선은 그냥 둘 생각입니다. 대신 읽었던 책들 혹은 아무 책을 골라 아무 부분이나 펼쳐 읽는 등 다른 방법들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 또한 나쁘지 않습니다. 이렇게 또 변해 가는 거 아닐까요?
- 어디에 정착을 하든 주변에 서점 찾아보는 게 첫 번째 과제입니다. 이 동네 주변에 서점이 없어서 좀 답답했는데, 이 와중에 독립서점이 하나 생겼다고 해서 놀러 갔습니다. '테이블 오브 콘텐츠'라고... 처음에는 엉뚱한 생각(진짜 테이블)을 했었는데, 좀 지나고 나서야 '목차'라는 것이 생각났습니다. ㅠㅠ (나이 듦이 서러운 사례라고 할까요... 조금씩 늦습니다.)
여전히 책방의 목표가 사라지지 않은 만큼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합니다. 제가 맨 처음 생각했던 책방은 도심(회사들 많은) 한가운데 비밀스럽게 존재하는 책장이었습니다. 삼성동에서 오래 일했는데, 지켜보다 보면 직장인들이 좀 쉬러 갈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크고 예쁜 곳보다는 잠시 숨을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휴식을 주는 공간? 이런 걸 생각했었죠. 책은??? 단지 거들뿐... ㅎ 이름도 정했었어요. '15 minutes'라고... 이게 세바시(여기도 15분이 콘셉트이라..) 등장하기 2년 전이었습니다.
- 계획을 잘 세우는 사람들은 실행이 안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제가 그런 사람이죠. 좋게 말하면 생각이 깊은 사람이라고 하는데, 깊다기보다는 그냥 생각이 많은 거겠죠. 생각을 하다 보면 두려움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게 실행을 막는 장애물이 되는 거지요. 그래서 제 주변에는 막 저지르는 사람이 필요한데, 그 사람이 저지르고 제가 뒤치다꺼리하다 보면 무언가가 되어 있게 되지요. 그런데 생각보다 그런 사람이 많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생각을 하라고 강요받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해주고 싶은 말은 '한번 해봐'입니다. 아들 녀석에게도 가장 많이 반복하는 말입니다. 이 녀석은 (생각은 모르겠고) 말만 앞서는 지라, 가끔은 '일단 해보기나 해'라고 핀잔을 주기도 합니다.
- 논현동에서 한 3년? 정도 거주한 적이 있었습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재미있는 곳입니다. 다른 곳에서는 느끼기 힘든 독특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원래도 어디 자리를 잡게 되면 동네 탐험(서점을 찾기 위해?)을 많이 하는데, 논현동은 동네 탐험이 재미있습니다(아주 조그만 디자인 전문 서점이 있는데,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네요). 골목이 많아서 지칠 일도 없고요... 몇 명의 동네 친구도 있었는데, 제가 책 선물 잘 안 하고, 권하는 일도 안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한번 읽어보라고 한 친구에게 주었습니다.
그냥 그 친구에게 필요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랬는데, 사실 책하고는 거리가 먼 친구라고 생각해서 오히려 더 부담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 친구는 이미 고인이 되었습니다. 이 책도 어딘가 버려졌을 것 같은데... 이제 신하고 편하게 얘기하고 있을 친구를 생각하면, 이 책은 또 제 갈 길을 찾았겠죠.
'감정'에 대해서 이런저런 메모가 많은데... 감정 말고 믿을 게 뭐가 있냐는 우리 신의 단호박 한마디가 위안이 됩니다.
-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책입니다. 한창 은둔 생활할 때 읽어서 더 좋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재나 주제에 대한 접근이 일관적이면서도, 개인의 경험과 잘 어울립니다. 저도 이런 식의 글을 자주 시도하는 편이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는데, 결과는 자연스럽게 보여도 굉장히 많이 생각해야 합니다. 게다가 잘못해서 어떤 의도가 많이 드러나게 되면 글이 부자연스럽게 되거든요.
암튼 분명히 할 것은 이 책은 외로움이나 고독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20세가 말의 예술과 사상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것들이 공교롭게도 외로움과 고독에 대한 것일지라도...
- 런던에서 특히 요 네스뵈에 대한 인기가 굉장했던 것 같습니다. 거리에 광고가 자주 보였거든요. 나중에서야 국내에서도 번역본이 나오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국내 웹 소설에 바로 연재를 하기까지... 선생님에 동화작가이며, 록 뮤지션인 작가의 이력이 매력적입니다. 한동안 국내 번역 출간은 꼬박꼬박 다 읽었는데, 어느 시점부터 흥미가 떨어지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스노우 맨'이 가장 좋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외국에서도 가다 서점을 보면 꼭 들르곤 하는데, 런던에서 비교적 많은 서점을 다녔던 것 같습니다. 대강 구역마다 하나씩은 있었던 것 같은데... 지하철에서도 휴대폰보다는 책을 펼쳐 읽는 사람이 많아서 신기해했었는데, 당시에 깨달았죠... '이 동네... 인터넷이 느리구나...' (사실 10년도 더 된 이야기입니다만, 그때도 그랬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