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어떤 의도를 갖고 문장을 고르는 것은 아닌데, 5개를 보아서 보다 보면 신기하게도 무언가 중심이 되는 주제가 보입니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편집자의 의도 같은 것이겠지만요...)
저는 사랑에 대해서는 낙제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유는 뻔합니다. 지나치게 사랑을 생각하려고 한다는 것... 사랑은 생각의 영역이 아니라 감정의 영역이란 것을 자꾸만 무시하는 거... 뭐, 이런 이유 아닐까요? 그러니 사랑에 대해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별로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다는 것의 증거가 아닐는지... 정말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글 같은 건 쓰지 않아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민음사에서 나오는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는 나오는 대로 챙겨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세대와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작가들 면면이 만만치 않으니 독자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꿀인 기획인 거죠. 좋은 작품들이 많지만, '딸에 대해여'는 읽는 내내 정말 기가 막히다고 생각했는데요. 가장 충격적인 것은(뭐라 적당한 단어가 생각이 안 나는데..) 노년(혹은 장년)의 생각과 행동을 어떻게 이렇게 잘 그려낼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이건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를 거야 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튀어나와서... 작가 프로필을 몇 번이나 다시 보았는지 모릅니다. 엔딩도 제가 좋아하는 류의 엔딩이라... 나름 개인적으로 애정 하는 작품입니다.
한 때 우후죽순처럼 길냥이 관찰 일기가 쏟아져 나왔던 때가 있었습니다. 서점에 한 코너를 구성할 만큼... 아마도 이용한 작가님의 시리즈가 원조 아니면 도화선쯤은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하케 씨의 맛있는 가족일기]에도 비슷한 생각들이 있습니다. 언젠가 자식들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 그렇습니다. 사랑은 어떤 것이다라고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사랑이 무엇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랑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하는 것인지가 조금 더 먼저여야 하지 않을까요?
이번에 사진들은 2011년 파리 여행에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5번째 방문이었나? 암튼 자주 가다 보니 이전보다 사진들이 명쾌해서 좋아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여름이어서 색도 좋고요... 파리에서는 사계절을 다 경험해 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그때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파리가 어땠냐고는 묻지 말아 주세요. ㅎㅎ 좋은 소리 안 나옵니다.) '엄마와 아들' 사진은 제가 가장 자주 찍었던 콘셉트이고요.
아멜리 노통브의 작품들은 한 번씩 뒤통수 얻어맞는 기분이 일품인데요... 아마도 그 포인트는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저는 아주 가끔씩 분량(길지 않아서) 때문에 선택하곤 했습니다.
이 구절을 읽고서는 진짜 '아!' 하는 감탄이 흘러나왔습니다. '부재'가 주는 불안함... 이것이 이끌어 내는 비합리성을 깨닫게 된 것이죠. 따지고 보면 없어도 되는 것들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불안감... 끝내 부족하더라도 부재를 채우고 싶은 마음... 그것이 '욕망'의 한 모습이라는 것... 정말 무섭지 않습니까?
'사랑'이라는 것도 그러하지요. 살아가면서 없으면 안 되는 것도 틀린 것은 아닌데, 그렇다고 당장 없다고 큰 일 나는 것도 아닌데, 그걸 못 견뎌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 쉽게 볼 수 있잖아요. 없는 것은 없는 대로... 괜찮아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니 세상이 많이 달라지더라고요.
'없는 것은 없는 대로'의 반대편에 서는 것이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가 아닐까 싶습니다. 간단하지만 쉽게 잊고 사는 진리인 듯합니다. 가진 것에 대해 소홀하고 없는 것에 대해 열망하는 이 뒤틀린 마음이 어떻게 왜 생겨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잘 살아가는 것에 대해, 아니면 지나치게 정해진 삶에 대한 신의 장난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고로 최진영 작가의 최신작인 '이제야 언니에게'도 비슷한 구절이 나옵니다.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어딘지 모르게 선동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강력한 말입니다.
번역이 살짝 극적인 느낌을 죽인 듯한데요... 처음에는 잘 이해가 안 갔습니다. 저는 단순해지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맥락 상으로 보면 한 소프트웨어 객체를 위해 생기는 많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하는 일들에 대한 반대급부를 말하는 것인데 이걸 '단순해진다'라고 하니, 보편적인 인식 상의 혼란이 온 것 같습니다. (제 얘깁니다. ㅎㅎ)
테드 창은 그 명성에 비해 제가 몰랐던 작가인데요, 몇몇 추천글을 보다가 한번 읽어보자고 보게 되었습니다. 필립 K. 딕의 21세기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느낌이었는데, 훨씬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아직 PKD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암튼 결론입니다. '사랑'은 우리 삶에서 가장 인내하고 감당해야 할 어떤 것이라는 거죠. 무언가를 기대하고 바란다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그러니까 사랑은 하고 싶어서 하기보다는 다가온 것에 대해 감당해 나가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뭐, 사랑의 낙제생이 내는 답안이니까... 크게 신경 안 쓰셔도 될 것 같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