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ke Dec 05. 2015

I love her, but only on my own

누군가를 사랑하는 대가에 대하여

'완전 연애'란 소설이 있다. 일본 작가 마키 사쓰지(필명)가 2009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2010년쯤에 읽었다. 미스터리 측면에서는 약간 심심한 편이다. 한 여자가 한 남자를 평생 사랑하는 이야기다. 스포일 수도 있지만, 그 남자는 그 여자로부터  사랑받은 것을 알지 못하고 죽는다.


꽤 괜찮아 보였다. 그렇게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좀 허무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랑을 하는 것일까? 완전범죄를 완전 연애로 바꾸어 그 의미를 유지하기에는 범죄와 연애의 속성이 많이 다르다. 짝사랑은 들켜서는 안된다는 얘기일까?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의 대가에 대해 생각해 본다. 흔히 사랑은  대가 없이 주는 것이라 말 하지만 너무 쉽게 말하는 것은 아닐까? 그럴 리 없다. 그럴 수 없다. 상대방이 알지도 못하는 데 그걸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레미제라블의 국내 공연이 이루어졌을 때, 후배가 보여 달라고 졸랐다. 혼자가 아니라 자신의 와이프도 같이. 결혼 선물이라나... 그리고 그럴 경우 내가 좀 심심할 테니, 한 명 더 해서 4명이 같이 보자는 제안이었다. 꽤 거금(당시 내 월급의 3분의 일)이었지만, 흔쾌히 수락했다. 3명 모두 내가 선물해도 좋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으니까, 돈이 아까울 이유도 없었다. 다만 그 기획은 후배가 나를 위해서 의도한 것이었다는 것을 몰랐을 뿐이다.


레미제라블을 보면서 유독 눈에 들어온 것은 에포닌이었다. 마리우스를 짝사랑하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밟혔다. 에포닌이 부르는 'On my own'은 마음이 아팠다. 특히 마음 아픈 부분은 'All my life I've only been pretending'이라고 깨닫는 부분이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서가 아니라, 알고 싶지 않은 것을 알아야 하는 아픔이다. 하지만 나에게 주는 의미는 조금 다르다. 사랑하는 척, 시늉만 낼뿐, 사랑할 줄 모르는 것에 대한 고백이었다.


주위의 동료, 선배, 후배들은 꾸준하게  이야기를해주었다. 내가 그녀를  좋아하고 있다고. 하지만 난 아니라고 했다. 좋아하는 것일 수는 있지만, 당신들이 의미하는 사랑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금도 나는 두렵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을. 그리고 대개 그 대가로 남는 것은  아픔뿐이니까. 그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면 사랑할 자격은 없다. 아픈 것까지 사랑의 일부니까. 그걸 너무 뒤늦게 깨달았다. 그리고 깨닫고 난 후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나는 여전히 '척'할 뿐이다.


나중에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되었을 때, 아마도 그게 마지막일 거라고  예감했을 때, 그날 함께 레미제라블을 보았던 친구에게  얘기했다.

'혹시 나 좋아했던 건 아니지?'

 'ㅎㅎ 그걸 왜 물어?'

'주변에서 너하고 나하고 엮으려고 많이 노력한 거 알아? OO형은 나하고 너하고 사귀는 게  평생소원이랜다.'

'그래? 몰랐네. 그냥 재밌자고 하는 얘기겠지. 그래서 형은 뭐라 그랬어?'

'네가 날 좋아할 리가 없다고 그랬지. 사람들은 참 이상해...'

'........'


결국 내 얘기는 하지 않았다. 지금도... 누군가 다시  물어본다면, 얘기하지 않을 것이다.


On my own (by Frances Ruffelle): 3분 59초

1985년 발매

빅토르 위고 원작

작사/작곡:  Alain Boublil, Claude-Michel Schonberg

오리지널 뮤지컬은 1980년 9월 24일 파리, 팔레 드 스포츠에서 초연 (영미 권식으로 말하면 Premire로 초연)

여러 버전의 리코딩이 있지만, Original London Casting이 가장 오래된 공식 리코딩 버전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5종 정도 수집했었는데, 가장 좋은 음반이기도 하다.

음악만 생각하면 Dream Cast 버전(DVD)도 좋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콘서트니까... 살짝 열외.

2012년에  영화화되었고, 몇 가지 패러디 버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나름 레미제라블 팬으로서 나쁘지 않았다. 아쉬운 부분 (에포닌... ㅠㅠ)도 있지만, 에디 레드메인이 연기한 마리우스는 뮤지컬 보다는 더 나은  캐릭터였다고 생각한다.

역대 에포닌 캐스팅 중에선 레아 살롱가(Lea Salonga)를 최고로 좋아한다. 한국 공연에서의 에포닌도 그녀였다.  노래뿐만이 아니라, 그녀 자체가 에포닌의 현신이라고 느껴질 만큼 가장 완벽한 캐릭터였다.

런던의 극장에서 레미제라블 보려고 하면서 설마  매진되겠어?라고 방심했다가 진짜 매진(한 달 정도 뒤까지 몽땅)에 현장 표도 줄 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아차 싶었다. 런던에 가서 레미제라블을 보고 싶으면 가기 전에 예매해 놓으라고 조언한다. 결국 다른 것을 보긴 했지만, 그래도 뿌듯했다. 레미제라블이여 영원하라!!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대해서는 할 얘기가 너무 많다. 곡이든, 극이든... 앞으로 몇 곡은 더 리스트에 오를 텐데, 나에게는 레미제라블 자체가 완전한 송북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대는 언제나 그리운 사람 굳이 사랑이 아니더라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