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게 부끄러운 것은 아닌데...
가끔씩 전화나 문자를 통해 '대표님, 저 보고 싶으시죠?'라고 큰소리로 이야기하는 친구가 있다. 살짝 당황하기도 한다.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그렇게 큰소리로 다그치듯 물어보는 경우도 흔한 경우는 아니니까. 만약 누군가 옆에 있다면 오히려 당황하는 게 더 이상하다고 의심할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가끔씩 생각한다. 물론 그 친구만 생각하는 건 아니다. 남자든, 여자든, 곁에 있는 사람이든, 멀리 있는 사람이든... 사람 생각을 많이 한다. 밤에 혼자 남아 있을 때에는 그날 낮에 본 사람을 생각하기도 하고, 20년, 30년 전의 사람을 생각하기도 한다. 어쩌다가 완전히 잊은 듯했던 사람을 떠올리곤 신기해하기도 한다. 내 옆에 그런 사람도 있었구나 하고... 막상 만나게 되면 얼굴도 기억 못할 텐데도...
특히 나쁜 사람들도 많이 기억하고 '보고 싶어' 하기도 한다. 엄밀히 말하면 '나쁘다'라는 규정은 상대적이니까 내가 쉽게 나쁘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최소한 나에게는 그런 사람들. 이런 경우가 있다. 같이 일하는 분이었는데, 사정이 어렵다고 결재를 먼저 해달라고 요청했다. 회사에 얘기했지만, 규정상 안된다고 해서 내가 먼저 돈을 주고, 해당 결제는 나에게 해달라고 했었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회사에서 그분에게 또 입금을 해주었다. 묘하게도 그 이후로 그 분과는 연락이 안됐다.
이런 일도 있었다. 군대에 있을 때, 친구 소개로 편지를 통해 알게 된 친구였는데, 제대 후에 연락처가 엇갈려서 한동안 못 만났었다. (당시에는 집 전화번호 바뀌면 연락 두절이다.) 나도 거의 잊고 살았는데, 직장으로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나는 잊고 살았지만, 그 친구는 나를 잊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결혼할 준비를 모두 마치고 다시 어렵게 수소문해서 나를 찾았던 것이다. 마침 그 전에 다른 일로 선배의 조언을 들은 것도 있고 해서, 그 자리에서 냉정하게 '난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얘기하고는 그 뒤로 다시 보지 않았다. 이런 경우는 내가 나쁜 사람이겠지만...
누군가를 보고 싶어 하고, 그리워하는 것이 무엇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그것을 통해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은 것인지, 그 사람에 대한 추억인지... 그럴 때마다 마음 한 편이 무거워진 때가 많다. 상대에 대한 원망인 경우도 있고, 나에 대한 자책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리워하는 모든 것들이 다 사랑일 필요는 없다. 이제는 무거운 책임은 슬쩍 피하고, 그냥 보고 싶다고 그립다고 말해도 괜찮을 것 같다.
굳이 사랑이 아니더라도 (by 서유석): 4분 38초
1990년 4월 25일 발매
서유석의 한돌 노래 모음집의 앞 면 네 번째 곡(LP 기준), '홀로 아리랑'이 대표곡
작사/작곡: 한돌
서유석이 부른 한돌 타래 집은 의외였었다. 일단 가수 서유석이 무척이나 낯설었는데, 비유하자면 선동렬이 다시 마운드에 등판한 격이다. 그는 1969년에 데뷔했고, 90년 즈음에는 라디오 방송 진행자로 더 친숙했었다.
한돌은 서유석이 아니라, 신형원, 노래를 찾는 사람들 등과 어울리는 가수 겸 작곡자이다. 대학에 와서 국어 공부를 다시 했는데, 그때 교본이 이오덕 선생님의 책들 이었다. 그런데 그 책 그대로 그야말로 교과서적인 한글 가사가 한돌의 곡들이었다. 그래서 좋아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곡들이 동요 비슷하게 단순하면서도 쉬운 멜로디를 갖고 있는데, '노래'라고 하기 좋은 곡들이다.
물론 이 음반의 대표곡은 '홀로 아리랑'이다. 이 곡은 여러 버전이 있는데, 그래도 난 서유석의 목소리에 실린 '홀로 아리랑'이 가장 좋다.
'굳이 사랑이 아니더라도'는 짧은 노랫말을 가진 곡이다.
진주 목걸이가 아름답구나
엄마손 잡고 가는 아가의 눈웃음도
그토록 보고 싶던 사람이지만
서산에 저물어가는 나의 옛 친구
저만치 멀어져가는 그대 이름을
부르고 싶었지만 차마 부를 수 없었네
그대는 언제나 그리운 사람
굳이 사랑이 아니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