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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Jan 04. 2016

나이 서른에 우린 기억할 수 있을까

서른 즈음에, 난 어디에 있었을까?

한 아이가 있었네, 외로운 아이가 있었네
가슴속에 조그만 날개를 가진 아이였다네
날이 차던 어느 저녁,  큰길가에서
다리 다친 강자기 한 마리를 품에 꼬옥 안고
사람들이 밉다며 울던 그 아이 ('한 아이' 중, 백창우 시)

초조함 같은 게 있었다. 3년을 가까이 거의 쉬지 않고 일했고, 이제  떠나야겠다는 생각도 했고(일주일 휴가로  무마되긴 했지만), 잘 알지도 못했던 경제 환란 덕에 회사도 쑥대 밭이 되어 버리고, 요즘 식으로 말하면 내 커리어도 엉망이 되어 버렸다. (물론 내가 선택한 것이지만...)


처음은 싫증이었다. 일이  재미없다기보다는 그냥 벗어나고 싶었다. 이러다가는 오랜 시간 가슴에 숨겨 두었던 내 일을 못하게 될 것 같았다. 아니 서른이 지나 버리면 그것들이 사라질 것 같았다. 그래서 시작된 첫 번째 반항이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었다. 회사  그만두고 카메라 하나 들고 어디로 가고 싶었다. 결국 어디로 가긴 갔지만, 벌 때에 쫓기다 다시  돌아왔다.


두 번째는 IMF였다. 회사는 어수선했고, 어영부영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때 나도  흩어졌어야 했는데, 이번에도 아무 데도 가지 못했다. 선후배들과 함께 사무실을 얻어 이일 저일 했다. 한 일 년은 백수로 지냈고, 프리랜서로 일하기도 하고(그래도 첫 공중파 진출이었다), 홈쇼핑 제작도 하고, 인터넷 쇼핑 사업(무려 1998년에!)도 했다. 


돌이켜 보면  그중에 아무 거나 하나 잡아서 정착했어도... 인생 모르는 일이었는데, 그 모든 일들이 내 것이 아닌 듯했다. 간단히 설명하면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였던 것이다. 애초에 내가 공부하고 관심을 가졌던 것도 사회적인  주제보다는 개인적인 주제가 많았다. 사람을 바라볼 줄은 알았는지 몰라도, 사회에 대해서는 장님이었다. 내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기에는 많이 모자랐던 것이다.


그러다 느닷없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서른을 맞이 했다. 갑자기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어? 서른인데 멀쩡하네?'였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 그제야 처음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꿈을 꾸고, 꿈을 이루기 위해 살라고 말을 하지만, 난 아예  꿈속에 살았었다. 그리고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동안의 나는 사라져 버렸다.


*나이 서른에 우린 (by 임규홍 with 노래마을 사람들): 3분 50초

*1986년 9월 15일 (*앨범에 찍힌 제작일, 이게 발매일인지는 확실치 않다.)

*작사/작곡: 백창우

*노래마을 1집의  A면, 세 번째 곡. (이건 LP로 밖에 없다.) 후에 3집에 다시 한번 실리는 데, 편곡과 가수는 다르다. 3집의 노래는 이정렬. 객관적으로 3집이 조금 더 안정적인 보컬이긴 하지만, 임규홍의 떨림 가득한 목소리가 좋을 때가 많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과 '노래마을 사람들'은 비슷한 이름이라 처음에는 노찾사 아류인가? 정도 생각했다. 사실 아류는 실례고... 비슷한 철학의 노래패인 것은 맞는 것 같다.

*아주 수줍은 개인적인 고백이지만, 예전부터 '노찾사'보다는 '노래마을'을 더 좋아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노랫말 때문이었다. 노래마을 쪽이 좀 더 개인적이랄까? 내가 감당하기에 조금 편했다.

*노래마을 1집은 어느 하나 버릴 곡이 없다. '마지막 몸짓을 나누자(비두로기)', '한 아이(비두로기)'가 가장 좋아하는 곡, '아버지 꽃(주경숙)', 축혼의 노래(주경숙)'을  자주 들었다. 암튼 다 좋다. 플레이어에  올려놓으면 앉을 틈도 없이 뒤집기 바쁘게 된다. 그냥 두면 몇 번이고 듣게 된다. 앨범 전체를...

*백창우 선생님은 후에 동요도 많이 만들었는데, '굴렁쇠'라는 어린이 노래패를 만들어 이끌고 계시다. 자료  찾아보면 가요, 동요 외에 CCM도 엄청나게 많이 만드셨다 한다. 내 비록 무신론자지만 선생님께서 만드신 CCM은 꼭 찾아 듣고 싶다. (사실  CCM은 가끔 듣는 편이다. 스트라이퍼(Stryper)라는 메탈 CCM 밴드도 있고...

*곡들이 대체로 가사와 멜로디 중심이라 심심할 수도 있는데, 그게 싫으면 이런 곡들도 좀  커버해주면 좋을 것 같은데... 오디션 프로든, 경연 프로든...

그 아인 지금 없다네, 내 곁에 지금 없다네
구름이 오는 곳으로 먼 길 떠났다네 ('한 아이'중. 백창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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