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ke Jan 15. 2016

Their way across the universe

마지막에 어울리는 노래

지난 주말에 문득  'across the universe' 노래가 생각났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어떤 작품에서 이 곡을 언급했었다. 시작 부분에 새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린다고... 그런데 난 이 노래를 들으면서  새소리를 한 번도 들어본 기억이 없다. 뭔가... 잘못된 거 아닌가?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데자뷔'처럼 무언가 떠오르는 영상이 있다. 흐릿하게... 그리고 아주 천천히 하늘을 나는 새와 새의 시각으로 펼쳐지는 풍경. 늘 똑같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영상이다. 피오나 애플(Fiona Apple)의 노래도 처음인데 익숙한 느낌이다.


문득문득 그럴 때가 있다. 내가 처한 상황이 낯설지 않다는 기분. 너무 좋아서 방방 뛰면서도 '이 장면 어디선가 본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쁠 때도 그렇다. 아프고 괴로운데, 침착하게 생각해 보면 낯설지 않다. 그렇게 깨닫게 된다. 삶은 반복이다.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지금도 숙제다. 아니다. 지금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가 숙제인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그런 의문이 든다. 사는 게 이렇게 재미(혹은 의미) 없는데, 왜 살아야 하지? 잘 이해가 안 가는 일이다. 내일은 다를 것이라고? 흠.. 그건 일부는 맞는 말 같다. 정말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어차피 제로섬이다. 좋을 수도 더 나빠질 수도 있는 것이니까.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방향만 바꾸면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내게 그건 같은 질문이다.


여전히 목표는 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는지... 최소한 내 삶의 목표가 없었던 적은 없다. 그게 지금까지의 나를 있게 했던 동력이었으니까. 하지만 왜?라는 질문에 대해선 흔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행복한가? 씁쓸하게도 내가 배운 잘 사는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그만큼 정도 행할 수 있는 악마 같은 재능도 있다. 그러나... 그게 안된다. 아무리 머리 속에 계산이 서도 그게 안된다.


결국 내린 결론은 이렇다. 죽으면 죽었지, 못되게는 못 산다고. 나 살겠다고 나쁜 짓은 못하겠다고. 나쁜 짓이란 별거 아니다. 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누구에게든 내 책임을 회피하는 일은 못하겠단 것이다. 그렇기에 죽는 건 가장 못 되고 나쁜 짓이다. 다시 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면 열심히 산다. 태어나고 죽는 것은 내 선택이 아니니까. 


이것도... 낯설지가 않다. 아마 내일 아침도 익숙할 것 같다.


일주일 동안이나 생각했다. 왜 이 곡을 떠올리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제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때 난 '마지막'에 어울리는 노래를 찾고 있었던 것 같다.


(*비틀스의 'Across the universe'는 'Let it be' 앨범에 실리기 전에 Word Wildlife라는 재단에서 기획한 자선 앨범을 통해 먼저 발표가 되었다. 그 곡에 새소리가 있다.) 


*Across the universe (by Fiona Apple): 5분 6초

*1998년 개봉된 영화 '플레전트빌(Pleasantville)'에 삽입된 곡으로 사운트랙의 첫 번째 곡. 영화는 기억이 났는데, 어느 장면에 삽입된 곡인지는 잘 모르겠다.

*작사/작곡: Lennon-McCartney (처음으로 오리지널이 아닌 커버곡을 메인으로 잡았다.)

*비틀스의 모든 곡은 레논-매카트니 작사/작곡으로  표기되지만, 각자 만든 곡은  구분되는 데, 이 곡은 존 레넌이 만든 곡이다.

*원곡은 비틀스(The beatles)의 마지막 앨범인 'Let it be'(1970년 발매)에 세 번째 곡으로 실려 있으나, 그보다 먼저 World Wildlife 재단의 후원 앨범에 실려 1969년에 발매된 바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보다 먼저 1968년에 녹음을 한 바 있으나, 발매는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록을 보면 비틀스의 곡들이 테이크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곡에 대해서 존 레넌은 마음에 드는 버전은 한 개도 없다고 얘기한 바 있다.

*대략 8곡의 원곡 포함한 커버 곡을 들어 봤는데, 나는 피오나 애플(Fiona Apple)의 버전이 가장 느낌이 좋았다. 이 곡은 가사나 멜로디 혹은 특정  부분보다는 전체적인 조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피오나 애플의 곡이 나의 송북 리스트에는 오르기 어려울 것 같지만, 그녀의 음악은 좋아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A seven nation army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