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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Jan 12. 2016

Non, je ne regrette rien

아니,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대체로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게 가능한 일일까? 차라리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하지 말라고 말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고 말하듯이... 누구나 후회는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는 것을 피하려고 애쓰는 것만큼 안쓰러운 것도 없다. 억지로라도 후회하지 않아야 한다.


'내 삶의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을까?' 이만큼 어리석은 질문도 없다. 전체를 볼 수 없는데, 어떻게 최고의 순간을 꼽을 수 있단 말인가? 욕심이란 게 그렇다. 안 좋으면 당연히 좋아질 것을 기대하게 되고, 좋으면 더 좋은 걸 기대하게 된다. 그래서 '최고의 순간'은 만나기 어렵다.


전에 미친 듯이 여행을 다닐 때도, 그렇게 말했다. 지금 할 수 있을 때 하자고... 만약  그때 여행을 다니지 않고 돈을 모았다면 지금은 조금 더 나아졌을까? 아마도 좀 더 여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삶의 방향은 이미 바뀌었을 것이다. 지금 여행을 간다 해도 그때의 감정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더 결정적인 것은 지금 그때만큼 여유 자체를 즐기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시절은 내가 누릴 수 있는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 때였고, 다행스럽게도 나는 그걸 충분히 누렸다.


나는 나의 최고의 순간이 이미 지나 버린 걸 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렇게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기도 힘들다는 걸 알게 된다. 딱 한 가지 잘못 생각한 것은 그 순간이 오래 계속될 줄 았았다는 것 정도? 지금 남은 것은 그저 미련일 뿐... 다른 좋은 순간은 또 올지 몰라도, 내게 있어 최고의 순간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다행이다. 최고의 순간이 그 때여서. 내가 기억할 수 있어서. 후회하지 않을 수 있어서.


다시 듣는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 '회한'이라는 감정을 한 뼘 더 깊게 알게 된 것 같다. 노래가 들려주는 이야기 그 너머의 것을 살짝 본 것도 같다.


Non, je ne regrette rien (by Edith Piaf): 2분 21초

1959년 발매(? 아무래도 프랑스어라서 자료 확인하기가 어렵다.)

작사: Michel Vaucaire

작곡: Charles Dumont

곡은 1956년에 쓰여졌고, 유명한 것은 1959년 에디트 피아프의 목소리로 녹음된 것으로 옆의 이미지는 1960년에 콜럼비아에서 발매된 것이다.(이마저도 믿을 수 있을지...)

작곡자의 회고에 따르면 원래는 다른 프랑스 가수를 염두에 두고 제목을 정했는데, 에디트 피아프를 고려해서 제목을 바꿨다고 한다. (trouverai에서 regrette로) 이만하면 그녀를 위한 곡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이 곡에서 다른 가수의 목소리를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어떤 단편 영화에서 다른 가수가 부르는 것을 들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다만 이 곡을 녹음한 시기가 1959년이니까, 이후 그녀의 삶을 생각해 보면, (1962년 마지막 결혼, 1963년 3월 마지막 공연, 1963년 10월 11일 마지막 날) 이 곡은 그녀의 인생 그대로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 인생을 내가 직접 노래로 표현하는 건, 그 자체로 예술이다.

클래식 음악은 작곡가 중심으로  표기된다. 베토벤의 어떤 어떤 곡. 연주는 누구. 마찬가지로 대중음악 역시 초기에는 작곡가 중심이지 않았나 추측한다. 누구의 곡이  발표되고, 공연자(가수)는 누구라도 곡을 부를 수 있다. 그런데 녹음이 시작되면서 그게 지금처럼 가수 중심으로 변하게 되지 않았을까?

오히려  대중음악 가수는 행복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작사/작곡하지 않아도 원곡 가수라고  대우받으니까. 고작 가장 먼저 녹음한 것일 뿐일텐데... 옛날 기준으로 보면.

워낙에 유명한 가수고, 유명한 곡이지만, 곡 제목은 발음이 어려워서... '아, 그 노래'가 제목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ㅎㅎ

음악에 관심이 없다면 영화 리스트를 뒤져보아도 한 보따리는 나온다. 앞으로도 계속 나오지 않을까... 내가 만약 감독이라면 웬만한 시나리오의 엔딩에는 거의 어울릴 것 같다. 일단 반주가 그런 느낌... 뭐랄까, 지금까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그런 구조와 흐름이고, 가사도 그렇다. 게다가 마지막의 반전까지 생각하면... 요즘에 열심히 보았던 '분노의 질주'에도 대입시켜 보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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