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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Jan 08. 2016

God only knows

보이지 않는 것을 믿을 수 있는 용기

'신은 알고 있다' 혹은 '신만이 알고 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얼마나 억울한 심정일까... 생각해 본다. 사람들은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니...


사실 어제 미나토 가나에('고백'이라는 소름 끼치는 소설의 작가)의 단편집 '망향'의 첫 편 '귤꽃'을 읽고 나서 이 곡을 생각하게 되었고, 엮어서 글을 쓰고자 오랜만에 노래를  찾아들었다. 소설의 내용이 그러했다. 오직 신(있다면)만이 아는 이야기를 안아야 했고, 그걸 감당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나도 모르게 마음 한 편이 휑해지는... 그게 말이 좋아 '빛도  찾아내는 이야기'이지 그걸 안고 살아가는 당사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고통과 감내의 시간인 게 뻔한데... 힘들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내게 닥쳐온 일들이 그런 것이었다. 나는 직업적으로도, 성향상으로도 말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많다. 많이  받아들이는 편이지만, 그래도 때로는 답답한 상황이 있고, 그를 때마다 점점 말할 수 있는 곳이 사라져 가고 있음을 깨달아 가고 있다. 이젠 어떤 일이 생겨도 어디 가서 말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예전에(내게는)는 SNS가 그런 곳이었는데, 이젠  그곳도 이젠 믿을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렸다. 가끔 지극히 개인적인 푸념이라도 싸질러 놓으면 바로 추궁이  들어온다. 내가 뭐 공인도 아닌데... 하다가도 문득문득  두려워진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계속되는 자기 검증일 뿐이다. (정말 내가 그랬나? 지금 얘기하는 것이 과거의 나랑 다른가? 무엇이 달라진 것인가? 되물어 보는..)


'말을 한다'와 '혼잣말을 한다'는 다른 얘기다. 말을 하고 그걸 통해서 무언가 해소를 한다는 건 누군가 들어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들어 준다'는 것에도 여러 가지 차원이 있다. 지금은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듣고 싶은 이야기를 선택하는 시대다. 그러니 나의 이익과  관계없는 이야기는 듣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더 나아가서는 내가 재미없는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강요하는 시대다. 이게 소통의 시대인가?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의 'God only knows'는 단순한 사랑 노래다. 당신 없이 내가 어떨 것이라는 건 신만이 알 수 있다고... 굳고 굳은 다짐을 하는 노래다. 그러나 내게는 오늘 유난히 많은 것들이 이 노래 안에  겹쳐진다. 소통(커뮤니케이션), 신뢰 등등.... 모두 다 지금 이 시대에 심각한 문제들이다.


당신이 알지 못하는 시간과 장소에서도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 매우 멋진 말이지만, 불행하게도 이 말을 믿어 주는 사람이 없는 시대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어떤 선행을 해도 그건 존재하지 않는 일일 뿐이다. 그러면서도 한 편에서는 그런 걸 굳이 자랑한다고 폄하하고... 도무지 뭐가 기준이 되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가장 좋은 건 마치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한 것처럼 꾸며서 모든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렇게 써놓고 보면 얼마나 웃긴 말인지...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결국 다시 시작된다.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특히나 스스로 선량하고, 건전하다고 하는 사람들.... 그들이 더 두렵다. 스스로가 정의롭고 상식적이라고 믿고 있지만, 실상은 권력 구조의 논리에 너무나 쉽게 빠지는 사람들. 입으로는 아니 인터넷 상으로는 올바른  척하면서 실생활에서는 '내가 살아야 하니까'를 핑계로 쉽게 상식을 뒤집는 사람들...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고 하면 열광적으로 지지를 하지만, 결국 그 어려운 사람이 자기여야 하는 사람들... 과연 이 어둠의 터널에 출구는 있는 것일까? 나는 어디까지 믿어야 할 것이며, 내가  믿는다는 것을 어떻게 알려야 할까.... 끝없는 질문의 소용돌이에 갇힌 밤이다. 오늘은.... 혼란스럽다. 신만은 알아 주기를 바라는 것조차 버겁다. (도대체 있지도 않은 신이 알아준들 뭐가 달라진다고...)


God only knows (by Beach Boys): 2분 55초

1966년 7월 11일 발매(싱글)

작사/작곡: Brian Willson, Tony Asher

1966년 5월에 발매된 비치보이스(The Beach Boys)의 11번째 앨범 "Pet Sounds"에 8번째 곡

"Pet Sounds" 앨범은 팝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앨범으로 꼽히고 있으며, 역대 명반 서열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앨범이다. 지금도 Acclaimed Music이라는 사이트에서는 앨범 부분에서 1위에 올라 있다. 롤링스톤의 '역대 최고의 앨범 500'리스트에는 비틀스(The Beatles)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에 이은 2위다.

처음 앨범 발매 당시에 미국에서는 뜻뜨미지근한 반응이었는데, 오히려 외국에서 더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싱글 역시 'Wouldn't it be nice"가 A면이고, 이곡은 B면의 곡이었다. 양면의 어느 쪽이든 무슨 상관이겠냐마는, 싱글 커버에 표기되는 곡이 A면이니까. 이 역시 외국에서는 'God olny knows'가 A면. 어쨌거나 지금은... 어쩌면 유네스코 지정 인류문화유산으로 선정될지도 모를 일이다.

당시에는 대중음악의 제목이나 가사에 'God'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일이 드물었다고 한다. (그땐 그랬나 보다.) 특정 종교의 신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2014년에 BBC Music의 론칭을 알리는 곡으로  선정되었고, 곡은 'Children in Nees 2014'를 후원하는 곡으로  발매되었다. 언론에서는 그 좋지 못한 의도였다고 평가 절하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곡은 서비스 론칭을 축하하는 프로모션용이고, 언론도 그 부분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2007년에 'Perfect Day'로 같은 프로모션 및 후원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의 엔딩 장면에 흐르는 곡인데, 이제야 그 의미를 조금 이해할 것 같다. 이 곡도 러브송이니까... 1절의 가사는 단순하고, 아름답고, 한편으로는 애처롭다.

I may not always love you
But as long as there are stars above you
You never need to doubt it
I'll make you so sure about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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