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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Jan 24. 2016

Keep on singing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

어쩌면 사는 것과 일하는 것은 다른 종류의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는 일'이라고 했을 때, 전혀 어색함이 전달되지 않는다. 따져 보면 그건 얼마나 거칠고, 목적 없는 말인가. 어떤 일을 한다는 것은 산다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그 바탕을 위해 일을 한다는 순환 논리가 자연스럽게 되어 버렸다.


사람은 무려 20년 가까이나  보호받고,  교육받는다. (자연에 이런 주기를 가진 생명체가 또 있을까? 길게 잡아도 전 생애의 20%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하고 싶은 일'이 형성되어야 한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의 종류는 상대적으로 단순해서 많은 사람들이 같은 목표를 갖게 된다. 결국 다수는 '하고 싶은 일'을 버리고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일을 하는 시간들이 쌓여서 '잘 할 수 있는 일'이 된다.


이제 막 사회에 나가려고 하는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강요하는 건 그래서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일들이 있는지 제대로 보여 주지도 않으면서, 무조건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으라고 하는 건 무책임한 강요일 뿐이다. 그렇다. 겪어 보지 않고는 어떤 일이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하나의 범주일 뿐이지, 구체적인 일은 아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은 사회에 나와서 일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더 구체적이고, 강렬하게 생겨날  수밖에 없다.


나는 운 좋게도 '하고 싶은 일'을 갖고 사회에 나왔지만, 지금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일이 있음을 알게 되고,  그중에 다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지금까지 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호기심이 넘쳐 새로운 일을 알게 되면 그것도 하고 싶어 지는 경우가 많아져서 지금도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지난 일 년 동안 거기에 빠져 허우적 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내 바람과는 달리, 세상이 내게 원하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과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지금 나의 사회 가치는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고, 사람들이 내게 원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야 그 가치는 조금이나마 올라갈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만을 고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슬퍼하지 않으리'는 뮤지션 자신의 이야기다. 태어나면서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 함께 어릴 때부터 음악을 해 왔고, 결국 아버지도 보내야 했지만, 그래도 계속 노래하는 가수의 운명을 이야기한다. 아버지가 했던 얘기가 후렴구로 반복된다. "네 노래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너를 둘러싸리라", "마을마다 들려오는 노랫소리 찬란하게 빛나리라." 그 운명이고, 숙명이란 게... 참 거추장스럽고, 불편하고, 때론 짜증 나는 일이긴 하다. 여섯 살부터 노래한 이 이야기의 주인공도 하고 싶은 일을 알지도 못한 채, 노래하는 게 잘하는 일이 되어 버리고, 그게 결국은 해야 할 일이 되어 버렸다. 어땠을까.... 그 마음은....


지금 나는 다시 사회에 나가는 기분이다. 20년 전에는 오직 내가 하고 싶은 일만  생각했었는데, 이젠 잘 할 수 있는 일, 사람들이 기대하는 일을 해야 한다. 한동안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잊어야겠다.


가는 길(1980), 김추자 

슬퍼하지 않으리 (by 김추자): 2분 47초

작사/작곡: Danny Janssen, Bobby Hart (한글 가사는 누가 번역한 건지 자료를 찾을 수가 없다.)

1974년 앨범 'Kim Chu Ja" 앨범에 두 번째 트랙으로 발표된 것으로 추정 (*워낙에 디스코그라피가 복잡해서 어떤 기록도 신뢰하기는 힘들다. 정규 스튜디오 앨범과 컴필레이션의 구분도 없다. 해서 알고 보면 히트곡 모음집인 경우가 너무 많다. 본인 회고에 의하면 2년 동안 몇십 장의 앨범이 나왔다고 하니.. 본 기록은 'maniadb.com'을 기준으로 했다.)

번안곡으로 원곡은 'Keep on singing'이라는 외국곡이다.

1972년 오스틴 로버츠(Austion Roberts)라는 가수가 처음으로  녹음했는데, 곡이 히트한 건 호주 출신 여가수 헬렌 레디(Helen Reddy)가 1974년에 발표하면 서다. 오스틴 로버츠의 곡은 발라드에 가깝고, '슬퍼하지 않으리'는 헬렌 레디(Helen Reddy)의 곡을 번안한 것으로 보인다. 결론은 김추자의 곡이 제일로 좋다.

번안곡인데, 한글 가사와 영문 가사가 같은 내용이다. 70년에까지 외국곡의 번안곡이 많았는데, 멜로디만 가져와 한글 가사를 붙인 것으로 오해했었는데, 실제 많은 곡들이 원곡이 가사를 번역한 가사들인데, 의외로 번역 퀄리티도 높다.

가수 김추자는 내 윗 세대에게는 전설이겠지만, 그 내용은 당대의 최고 인기 가수 정도로 평가 절하(? 약간 이상한 수사법이지만)되는 것 같아 아쉽다. 적어도 보컬 품질면에서 역대 최고라고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김추자의 진가를 알기 위해서는 사운드를 지우고 보컬에 집중해서 들어 보라고 한 적이 있는데... 장르의 구분을 넘어선 보컬이다.

70년대의 외국 가수들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는 부분이 없다. 저음과 중음, 고음까지... 진성과 가성, 샤우팅까지 자유롭게 넘나드는 데, 노래를 들으면  들을수록 감탄하게 된다. 지금 시대라면, 록 밴드와 헤비메탈을  소화하다가도, 트로트 곡을 부르기도 하고, 포크 음악을 하다가도, 걸그룹과 함께 아이돌 음악을 하는 식이다. 모, 힙합도 넉넉하게 소화하고 클럽에서도 무대를 휘어잡을 포스다. 나의 주관적인 견해로는 엘리 굴딩(Ellie Goulding)하고 비슷한 과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전설이다.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 보다가, 윤항기(+윤복희)의 '노래하는 곳에'도 이 Keep on singing의 번안곡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16.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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