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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Jan 29. 2016

All apologies... what else...

일만칠천일백육십칠일... 그리고 1일

.... 자식

너를 만난 지가 벌써 17,167일이나 되었네. 그리고 또 하루...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어차피 한 순간일 뿐이잖아. 그래도 오늘은 네게 미안하다고 얘기하고 싶네. 그동안 내가 네게 미안하다고 한 적이 있었나? 없지? 그래 내가 생각해도 처음일 것 같네. 미안해. 너무 늦은 게 아니길 바라.


너 평생 혼자 살겠다고 했을 때, 그러면 안된다고 열심히 말렸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미안하네. 사람은 혼자 사는 동물이 아니라고, 힘들고, 아파도 사람들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설득했었는데...  그때도 넌 하고 싶은 일이 많다고 그랬었는데, 그거 다 허상일 뿐이라고 때가 되면 다 사라진다고 했는데, 이제와 보니 내가 틀렸네...

미안해....


그 누나 기억나니? 왜 회사에서 돈 받을 게 있는데, 먼저  필요하다고 했을 때, 너는 안된다고 했었잖아. 그때도 난 뭐 어때? 어차피 회사에서 나올 때, 받으면 되는 건데... 도울 수 있을 때 도우라고 얘기했지. 넌 그렇게 하고 결국 그 돈도 깨끗하게 날렸지. 지금은 알겠네... 남을  돕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네가 옳았어. 그건 돕는 게 아니었던 거지... 

미안해...


결정적인 건  그때였지, 아마. 너 회사  그만둘 때... 너는 그냥 너 할 일만 하면 된다고... 회사에서 어떻게 하든 그건 내 알바 아니라고... 직원들이 뭐라 해도 들을 필요 없다고. 약속을 해도, 상황이 바뀌면 지키지 못할 수도 있는 거니까, 그냥 네가 가장 편한 길을 택하겠다고 그랬잖아.  그때는 참 오랫동안 싸운 것 같네.  그때도 결국 내가 이겼지. 결국 넌 회사를 떠나게 되었고...

미안해...


늘 그랬어. 너는 제법 똑똑하고 냉철했지. 세상 이치를 잘 알고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적당한 거리를 두곤 했어. 난 너의 냉정함이 부러울 때도 많았지만, 대개는 너무 잔인한 것 아니냐고 그렇게 살아서 무슨 재미가 있냐고 나무랐지. 그래 네가 옳았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재미없기는 마찬가지네. 네가 정확하게 사람이든, 잠재적 위험이든 버려야 할 때를 찾아내도 난 늘 그랬잖아. 참으라고... 네가 좀 손해 보면 어떠냐고... 그래도 넌 힘이 있고, 다시 일어설 수 있지 않냐고... 그랬잖아.

미안해... 오늘 보니, 너도 이제 예전 같지 않네.


미안해... 그렇지만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 너는 강하지만 내 말을 들어 주고, 나는 약하지만 네 말을 듣지 않고... 이게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이네. 거부할 수 없는...


우리 이렇게 생각하자. 네가 행복할 때, 난 불행했고, 내가 행복할 때, 넌 불행했을 뿐이라고... 말이야.

미안해, 모두 다... 하지만...


조금 늦었지만, 축하해. 너와의 만남을.


All apologies (by Nirvana): 3분 50초

작사/작곡: Kurt Cobain

1993년 12월 6일 발매 (싱글)

같은 해 9월 21일 발매된 너바나(Nirvana)의 세 번째 앨범 "In Utero"의 12번째 트랙으로 수록되었다.

기록에 의하면 실제 곡은 1990년에  만들어졌고, 1991년에 리코딩된 바 있고, 1991년 영국 울버햄튼 공연에서 처음 공연되었다고 한다. (보통 내가 직접 확인한 것이 아니면 이렇게 '~했다고 한다' 식으로 무책임하게 쓴다.)

1993년 MTV Unplugged 공연에서도 이 곡을 공연했었고, 앨범에도 실렸다. 별도의 공식 뮤직 비디오가 없기 때문이 이 공연 비디오를 프로모션에 많이 활용했고, 실제 방송에서도 앨범에 실린 버전보다는 이 공연이 더 많이  방송되었다고 한다.

시네이드 오코너가 네 번째 앨범 'Universal Mother(1994년 발매)'에서  커버했다. 내가 이 곡을 좋아하게 된 것도 이 버전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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