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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Feb 04. 2016

Not every pain hurts

결국 남는 것은 두려움

두려움은 여러 가지를 망치는 원인이 된다. 실제로 무서운 순간을 맞닥들이게 되는 건 순간일 뿐이다. 때론 그런 순간조차도 무엇이 두려운 건지 따져 보면 실체는 없다. 결론을 내려 보자면 두려움은 철저하게 상상력의 산물이다. 무섭고, 아프고, 고통스러운 것을 상상하는 과정에서 두려움이 생길 뿐이다.


번지 점프대에 서서  내려다본다. 밑을  내려다보면 두려움이 생긴다. 아마도 떨어져서 물이 빠질 상상을 하는지도 모른다. 저기 떨어지면 얼마나 아플지, 그렇게 죽으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온갖 상상을 하면서 두려움이 사로 잡힌다. 그런 것이다. 두려움은. 상상할 줄 모르면... 두려움은 없다.


궁금하다. 두려움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두려움의 근원은 무엇일까?


좋지도 않은 것인데 일부러 상상하고 생각할 리는 없다고 본다면, 두려움은 조건반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가정하면 두려움은 결국 무언가에 대한 거부다. '아픈 것이 싫다' 혹은 '고통을 느끼는 것이 싫다'라는 것이 머리 속에  각인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무언가 아플 것으로 예상되는 것에 대해서 조건반사적으로 두려운 감정이 나오게 되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조건반사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많은 반복적인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이게 약간 이상하다.


나는 치과가 두렵다(무섭다). 그런데 실제 고통은 치통이 더 크다. 썩은 이를 뽑는 것은 실제로 그리 아프지도 않고, 오히려 뽑고 나면 시원하고 통쾌하다. 그런데도 무식하게 진통제를 먹고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가며 치과에 가는 것을 미루고 또 미룬다. 오히려 경험은 치과에 갔다 오면 좋아진다는 것인데, 여전이 나는 본능적으로 치과를  무서워한다. 이런 사례를 생각해 보면 두려움은 조건반사적인 결과임에도 그런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처음 해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면 더욱 그렇다. 게다가 두려움 중에서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만만치 않게 큰 데, 이 경우에는 사전 경험이라는 조건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가설을 생각해 본다. 모든 고통이 상처를 남기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고통은 두려움을 남긴다. 결국 두려움을 발생시키는 것은 고통이나 아픔이다. 


그렇다면 모르는 것,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아마도 그건 아픔의 가능성 때문이지 않을까? 100% 고통스럽지 않다는 확신이 있다면 두렵지 않으니까. 당장의 두려움을 이길 수 있는 용기는 있지만, 아픔을 겪고 난 후에 남는 두려움까지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건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것이니까. 차라리 상처로 남는 것이 더 낫다. 


*Not every pain hurts (by Lacrimosa): 5분 20초

*작사/작곡: Tilo Wolff, Anne Nurmi

*1997년 발매된 5 번째 스튜디오 앨범 'Stille'에 두 번째 트랙

*라크리모사(Lacrimosa)는 독일 사람과 핀란드 사람이 만나서 결성된 고딕 메탈 밴드다. 독일에서 음악을 시작했고, 후에는 (지금도?) 스위스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딕'이란 말을 참으로 많이 듣지만, 도대체 어떻게 말이나 글로 설명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건축에서의 고딕 양식이라면 조금 낫지만, 음악에서의 고딕 스타일이란 게... 조금은 애매한 것  같같다. 어둡다? 그러면 블랙 메탈 하고는 어떻게 다른 건지... 말하자면 그렇다. 확실하게 독자적인 장르를 구축하고 있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그렇게 확실한 무언가도 없다. 처음에는 이해를 돕기 위해 장르 구분을 꼬박꼬박 하지만 계속 듣다 보면 장르 구문은 무의미해지는 것 같다.

*라크리모사가 전 세계적으로 대단한 인기가 있는 밴드는 아니다. 특이하게도 멕시코와 중국에 거대한 팬덤이 형성되어 있다고 하는데... 확인 불가다. 압구정동 신나라 레코드에서 구입했는데, 앨범 커버 보고 바로 골랐고, 들어 보았더니 음악도 괜찮아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 특히 이 곡은 처음 들을 때, 아주 좋았다. (자꾸 들으면 약간 부실한 느낌도 없지 않지만..)

*슬픈 곡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가사를 보면 굉장히 긍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ㅋㅋㅋ 저승사자가 옆에 앉아서 힘내라고 위로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이 곡을 들으면서 늘 인형극을 떠올리곤 했는데, 뮤직 비디오도 그런 스타일이어서 놀랬었다. 그만큼 이들의 콘셉트가 보기보다는 일관적이고 명확한 것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이런 게 고딕 스타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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