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ke Mar 01. 2016

우산을 잃어버린 꿈처럼

다시 돌아오면  안 될까?.... 꿈이면 좋겠는데.

내가 앉는 자리에는 늦은 오후가 되면 햇살이 들어온다. 평일에는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서 잘 모르는 데,  날 맑은 휴일 오후에 햇살이 비추게 되면 비현실적인 감각에 빠지게 된다. 깊은 시간의 수렁 속에 빠진 것처럼 나의 존재도 까먹게 될 때가 있다.


점점 더 자주 그런 상태에 빠진다. 내가 마치  꿈속에 빠져 있는 것처럼 모든 감각은 멀리 느껴지고, 세상이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면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거기에 새로운 세상이 시작될 것만 같다.


자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정말로 옛날 음악이 더 좋은 것인가? 지금도 계속 나오고 있는 새로운 곡들을 제대로 듣고,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옛날 음악에 묻혀 사는 건, 그저 나의 익숙함 때문 아닌가?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고민까지 하는 이유는 갇히기 싫어서다. 지금은 2016년인데, 아무 이유 없이 1960년대에 나온 음악이 좋다며 그 안에 갇혀서, 지금도 계속되는 누군가의 음악들을 거부하게 될 까 봐...


그래서 계속 나오는 새로운 곡들도 많이 들어 보려고 한다.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찾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괜찮다고 하는 음악들과 뮤지션들은 꼭 확인해 본다. 처음 들을 때, 좋다고 생각한 곡들은 가능하면 여러 번 들어 보려고 한다. 길을 걸으면서, 혹은 일을 하면서, 때론  밤늦게 혼자 술 한잔 하면서... 그렇게 자주 듣다 보면 웬만한 곡들은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된다. 아직 나와 맞는 '지금 시대의 노래'는 없다.


당연한 일이다. 어느덧 나도 나이가 들었으니까. 젊은 친구들의 감수성으로 만들어진 곡들에 내가 공감하기 어려운 건 이상하지 않다. 내가 그걸  받아들이기까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 과정에서 진짜 공감하고 좋아할 수 있는 좋은 곡을 만날 수 있으니까... 윤기타의 '우산을 잃어버린 꿈'이 바로 그 노래다.


전에 한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걱정 말아요, 그대'나 '어머니의 자장가'같은 곡은 이런 식으로 부르는 버전이 있었으면 좋겠다. 외치지 않아도 좋은 속삭임 같은 노래가 필요한 순간이다.


*우산을 잃어버린 꿈 (by 윤기타): 4분 12초

*작사/작곡: 윤민영

*2015년 8월 24일 (싱글)

*싱글 발매 이후 2015년 10월 컴필레이션 앨범인 'Found Tracks Vol.62'와 윤기타의 EP 앨범 'Time, Tears in my eyes'에도 수록

*윤기타는 솔로 활동 외에 류음과 함께 '숨의숲'이라는 그룹 활동도 하고 있다(? 했다? - 잘 모르겠음).

*나의 송북 리스트에 올라가는 가장 최근의 곡이다. 일단 웬만한 음악을 내가 듣게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고, 많은 경우 곡을 듣게 되면 조건반사적으로 오리지널리티를 찾아 과거의 음악을 뒤지게 되기 때문이다.

*사이먼 레이놀즈와 같은 사람은 '과거에 중독되었다'고 말하며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일면 동의하면서도 자꾸 과거를 뒤지게 되는 원인 중의 하나는 그 오리지널리티라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확하게 그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딘서가 들어본 것 같은 혹은 익숙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매거진의 이전글 Not every pain hurts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