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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Jun 19. 2016

네가 보고파지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언제나처럼.

늘 당신은 내게 묻습니다.

'잘 지내고 있지?' 전날 저녁에 헤어지고 난 아침에도, 한 달 후에도, 몇 년이 지난 후에도...


궁금해서 물을 수도 있고, 다른 할 말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요. 어느 편이든 나는 항상 잘 지내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병원에 있을 때에도, 며칠을 굶고 있어도, 혹은 다른 어떤 일로 고통을 받는다 해도... 당신에게 '잘 지내고 있지 못합니다'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때로는 당신 때문에, 때로는 나 자신 때문에라도...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하고, 또 잘 지내라고 말하고 우리는 다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갑니다. 그렇게 당신이 묻고 난 후에는 버릇처럼 내가 잘 지고 있는 건가? 다시 한번 묻습니다. 배고프면 밥 먹을 수 있고, 춥지 않게 자고 있고... 그러니 잘 내고 있는 거겠지? 네, 다행히 나는 잘 지내고 있네요. 아닌가요? 그저 살아 숨 쉬고 있을 뿐인가요?


당신과 헤어진 후에 비로소 나도 당신에게 묻습니다.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행복한가요?' 당신이 '어떻게 얘기할지'가 궁금해집니다. 어떻게든 살고 있겠지요? 그러니까 만나기도 하고, 전화를 통해 목소리라도 듣는 것일 테니까... 다만 당신의 입으로 표현하는 당신의 삶이 어떤 것인지... 그게 궁금할 뿐입니다.


우리가 만나거나, 통화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잘 지내고 있는 겁니다. 굳이 물어보지 않더라도... 괜찮을 것 같아요. 어느 날인가 내 소식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통해 듣게 된다면 그때는 아마도 잘 지내고 있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네,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요...


네가 보고파지면 (by 고한우): 4분 13초

작사/작곡: 고한우

1997년 7월 7일 발매. 1집에 10번째 곡으로 수록

"7080 통기타 베스트 명곡 5,6"이란 앨범에 조진영이 부른 곡을 듣게 되었는데, 한 번에 '정말 좋았다.' 일단 곡도 처음 들어 보았고, 조진영이란 가수도 처음 들었다. 앨범도 그러하니 당연히 7~80년대 곡과 가수라고 생각했는데, 자료를 찾아보니.... 이랬다. ㅠㅠ (어쩐지 사운드가 굉장히 깨끗하다 했다.)

더 충격적인 건 고한우 1집을 내가 CD로 갖고 있었다는 것. 지금은 처분해서 어디론가 사라져 갔지만... 이 앨범 커버는 분명히 기억한다. 아마도 앨범 발매된 쯤에 구입한 것 같은데, 그때는 구매량이 많아서 제대로 듣지 못했던 시절이라... 이 곡을 발견하지 못했다.

조진영이란 가수는 여전히 그 정체를 모르겠다. CCM 앨범 1장이 같은 이름으로 나와 있긴 한데, 동일인물 인지는 확인 안 된다. 그런데 이 곡을 잘 불렀다. 처음부터 끝까지 힘 안 들이고, 부드럽게, 감정이 잘 절제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감정 과잉인 노래들에 지쳐서 오히려 덤덤하게 부르는 스타일을 선호하는 편이라 그럴 수 있다.

하나 덧붙이자면, 조진영씨가 계속 가수 활동을 한다면 '소피 젤마니'같은 스타일로 가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굳이 원류를 찾아 본다면 레너드 코헨이나 닉 케이브류의 음악이긴 하지만... 요즘은 이런 종류의 음악에 꽂혀 있다.(2016.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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