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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Feb 09. 2016

The beautiful people

여기저기 넘쳐나는 아름다운 사람들

평가하기 쉬운 세상이 되었다. 정보는 여기저기 널려 있고, 필요한 정보를 빨리 찾기만 하면 쉽게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시대다. 과거 정보 독점 시대에는 정보를 얻는 것 자체가 힘이었다면, 정보 과잉의 시대인 지금은 적절한 정보를 빨리  찾아내는 것이 힘이고 권력이다.


게다가 소비의 속도도  빨라졌다. 내가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금방 잊힌다. 때문에 빨리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찾아내는 것 자체가 오리지널리티다.


숲을 보는  안목보다는 그 안의 특이한 나무를  찾아내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찾다가 안되면 특이하게 만들면 된다. 더 쉽고 더 빠르다. 지금 시대에 딱 맞다.


시대의 변화는 다수인 대중들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하지만 늘 소수의 사람들이 먼저  그곳에 있다. 대체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정치권력, 경제 권력, 언론 권력... 그들은 이러한 세상 변화를 잘 안다. 알고자 해서 알게 되는 게 아니다. 절반 정도는 그들이 만들어 내는 것이니까...


별로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다. 오래전부터 그래 왔고, 앞으로도 이런 구조는 바뀔 것 같지 않다. 구조 안의 사람들은 조금씩 바뀔 수도 있지만, 구조 자체가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지배와 피지배의 위치가 바뀐다고 한들, 지배와 피지배 관계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권력은 욕망을 만들어 낸다. 그렇다면 언론 권력은 무엇이고, 그에 대한 욕망은 무엇일까? 애초에 언론은 권력과  관계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 왔던 것(권력이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것에 자유를 허용할 리가 없다)이고... 하지만 언론은 권력과 결합함으로써 권력을 얻어 낸다.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언론은 자유보다는 권력을 택한 셈이다. 이것이 욕망이다. 결국은 권력과 권력 욕망이 여기저기 기생하면서 숙주와 결합하여 괴물을 만들어 내는 셈이다.


비평/평론은 예능이자, 소비 행위다.(개인적인 주장일 뿐이라.. 근거나 조사된 결과는 없다.) 조선시대에도 빨래터에 모인 아낙들은 저마다 수집된 이야기들을  늘어놓고, 이런저런 (뒷) 담화를 했을 것이다. 분위기만 다를 뿐, 파리의 살롱에서 이루어진 대화도 본질적으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중에 상상력이 뛰어나고 말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에게 귀를 기울이게 마련이다. 구분하자면 이것은 예능이다.


그래서 나는 본질적으로 비평/평론가는 퍼포먼서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직접 경험하고 무언가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때문에 전문가와는 엄밀하게 구분되어야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언론도 퍼포먼서에 불과하다. 하지만 욕망과 결합한 괴물 비평가들은 자꾸만 스스로 전문가라고 우긴다. 그것을 통해 권력을 얻고자 사람들을 기만한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되어간다. 씁쓸하다.


*The beautiful people (by Marilyn Manson): 3분 45초

*작사/작곡: Marilyn Manson, Twiggy Ramirez

*1996년 9월 22일 싱글 발매

*1996년 10월 8일에 발매된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의 두 번째 앨범에 2 번째 트랙으로 수록

*대체로 '인더스트리얼 메탈'로 분류. 소리의 질감에 따른 분류라고 생각하면, 이 곡이 인더스트리얼 음악이 어떤 것인지 그대로 설명해 주고 있다.

*롤링 스톤지(Rolling Stone Magazine)는 이 앨범의 발매가 대중음악의 그런지 시대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록 역사를 조금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날 것(raw)과 잘 요리된(cooked) 것과의 주도권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지 사운드(Grunge Sound)와 인더스트리얼도 이런 틀 안에서 볼 수 있고, 프로그레시브와 펑크 역시 이  틀 안에 있다. 지금 한국의 음악(록이 아니더라도)이 대체로 잘 편집된 사운드가 대세인 시대라고 본다면  머지않아 다시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사운드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누가 불을 붙이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쇼크 록을  표방하며 음악 내외적으로 기행을 일삼아서 쉽게 접근하기 어렵지만, 음악 자체만 놓고 보면 굉장히 좋다. 이  앨범에서부터 이후 'Mechanical Animal'과 'Holy Wood'까지 묶어서 3부작의 록 오페라라고 하는데, 시간대별로는 역순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요약하면 이 앨범이 3부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반종교(무신론이 아니다), 악마 숭배 등의 이미지로 미국 내에서는 늘 종교 단체와 시민들의 저항에 부딪히고 있고, 총격사고 등의 범죄에 자주 언급되는 밴드(이자 개인)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볼링 포 콜럼바인'에서의 인터뷰가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떤 종합적인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본다. '지적이다'라고  평가되기도 하지만, 사생활 면에서는 그냥 '망나니' 같은 에피소드들만... 그래서 난 그냥 직업 뮤지션이라고 보기로 했다.

*게다가 요즘에는 호러나, 슬래셔 등등 잔인한 장면들을 소화하지 못하는 관계로 비주얼 면에서는 점점 멀어지고 있어서, 이들과는 그렇게 가까운 편은 아니다.

*이 곡을 듣기 전까지 인더스트리얼 음악은 선호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 곡이 그런 나의 선입견을 깨 주었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한 수작이라고 평가하는 곡이다. 물론 크게 히트한 곡이기도 한다. 앨범 전체에서 들려지는 정교한 사운드 질감은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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