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t always get what you want
좋은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언제나 원하는 것을 얻을 수는 없지만, 노력하면 필요한 것을 얻을 수는 있을 거야.' 가끔은 스스로에게 던지는 위로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말이 다음과 같은 상황에 던져지면 어떨까?
1967년 록밴드 롤링 스톤즈의 기타리스트인 키스 리처드(Keith Richards)의 집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집안에서는 밴드 멤버들을 포함한 8명의 남자들과 1명의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는 마리안느 페이스풀이다. 여자는 알몸에 러그로 몸을 가린 채였다고 한다. 그 여자는 다음날부터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천사의 얼굴을 한 창녀'. 이 사건을 통해 얻은 그녀의 낙인이다. 롤링 스톤즈의 프런트맨 인 맥 재거의 연인으로 'Swinging London' 시대를 대표하는 얼굴 중의 하나였던 마리안느 페이스풀은 그렇게 추락하고 만다. 이렇게 추락한 그녀에게 남자들이 말한다. '언제나 네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는 없지만, 노력해봐. 필요한 것은 얻을 수 있을 거야' 너무 잔인한 것 아닌가?
마리안느 페이스풀과 똑같은 삶을 살았던 여자가 또 있다. 앤디 워홀의 연인이었던 에디 세지윅(Edie Sedgwick). 둘 다 똑같이 유서 깊은 명문 가정에서 태어나 한 남자를 만나고 불꽃처럼 타오르다 나락을 경험했다. 차이가 있다면 에디 제시윅은 죽었고, 마리안느 페이스풀은 살아 있다.
남겨진 기록은 결국 '맥 재거의 연인', '앤디 워홀의 뮤즈'같은 수식어뿐이다. 그런 수사로 그녀들이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인가? 그들이 선택한 삶이란 따위의 말은 필요치 않다. 여전히 세상은 남자 중심이다. 여자는 선택의 대상이 되어야 할 뿐이다. 법적으로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과연 그럴까? 우리들의 무의식 깊숙이 자리 잡은 편견은 어떤가.... 이 세상은 남자들의 것이고, 남자들은 비겁하고, 비열하다.
록 음악에 대해서 '반항'이나, '저항' 같은 말로 정당화하거나 뭔가 다른 대중음악과 차별화하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 록 음악과 댄스 음악은 본질적으로 같다. 한 걸음 더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면 음악이란 것 자체가 '유흥'이다. 즉 놀기 위한 수단이다. 게다가 심하게 남성 중심적인 문화 양식을 드러내 놓고 표현한다. 록 마니아인 나도 때로는 역겨움을 느낀다.
가끔씩 어떤 음악이 세상을 바꾸었다고 표현하는 것을 보기도 하는데, 아니다. 세상을 바꾸려는 움직임에 음악이 사용된 것일 뿐, 음악 자체는 세상을 바꿀 힘이 없다.
You can't always get what you want (by Rolling Stones): 7분 30초 (Album Version), 4분 50초 (Single Version)
작사/작곡: Mick Jagger, Keith Richards
1969년 발매된 앨범, 'Let it bleed'의 9번째 트랙. 싱글은 이보다 먼저 7월 4일(영국)에 'Honky Tonk Women'의 B side로 발매되었다. 보통 싱글의 B면 수록곡은 잘 언급이 안되는데, 워낙에 이 곡이 인기를 얻게 되면서... 주객이 전도되었다.
실제 이 곡은 1968년 11월에 녹음되었다고 한다.
록 역사의 명곡 중 하나이지만, 비틀스 따라 하기라는 평가도 받았고, 이들도 굳이 발끈하지는 않은 것 같다. '떼창' 유도 곡으로 공연 시에 빠지지 않는 곡이라고 한다.(롤링 스톤즈 공연을 본 적이 없어서...)
모든 기록을 종합해 보면 롤린 스톤즈 자체는 이 곡에 대해서 특별히 자신들만의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곡이라고는 생각 안 했던 것 같은데, 곡이 점차로 인기를 얻다 보니... 공연에서 잘 써먹는 정도가 아닐까 추측한다.
게스트 뮤지션이 많이 참여한 곡이다. 드럼은 원래 멤버(찰리 와츠)가 아닌 프로듀서(지미 밀러)가 연주했고, 알 쿠퍼(Al Cooper)가 오르간과 피아노, 프레치 혼을 연주했고, 백 보컬과 런던 바흐 합창단(London Bach Choir) 등이 참여했다.
앨범과 곡에 대해서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록 역사에 선명하게 기록되어 있다.
위키에 이 곡의 가사가 마리안느 페이스풀에 대한 것이라고 '추정(supposedly)'된다고 기술되어 있다. 그 외에 다른 밴드, 홀리스와 비틀스도 그녀에 대한 곡을 썼는데, 가사를 보고는 좀 놀랐다. 그게 이 글을 쓰게 된 동기가 되었다. 다만 마리안느 페이스풀이 믹 재거와 헤어진 건 1970년이다. 이 곡이 녹음된 것은 1968년. 그러니까 이 곡의 쓰인 시점에서 보면 그녀에 대한 이야기라고 '조롱'의 의미는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처음의 관심은 마리안느 페이스풀의 공백기와 목소리였다. 1967년 이후 앨범이 1979년의 앨범 'Broken English'인데, 그 공백도 공백이지만, 전혀 다른 목소리가 되어 나타난 그 비밀이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송북 리스트에 오를 그녀의 곡은 'The ballad of Lucy Jordan'이어서... 가능하면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했다.
참고로 표지 이미지는 화가 리처드 해밀턴(Richard Hamilton)의 작품이다. 스크랩 등의 기법을 이용한 팝아트 계열의 작품을 많이 발표했다. 아마도 이 작품의 제목이 'Swingeing London'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