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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Aug 30. 2016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김광석을 추모하는 방법

1996년 1월 6일 아침. 눈 뜨자마자 어머니가 내게 말했다. '김광석이 죽었다'고. '서른 즈음에'를 끼고 살았던 시절이었고, 드물게도 어머니와 내가 같이 공유했던 김광석이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싱어송라이터를 기준으로 한다. 말하자면 본인이 노래를 만들고, 불러야 뮤지션(음악인?)이라고 부른다. 오직 자신이 만든 노래만 불러야 한다고 까지는 생각하지 않지만, 적어도 '음악을 한다'라고 하려면 최소한 직접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가수'란 말을 구분하여 쓰는 편이다. 그렇게 구분해 봤자, 많이 달라지지도 않는다. 다만 내 입장에서는 가수보다는 뮤지션을 더 선호할 뿐이다. 예전에도 이야기한 바 있지만, 어떤 곡의 주인이 그 노래를 처음 부른 가수에게 귀속되는 것처럼 통용되는 이 사회의 분위기에 대한 반발심도 있다.


내 기준으로 보자면 김광석은 뮤지션이라기보다는 가수에 더 가깝다. 그리고 그렇게 한 시대의 가객이 되어 떠났다. 나에게는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노래를 만든다'는 것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 사람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이등병의 편지'는 '겨레의 노래'라는 음반에서 전인권과 가야가 맨 처음 불렀고, '서른 즈음에'는 강승원이 직접 불러서 발매한 것도 있다.  이 노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는 동물원이라는 밴드의 일원으로 부른 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광석이 부른 노래들은 고유한 가치가 있다.


추모 앨범이 발매된 횟수로 치면 김광석이 단연 탑이다.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내가 모은 앨범들을 보면 가장 많다.) 그리고 대부분은 김광석이 불렀던 노래들을 김광석의 이름하에 다시 부르고 있다. 만약에 어떤 가수가 작곡자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김광석이라는 포장을 벗기고 다시 부르면 어떨까? 뭐, 지질하기 이를 데 없는 가정이고 생각이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김광석은 스스로 '가객'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했고, 그만큼 노래를 부르는 데 충실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김광석을 추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가 부르는 노래를 듣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시부르기 1 (김광석, 1993)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by 김광석): 4분 41초

작사/작곡: 김창기

1988년 발매된 동물원 2집의 첫 번째 곡으로 발표되었다. 1993년 김광석의 '다시 부르기 1'에서 다시 불렀고, 11번째 트랙으로 수록되었다. (이 글에 붙이는 곡은 바로 이 곡이다.)

동물원 2집 역시 가장 오래도록 아끼고 또 자주 듣고 있는 걸잘 앨범이다. 다만 '김광석'만을 논하기에는 아깝고, 다른 좋은 곡들도 많기 때문에 나중에 또 소개할 기회가 있으리라 확신한다.

후에 '다시 부르기 2'도 발표했는데, 1은 자신이 불렀던 곡들을 다시 부른 것이고, 2는 커버곡들 모음이다.(흔히 우리나라에서는 '리메이크'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개인적으로 리메이크라는 개념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그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 곡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 중의 하나이며, 지금까지 가장 많이 들은 곡이다. 휴대폰에 음악 담아 갖고 다니지 않는 편이지만, 휴대폰에 음악을 넣을 때 가장 많이 넣고 들은 곡이다. 특별히 가을에 듣는 곡도 아님을 밝혀 둔다.

이 곡도 많은 버전이 있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버전은 2000년도에 발매된 '김광석 앤솔로지 1'에 수록된 버전으로 김광석의 목소리를 비롯하여 본 앨범에 참여한 모든 가수가 같이 부른 곡이다. 자주 듣다 보면 이소라 혼자서 이 곡을 부르면 어떨까 하는 상상도 많이 한다. 다만 이 앨범의 다른 곡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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