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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Aug 24. 2016

Under pressure we're cracking

압박에서 벗어나기

어제 저녁을 먹으면서 TV를 보는데 팔라우의 '바이'란 건축물이 나왔다. 설명 자막에 회의 공간이라고 나왔는데, 같이 있던 형이 집이라고 했다. 다시 나는 집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일순간 논쟁이 벌어질 뻔했다. 얼마 전에는 속초 가는 길에 두 분이서 물치항이 먼저인지, 대포항이 먼저인지 가지고 한참을 티격태격하는 장면을 보기도 했다.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사소한 일이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때론 사고가 나기도 한다. 금방 잊히는 일들도 있지만, 어떤 경우는 결코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아니면 드러낼 수 없는 앙금이 남기도 한다.


과연 원인이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 보다 문득 직장에서 상사와 부하(이 단어 좋아하지 않지만..)의 갈등도 이런 경우의 연장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밑의 직원 입장에서는 상사의 의견이 잘못된 정보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상사의 입장에서는 직원이 잘 모른다고 생각한다. 여기까지는 좋다. 같은 일을 하는 데 있어 서로 다른 정보를 기반으로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는 일은 흔한 일이니까. 


문제는 이런 일들을 승패가 갈리는 승부로 인식하고 '절대로 져서는 안 된다'는 무의식적인 압박감을 느끼는 데서 시작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우리는 그렇게 배우고 자라왔다. 싸워야 하고, 이겨야 하고... 그러다 보니 작은 일에서도 그런 무의식이 작용을 해서 한번 말을 꺼내면 무조건 내 말이 맞아야 하고, 나는 모든 걸 다 잘 알아야 한다는 압력을 받는 것은 아닐까...


엄밀하게 말하자면 사람들이 '위에서 짓누르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사는 것이 당연하다. 과학적으로는 위에서 누르는 힘이 아니라 밑에서 끌어당기는 힘(중력)이다. 그러니까 심리적인 요인을 배제하고 나서도 우리는 늘 짓눌리는 듯한 피곤함을 느껴야 한다. (특히 몸이 약한 사람일수록 더 그럴 것이다.)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얘기하는 압박은 그런 물리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심리적인 것이다. 심리적인 압박감은 크게 외부에서 오는 것과 내부에서 오는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사실 외부로서의 압박 역시 물리적인 압박처럼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다.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오히려 쉽게 떨쳐낼 수가 있다. 오히려 그런 압박감 조차 없다면 사는 건 공허하고 허무할 수도 있다.


결국 문제는 내부로부터의 압박이다. 내부로부터의 압박은 (내 방식으로) 다시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는데, 하나는 의식적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무의식적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의식할 수 있는 압박감이란 대부분 외부에서 주어지는 경우라고 생각하면 정말 무서운 것은 무의식에서 오는 압박감이다. 왜냐하면 그건 스스로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나도 다르지 않다. 평소에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다가도 어느 순간 무의식이 발동하는 순간(술을 좀 마시면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ㅋ)부터는 사소한 부분도 지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좀처럼 해결방법을 찾기 어렵다.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고, 실수할 수도 있는 것인데... 왜 그걸 가만 놔두지 못하는 것인지 한심할 때가 많다.


결국 따지고 보면 나를 가장 괴롭히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Under Pressure (by Queen & David Bowie): 4분 8초

작사/작곡: Freddie Mercury, Brian May, Roger Taylor, John Deacon, David Bowie

1981년 10월 26일 싱글 발매

이보다 먼저 5월에 발매된 퀸의 10번째 스튜디오 앨범 'Hot Space' 앨범에 마지막 곡으로 수록

2016년 1월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가 타계한 후에 이 곡의 잠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빌보드 차트 재등장) 프레디 머큐리와 데이비드 보위 모두 사라졌다.

처음에는 퀸의 곡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워낙 거물이고 또 공동 세션에 의해서 만들어진 곡이다 보니 같은 비중으로 처리된다.

퀸에게는 '보헤미안 랩소디' 이후 영국 차트 1위를 안겨준 곡이고, 데이비드 보위에게는 세 번째 1위 곡이다. 80년대 최고의 곡 중에 하나로 꼽히기도 하고, 역대 최고의 베이스라인으로도 유명하다. 어떤 평론가들은 퀀의 최고 작품(무려 '보헤미언 랩소디'를 제치고!)으로 꼽기도 한다.

바닐라 아이스(Vanilla Ice)가 'Ice Ice Baby'란 곡에서 베이스라인을 샘플링했는데, 결국 소송에 졌다. 곡을 들어보면 전주, 간주를 빼면 전혀 다른 곡이긴 한데, 딱 그 베이스라인 때문에 완전 같은 곡으로 들린다. 그만큼 이 곡의 베이스라인은 그 자체로 시그니처다. 2010년에 Jedward라는 친구들이 이 2곡을 합쳐서 'Under Pressure (Ice Ice Baby) ft. Vanilla Ice'라는 곡을 발표했다.(ㅋㅋ 웃긴다)

퀸의 이후 그들의 모든 라이브에서 이 곡을 불렀는데, 라이브 영상을 보면 왜 그런지 쉽게 감이 온다. 프레디 머큐리의 무대 카리스마가 극대화되는 곡이며, 관객의 입장에서도 가장 즐기기 좋은 곡이다.

2011년 '해피 피트 2'에서 마지막 하이라이트 부분에 등장한다. 웅장한 코러스로 편곡되어 있어 굉장히 멋지고 나도 좋아하는 곡인데, 솔로 부분은 핑크(Pink)가 불렀다. 국내에서는 이 버전이 광고음악으로 사용된 적이 있어 친숙한 곡이다.

언제 어느 상황에서 들어도 좋은 곡이다. 여담이지만 이 곡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가볍게 한참을 이야기할 수 있는데, 그게 '압박'이라는 것과 엮이면서 너무 힘들어졌다. 어렵게 쓴 글이다. 아무래도 내 안에서의 압박이 너무 심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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