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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Nov 05. 2016

The man who sold the world

밥 먹는 데 이유가 없는 것처럼 술 마시는 데 핑계는 없는 게 좋다.

알고 보면 나는 술 마시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매일(문자 그대로 '매일'은 아니다. -.-) 마신다. 습관과 의식이 서로 다르다. 많은 경우(열 번에 여섯 번 이상?)는 혼술을 한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처음 술을 마신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선생님과 함께 여행 가서 처음 마셨던 것 같고, 고등학교 3학년부터는 삼촌이 권해서 가끔 마시기도 하고 그랬다. 대학교에 가서는 자주는 아니지만 많이 마셨고, 졸업할 때 즈음에는 같이 다니던 친구들과 매일 서로 돌아가면서 술값 내고 조금씩 (맥주 3병에 참치 캔 하나) 마셨었다.


2000년대 초반에 사업을 시작했을 때, 한동안은 거의 안 마신 적도 있었다. 2003년인가는 일 년 동안 술자리는 10번도 안 가졌다. 집에서 혼자 마시는 일도 없었다. 그렇게 한 5년 정도는 술 하고 거리가 멀었던 적도 있었고... 지금은 아주 가까운 사이다. 술 마시고 완전히 취하는 경우는 따져보면 1년에 2번 정도는 꼭 있는 것 같다. (대개 큰 사고가 일어난다.)


왜 술을 마시는 걸까? 우리 사회에서 술은 뭔가 일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통하기도 한다. 일은 밤에 이루어진다나? 사업 초기에 술을 안 마신 이유는 그런 것에 반대해서 일부러 그런 측면도 있다. 얘기 들어 보면 클라이언트가 술 마시다 전화해서 (술값 계산하러) 나오라고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고, 간간히 어떤 회사는 정기적으로 '룸'에 간다는 소문도 많았다. 그나마 우리 쪽 분야는 심하지는 않았었는데... 내가 몰랐던 것일 뿐, 예나 지금이나 다 그렇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술 마시는 이유라고 할 수 없다.


앞선 질문에 대한 첫 번째 핑계는 '술 마시는 건 유흥이다'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노는 행위의 한 종류라는 뜻인데, 이 경우에 술은 도구일 뿐이지 절대로 술을 마시는 자체가 유흥이 되긴 어렵지 않을까? 노래하고 춤추고 하는 데 맨 정신에는 쑥스러워하는 사람도 있으니... 술을 마시면서 용기를 내는 그런 것 말이다. 따라서 이 가설은 수정되어야 한다. 술 마시는 게 유흥이 아니라, 놀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것으로... 정리하면 활동적이지 않거나 억눌린 사람들이 술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한 가지 메모해 놓을 것은 내 안의 또 다른 나는 일깨우는 것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 핑계는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런 이유도 제법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서로 이야기를 할 거면 술이 아니어도 되는데 왜 술이어야 하느냐? 는 게 의문이다. 정말 중요한 얘기는 오히려 술 마시고 까먹기 일수인데, 굳이 술 마시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나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것은 선호하지 않는다. 늦은 저녁 술집에서 떠도는 이야기들 잡아 봤자, 쓸만한 건 별로 없다. 어떤 순간에는 유흥의 한 종류라는 생각도 든다. 하여튼 술을 통해 다른 사람과 연결된다는 핑계는 신뢰하지 않는다.


세 번째는 잠을 자기 위해서다. 스트레스 혹은 생각이 많으면 잠이 잘 안 온다. 게다가 나는 밤에 일을 많이 해 왔던 터라 밤에 잠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술을 마시면 어느 순간에 곯아떨어지게 되니까... 지난여름에는 그래서 술을 마신 경우가 많았다. 술을 마지지 않는 어떤 날은 그냥 누웠다 아침에 일어난 적도 많다. 이제야 깨닫게 되지만 이건 낮에 하는 일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낮 동안 몸을 움직이고 무언가는 한다면 술 없이도 밤에 잠 잘 온다. 물론 스트레스는 이걸 넘어서는 문제이긴 하지만...


이렇게 저렇게 따지고 보면 사실 술을 마셔야 하는 분명한 이유는 없다. 그런데 다른 먹는 것도 대체로 그렇다. 딱히 이유가 있어서 먹는 것은 별로 없다. 굳이 술을 마시는 데 핑계가 필요 없는 이유다. 누군가는 우유를 마시고, 누군가를 콜라는 마시듯이 나도 소주를 마시고, 맥주를 마시고 그럴 뿐이다. 오히려 어떤 핑계를 대서 술을 마시려고 하면 별로 당기지 않는다. 


술을 통해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보는 것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 그냥 나는 오늘도 술을 마실 뿐이다.


The Man Who Sold The World (David Bowie, 1972, British LP Cover)

The man who sold the world (by David Bowie): 3분 55초

작사/작곡: David Bowie

1970년 11월에 발매된 데이비드 보위의 세 번째 앨범 타이틀 곡이다. 앨범에는 8번째 트랙으로 실려 있다. 19070년에 미국에서 먼저 발매가 되었고, 1971년에 영국에서 발매되었다. 각각 커버 이미지가 다른데, 음... 영국이 내 취향이다.

1993년 너바나(Nirvana)가 MTV Unplugged 공연에서 커버했는데, 이 커버는 열 손가락에 손꼽힐 정도로 잘 된 커버 퍼포먼스다.

가사의 내용 그리고 이 '세상을 판 사람'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나 화자(데이비드 보위)의 또 다른 자아로 보는 설이 유력하다. William Hughes Mearns라는 작가의 'Antigonish'라는 시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후에 어느 인터뷰에서 스스로 자아분열 상태에서의 자기 자신이라고 이야기 한 바 있다. (너바나가 커버할 만하다!)

일주일 내내 오가는 길에 이 곡을 들었는데, 베이스 라인이 좋아서 이 곡을 들을 때면 베이스 기타 소리만 찾아 듣게 된다. 이 곡이 나를 새삼 베이스 기타에 빠지게 만들어 주었다.

작년 이맘때쯤에 골라 놓은 데이비드 보위의 곡이 있는데, 'Heroes'라는 곡이다. 여태껏 서람에서 잠자고 있는... ㅠㅠ 그러다가 연초에 데이비드 보위의 사망 소식을 들었고.... 예전에는 별로 친하지 않았던 뮤지션이었는데, 요즘에 이런저런 방법으로 컬렉션을 정리하다 보면 금방 데이비드 보위와 연결이 되곤 한다. 데이비드 보위의 클래스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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