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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Nov 13. 2016

No, we're not in paradise

그리하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면, 먼저 '더 나은 세상'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의 경우는 이 지점부터 막다른 골목에 이르게 된다.

What about us,
Isn't it enough?
No we're not in paradise

단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아직은 천국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더' 무언가를 해야만 하고 추구해야 하는 것인지... 새삼 회의적이 된다.


역사 이야기들을 접할 때마다, 그때의 이야기들이 구체적으로 당시 사람들의 생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상상해보려 애쓴다. 주인공(대부분 왕과 그 주변?)들이 아니라 당시를 살아가던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런 시대에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해했다. 이제야 조금씩 상상이 가능해진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방식과 그리 별 차이가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우리의 삶이 과거보다 더 나아졌는가?를 생각해 보면 어쩔 수 없이 깊은 회의에 빠지게 된다. 뭐야? 그래서 달라진 건 하나도 없잖아? 진시황이 영생을 얻겠다고 발버둥 친 거랑, 지금 사람들이 오래, 젊게 살아보고 싶다고 하는 것이 뭐가 다르지? 그때는 한 명만이 그랬고, 지금은 '누구나(따옴표를 친 이유가 있다)' 추구할 수 있으니까 더 나아진 것 아니냐고?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더 나은 세상이란 건 결국 욕심의 보편화인 것인가? 그래서 그 기준으로 따져서 더 나은 세상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기준이 없다. 더 나은 세상이 그저 물질적인 욕망의 만족인지 아니면 정신적인 욕망의 만족인지... 개인의 차원에 머물러야 하는지, 더 큰 사회적인 만족이어야 하는지... 자유, 평등, 평화 이런 가치들이 국가 같은 제도의 의해 구현되고 보장될 수 있는 것인지... 솔직히 난 확신이 없다. 그래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는 외침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동조하기 힘들다.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정의를 넘어선다 해도 또 하나의 큰 산이 기다리고 있다. '앞'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은 (그 내용이 어떻든 간에) 미래에 존재하는 세상이다. 때문에 옳고 그름을 지금 판단할 수 없다. 더 낫다고 믿었는데, 그게 재앙이 될 수도 있고, 재앙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매우 훌륭한 선택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시간적인 불확실성이야 말로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불가능의 역역이다.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지금 하는 일들에 의미부여를 하는 것은.... 그래서 당장은 '오늘'에 의미부여를 한다. 조금 더 나아가서는 '과거'에 의미 부여를 한다.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지 선택하고, 이를 위해 '과거'에서 근거를 찾아야 한다. 문제는 이럴 경우 '용서'가 안된다는 점이다. 내가 속 좁은 놈 소리를 듣더라도 지나간 일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고, 잘못한 경우는 용서하지 않는 이유다. 내일을 위해 화해하고 용서하자? 웃기는 소리다.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천국도, 더 나은 세상도...


Hydra (Within Temptation, 2014)

Paradise (What about us) (by Within Temptation feat. Tarja): 5분 21초

작사:  Sharon den Adel

작곡: Sharon den Adel, Martijn Spierenburg

2013년 9월 27일에 발매된 Within Temptation의 EP 타이틀 곡. 싱글로도 별도 발매가 되었고, 후에 2014년 1월 11일 발매된 Within Temptation의 6 번째 스튜디오 앨범에도 4번째 곡으로 실렸다.

전 Nightwish의 보컬 Tarja Trunnen이 게스트 보컬로 참여해 같이 불렀다. 두 명의 센 언니들이 부른 만큼 시원하고 아름답다.

위에 나온 밴드의 이름들과 Sharon den Adel, Tarja Trunnen 등은 모두 심포닉 메탈계의 알아주는 팀, 뮤지션들이다. 단순히 심포닉 메탈이라고 하기에는 과거 데스메탈, 멜로딕 데스메탈 등 북유럽에서 면면히 내려오는 메탈 히스토리가 꽤 길다. '북유럽 특유의 정서'라고 많이 표현되는데, 내가 좋아하는 표현은 아니지만 암튼 그 동네에는 뭔가가 있다.

이 앞 세대의 멜로딕 데스메탈을 참 많이 좋아했었는데 거칠고 빠른 헤비메탈 사운드도 좋지만, 내 취향에는 멜로디가 유려하고, 풍부한 사운드가 더 맞는 것 같다.

둘이서 같이 노래를 하니까 새삼 Tarja의 목소리가 매우 단단하고 공격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반면에 den Adel은 좀 더 유연성 있다고 할까? 실제로 Tarja는 메탈과 클래식의 두 영역에서 주로 활동하는데 반해, den Adel은 좀 더 폭이 넓어 보인다. 다만... 이는 내가 아는 정보를 기반으로 한 직관적인 판단이지, 실제로는 다를 수 있다.

2년 전에 이 곡을 엄청 많이 들었다. 오랜만에 다시 들어 보니 그때 내 상태가 어떠했었는지 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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