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만든 사회, 박근혜를 만드는 사회
오늘이다. 하지만 나의 날은 아닐 것이다. 난 언제나 회색 지대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으니까. 그런 나 자신을 저주하면서도, 그나마 '나'라도 끌어안고 가는 것이기도 하다.
100년쯤 후를 상상해 보았다. 아마 드라마나 영화로 자주 만들어질 것 같다. 때로는 최순실이 주인공이 될 것이다. 평민으로 태어나 나라는 뒤흔든 야망의 여인? 쯤으로 포장될 것이다. 지금 그러하니까. 장희빈이니, 한명회니 하는 사람들이 그 시대에 딱 이 꼴이었을 거라고 나는 믿는다. 이미 끝난 일이다. 저들은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것이고, 분노한 군중은 기록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이 시대를 살고 있어서 분노하고, 부끄럽고 그래 봐야... 아무 의미 없다. 나는 그저 먼지처럼 존재했다가 어느 날 사라지는 그런 존재니까.
이 사회를 이 지경으로 만든 박근혜도 있지만, 나는 박근혜를 만든 사회가 더 궁금하다. 예전부터 '정말' 궁금하던 것 중의 하나가 불쌍하니까, 대통령 시켜줘야지'라는 말이다. 뼈를 깎는 자기반성을 통해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받아들이려고 해도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말이다. 대통령이 되기 위한 조건이 '불쌍'한 건가? 아무나 대통령이 돼도 괜찮다는 건가?
최근에 어느 시위(미국의 한인들인가?)에서 '대통령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라는 비슷한 글귀를 봤는데, 그것도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대통령이 없으면 나라가 망한다고? 이것도 나 같은 사람은 이해가 안 되는데... 더 이상한 건 그래서 결국 대통령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드러났는데도....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아직 불쌍한 사람을 찾지 못했나?) 이 사회가 어떻게 박근혜를 만들어 냈는지... 난 그게 알고 싶고, 그 이유를 나름대로 찾아본다.
'나는 언제나 옳다'라는 자세... 사람들 개개인에게 '당신이 그렇습니다'라고 하면 열이면 열 '나는 아니다'라고 부정할 것이다. 그게 나는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라서 그런 게 아니라, 그런 건 부정하는 게 옳은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만큼 사람들은 올바른 것에 대한 잘못된 미신을 갖고 있는데, 문제는 여기에 '지면 안된다'라는 태도가 결합되어... 결국은 불통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결국에는 좋은 얘기만 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흠잡는 것이라 생각하면 대부분 발끈하고 거기서 대화는 끝이 난다. 사람이 원래 그런 거 아니냐고? 아니다. 적어도 10년 전쯤에는 이러지 않았다. '부장님은 혼자만 된다고 생각하세요'라고 이야기해도, '너는 성격이 급해, 좀 생각 좀 하고 움직여'라고 말해도 당장은 서로 언성을 높일지언정 결국에는 자신을 돌아보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대방 면전에서 그렇게 얘기해봤자, 쌍욕만 돌아오기 일수다. 결국 앞에서 웃고, 뒤에서는 헐뜯는... 그런 관계가 만연이 돼버렸다. 내게 필요한 사람은 누군가를 같이 헐뜯을 수 있는 사람이고, 그런 사람이 좋은 사람이다. 그뿐이다.
당연하다. 무조건 이겨야 하고, 살아남아야 하는 사회니까... 개인은 거기에 맞게 적응해야 하니까. 최근에 스타트업에 대해서 다방면으로 보고 느끼고 있는데, 문득 이 나라는 왜 창업을 하라고 강요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창업 역시 승자 독식의 경쟁일 뿐인데... 그렇게 이 사회는 끊임없이 경쟁을 시키고, 승자를 미화시킨다. 당연히 개인은 이겨야 한다. 이겨야 옳은 것이고, 이겨야 아름다운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가 없는 사회인 것도 문제다. 오직 먹고, 마시고 섹스하는 것만이 중요한 시대. 이는 역으로 사람들에게 충분히 먹고 마시고 섹스할 기회만 제공하면 그게 가장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한다. 우리 사회만 그런 게 아니다. 이미 80년 전에 올더스 헉슬리가 예견한 것처럼... 강제로 통제하지 않아도 본성에 따른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만 하면 대다수는 더 이상의 욕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국가 정책의 지향점은 이미 간단하다. 모두에게 집을, 모두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면 된다. 그리고는 공부가 아니라 놀라고 하면 된다.
오늘이어서 박근혜 때문에 이런 말들을 풀어놓는 것이 아니다. 이미 1년 전에도 똑같은 생각과 똑같은 메모를 남겼다. 그래서 이 생지옥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건만, 하나의 지옥에서 빠져나와도 결국 다른 지옥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젠 피할 곳도 없다.
마음이 고르지 못하니... 매번 똥 같은 글들만 싸댄다. 그걸 또 안고 있자니.... 다음으로 나아가는 것도 안되고... 여러모로 회색 인간도 피곤하다. 박근혜 때문이다.
Tears of Rage (by The Band): 5분 30초
작사/작곡: Bob Dylan, Richard Manuel
1968년 1월 1일 발매
The Band의 데뷔 앨범인 "Music from big pink"의 첫 번째 트랙. 후에 1975년 밥 딜런이 The Band와 공동으로 발표한 "The Basement Tape"에도 수록되었다. 다만 보컬은 서로 다르다.
The Band의 곡에서는 Manuel이 리드보컬을 맡았는데, 자타공인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고 평가된다.
개인적으로 쥐어짜는 스타일의 노래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 곡이 그런 스타일이다. 처음 들으면서는 '외국인도 이렇게 노래할 줄 아는구나'라고 놀랠 정도였다. 그야말로 절절하다.
The Band는 캐나다와 미국인으로 구성된 록밴드로 밥 딜런의 백밴드로 유명하다. 예를 들자면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같은? 하지만 그 경우보다 훨씬 더 독립적인 밴드다. 밥 딜런 외에도 60년대 다른 유명 가수들의 세션(공동작업?)을 맡았다.
예전에는 더 버즈(The Byrds)와 더 밴드(The Band) 그리고 크로스비, 스틸즈, 내쉬 & 영(Crosby, Stills, Nash & Young)과 많이 헷갈렸었다. 예를 들면, 'Turn, Turn, Turn'을 더 밴드의 곡으로 '라스트 왈츠(The Last Waltz)'앨범을 크로스비, 스틸즈, 내쉬 & 영의 앨범으로 기억하는 식이었다.
1978년에 발매된 "The Last Waltz"가 유명한데,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앨범 자체는 사운드트랙으로 분리되기도 한다. 영화 혹은 사운드트랙은 1976년 Thanksgiving Day에 열린 고별 콘서트 실황을 녹음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라이브 명반을 꼽을 때 열 손가락 안에 꼽는 앨범이다.
매년 가을 대명리조트에서 열리는 '폴 인 어쿠스틱 페스티벌'의 포스터 이미지가 이 앨범 쟈켓 이미지와 비슷하다. 몇 년 전에 홍보 관련 업무로 처음 이미지를 보았을 때, 왠지 익숙한 기분이 들었는데... 이 앨범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