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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May 14. 2017

Tuesday's gone with the wind

'팩트'로 진실을 가리지 않기를....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라는 책이 있다. 독일 변호사의 책인데, 꽤 오래전에 읽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 머리 속에 각인되어 있는데, 첫 번째 이야기를 읽고 나서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40년 결혼 생활 끝에 도끼로 아내를 살해한 의사의 이야긴데, '잔혹하게 아름다운 동화'를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충격적이었다... -.-;)


'Lie to me'라는 미국 드라마가 있다. 2009년에서 2011년까지 3 시즌 동안 방영되었는데, (일찍 끝난 거 보니 인기가 많이 없었나 보다) 얼굴 표정이나 무의식적인 행동을 통해 거짓말 여부를 판별하는 전문가의 이야기다. 추리, 미스터리, 크라임 등의 장르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끌만한 이야기이고, 나도 좋아했었던 드라마다. 이 드라마의 어느 에피소드에서 나온 대사가 'Never let facts get in the way of truth'라는 말인데,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내 머리 속에 메모해 두었다.


며칠 전에는 아는 분과 언론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팩트 체크'에 대해서 말이 나왔다.

"나는 팩트 체크가 이렇게 중요하게 취급되는 게 마음에 안 들어요."

"그건 아니죠. 그럼 팩트 체크가 필요 없다는 말인가요?"

"아니,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 팩트 체크라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거잖아요."

"아, 그쵸, 그쵸. 출발점에 있어야 하는 것인데, 이를 결승점에 둔다는 말이죠?"

"네, 진실은 사실 너머에 있으니까... 사실에 집착하면 진실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나의 의견을 '팩트 체크'해 보자. 국어사전에서는 진실은 '거짓이 없는 사실'로 정의되어 있다. 그러니까 사실 여부를 판정하는 것이 진실을 밝힌다는 것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진실에 대해서 폭넓게 해석하고 있다고 하는 편이 맞다. 내가 지금까지 생각하는 '진실'이란 오히려 '의견'에 더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결론은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팩트를 강조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를 잘못된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심증은 해소되지 않으니까. 왜일까 생각하다가 문제는 사실을 지나치게 단편적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가설을 세워본다. 40년 결혼 생활 후에 아내를 도끼로 살해한 것은 팩트다. 그리고 진실이다. 그런데 그 사실에 연관된 사실은 단지 그것 하나만이 아니다.(최근에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단지 그 사실 하나만으로 평가하고 판단하기에는 부족하다. '했느냐 안 했느냐'가 출발점이라면 '왜 했느냐' 혹은 '어떻게 하게 되었느냐'까지가 팩트 체크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어려운 문제다.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은 '싸움'이라는 전제 조건을 깔고 있어서 발생하는 문제 일지 모른다. 기본적인 입장에 다를 뿐만 아니라 상대를 이겨야 내가 살 수 있으니까... 사실이라는 것을 무기로 밖에 사용할 수 없는 상황... 이제 그런 시대를 지나갔으면 좋겠다. 팩트가 서로를 이해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길 바랄 뿐이다.

Tuesdays' gone with the wind 

Tuesday's gone (By Lynyrd Skynyrd): 7분 32초

작사/작곡: Ronnie Van Zant, Allen Collins

1973년 발매된 레너드 스키너드(Lynyrd Skynyrd)의 첫 번째 앨범 'Pronounced 'lĕh-'nérd 'skin-'nérd'의 두 번째 수록곡.

사실 웬만한 음악 마니아라도 레너드 스키너드를 듣는다고 할 때는 거의 이 앨범을 듣는다고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Free Bird'는 이들의 시그니처 송으로 여겨진다. 'Tuesday's gone'도 대표적인 곡인데, 'Free Bird'와 비슷해서 자주 헷갈리곤 한다.

'Tuesday's Gone'은 후에 대학가에서 파티에서 술이 떨어졌는 때 쓰는 관용구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지나간 과거를 의미하는 수사인데, 우리나라에서 '서른, 잔치는 끝났다'와 비슷한 경우다. 밴드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본격적인 프로 뮤지션의 세계로 접어드는 이야기라는 설이 있다.

예전에 가깝게 지내던 미국인 친구가 있었다. 한 번은 압구정의 라이브 카페에 함께 갔는데, 한창 이야기를 하다가 레너드 스키너드의 이야기가 나오자 그분이 무척이나 즐겁게 고등학생 시절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재미있고, 반갑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신기했다. 서로 다른 곳에서 살아왔음에도 비슷한 삶의 궤적을 갖고 있다는 점이....

레너드 스키너드는 음악도 음악이지만, 대형 사고를 이야기할 때도 빠지지 않는 비극적인 역사를 갖고 있다. '1977 Convair CV-300 crash'로 불리는 사고인데, 이 사고를 통해서 리드 보컬인 로니 밴 잰트(Ronnie Van Zant)를 잃고 밴드가 와해되는 불운을 겪었지만, 후에 재결성해서 지금까지도 활동하고 있다.

서던 록(Southern Rock)의 간판 밴드 중의 하나지만, 개인적으로는 장르로서의 서던 록에는 회의적인 편이다. 그냥 미국 남부 출신의 록 뮤지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의심할 뿐이다. 블루스 록이라던가, 컨트리 록, 루츠 록 등등... 들어 보면 다 비슷비슷하다. 그냥 마케팅의 한 방편 아닐까?(마케팅의 대표적인 전략 중의 하나다. 기존의 카테고리에 들어가서 경쟁하지 말고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라')

처음에 이들의 스펠링을 보고 이거 어떻게 읽어야 해?라고 생각했는데, 친절하게도 데뷔 앨범에 이를 밝혀 주었다. 이게 좋은 것이 세계 어디를 가도 똑같은 발음을 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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