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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Jul 13. 2017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On the edge of nobody's empire

어쩌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쉽게 말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라'라고. 부모로서 자식에게,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새로운 세대에게. 그런데 그게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말일까? 때때로 선의가 아니라 또 하나의 강요로 느껴질 만큼 지속적으로 강조해도 괜찮을 것일까?


(적어도) 사회라는 틀 안에서 사람의 '일'은 본질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이다. 제품의 경우 그 제품을 다른 사람들이 원해야 하는 것이고,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사업뿐만 아니라, 취업을 하는 경우도 결국은 누군가를 위해 일하는 것이다. 일을 하는 개인의 목적은 서로 다를 수 있지만, 일 자체의 궁극적인 목적은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어쩌면 굳이 '사회'라는 제한을 둘 필요도 없다.


우리들 대부분은 다른 누군가를 위해 일을 한다. '내가 니 따까리냐?'라던가, '이런 것까지 해줘야 돼?'라고 불평한 이유도 없고,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다. 어찌 보면 서글픈 삶의 단면일 수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굳이 '봉사'라고 이름 붙이지 않아도, 우리의 삶은 누군가를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나를 위해 살아야 한다거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일종의) 강요는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자녀들에게 쉽게 '너 하고 싶은 일을 해'라고 하는 것보다 더 필요한 건, 그들이 살아야 할 삶의 모습과 해야 할 일의 모습을 이야기해 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 하고 싶은 일이 다른 누군가를 위한 것이어야 함을 알려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하고 싶은 대로 살아온 나의 모습이 지금 어떤가를 보면 위에서 얘기한 것이 결코 한 망상가의 이상적인 이야기일 뿐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남을 위해 산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난 후에 하고 싶은 일을 찾는 일이다.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전해 주어야 할 가치는 그런 것들이어야 한다. 


Girls in Peacetime Want to Dance Album Cover (Belle and Sebastian, 2015)

Nobody's Empire (by Belle & Sebastian): 5분 8초

작사/작곡: Belle & Sebastian

2015년 발매된 밴드의 아홉 번째 스튜디오 앨범 'Girls in Peacetime Want to Dance'앨범의 첫 번째 트랙. 같은 앨범의 4장짜리 LP Vinyl Box Set에는 10 번째 트랙.

벨 앤 세바스찬(Belle & Sebastian)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출신의 인디밴드(?)다. (사실 인디 밴드라고 하기에는 이미 큰 회사와 계약을 맺고 글로벌하게 활동하는 밴드라....) 나는 이 밴드가 챔버 록(Chamber Rock) 장르에 가장 걸맞은 밴드라고 생각한다.

1996년에 'Tigermilk' 앨범으로 데뷔했고, 같은 해 8월에 'If you felling sinister' 앨범을 발표하는데, 이게 평단에서는 대박 났다. 90년대 최고의 앨범으로 꼽힐 뿐만 아니라, '죽기 전에 들어야 할 앨범'으로도 꼽히는 앨범이다. 나 같은 경우는 죽을 때까지 들어야 할 앨범 중의 하나로 꼽는다. 특히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난 후에 듣는 이 앨범은 위안 그 자체다.

여담으로 'Tigermilk'의 경우 천 장 한정으로 vinyl(LP판)을 찍었는데, 이게 지금은 장당 40만 원 정도 한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밴드의 이름은 프랑스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TV 드라마에서 따왔는데, 다 같은 제목이라서... 아마도 원작 소설은 읽지 않고 TV에서 보고 밴드 이름으로 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 같다. 밴드 자체가 '실패한 자본주의의 부산물'이라고 생각해서 이 이름을 지었다고 하는데... 뭐랄까 이를 셀프 디스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약간 갈등하게 된다.

이들의 걸작을 놔두고 왜 이 곡을 골랐냐 하면... 얘기가 길다. 우선은 지금까지의 송북 리스트가 대체로 우울하지 않나 싶어서 좀 더 밝은 분위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벨앤 세바스챤으로 하는 것은 일찍 결정했지만, 이들의 음악을 듣다 보면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게다가 Lo-Fi 스타일의 사운드라 가끔 기분 안 좋을 때 들으면 짜증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뭔가 더 깔끔하고 현대적(?)인 감각의 곡이 좋을 것 같아서 (나름) 최신의 곡으로 골랐다. 2015년에 발매된 이 음반과 곡은 일종의 재기라고 해도 될 만큼 이들의 예전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일렉트릭과 댄스를 포용하려 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훨씬 받아들이기 쉬울 것이다.

이 곡은 팀의 리더인 스튜어트 머독(Stuart Murdoch)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하는데, 본인의 설명에 의하면 결국 자신이 만든 곡은 어떻게든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다른 곡들은 상대적으로 덜 직접적일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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