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edge of nobody's empire
어쩌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쉽게 말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라'라고. 부모로서 자식에게,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새로운 세대에게. 그런데 그게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말일까? 때때로 선의가 아니라 또 하나의 강요로 느껴질 만큼 지속적으로 강조해도 괜찮을 것일까?
(적어도) 사회라는 틀 안에서 사람의 '일'은 본질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이다. 제품의 경우 그 제품을 다른 사람들이 원해야 하는 것이고,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사업뿐만 아니라, 취업을 하는 경우도 결국은 누군가를 위해 일하는 것이다. 일을 하는 개인의 목적은 서로 다를 수 있지만, 일 자체의 궁극적인 목적은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어쩌면 굳이 '사회'라는 제한을 둘 필요도 없다.
우리들 대부분은 다른 누군가를 위해 일을 한다. '내가 니 따까리냐?'라던가, '이런 것까지 해줘야 돼?'라고 불평한 이유도 없고,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다. 어찌 보면 서글픈 삶의 단면일 수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굳이 '봉사'라고 이름 붙이지 않아도, 우리의 삶은 누군가를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나를 위해 살아야 한다거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일종의) 강요는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자녀들에게 쉽게 '너 하고 싶은 일을 해'라고 하는 것보다 더 필요한 건, 그들이 살아야 할 삶의 모습과 해야 할 일의 모습을 이야기해 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 하고 싶은 일이 다른 누군가를 위한 것이어야 함을 알려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하고 싶은 대로 살아온 나의 모습이 지금 어떤가를 보면 위에서 얘기한 것이 결코 한 망상가의 이상적인 이야기일 뿐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남을 위해 산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난 후에 하고 싶은 일을 찾는 일이다.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전해 주어야 할 가치는 그런 것들이어야 한다.
Nobody's Empire (by Belle & Sebastian): 5분 8초
작사/작곡: Belle & Sebastian
2015년 발매된 밴드의 아홉 번째 스튜디오 앨범 'Girls in Peacetime Want to Dance'앨범의 첫 번째 트랙. 같은 앨범의 4장짜리 LP Vinyl Box Set에는 10 번째 트랙.
벨 앤 세바스찬(Belle & Sebastian)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출신의 인디밴드(?)다. (사실 인디 밴드라고 하기에는 이미 큰 회사와 계약을 맺고 글로벌하게 활동하는 밴드라....) 나는 이 밴드가 챔버 록(Chamber Rock) 장르에 가장 걸맞은 밴드라고 생각한다.
1996년에 'Tigermilk' 앨범으로 데뷔했고, 같은 해 8월에 'If you felling sinister' 앨범을 발표하는데, 이게 평단에서는 대박 났다. 90년대 최고의 앨범으로 꼽힐 뿐만 아니라, '죽기 전에 들어야 할 앨범'으로도 꼽히는 앨범이다. 나 같은 경우는 죽을 때까지 들어야 할 앨범 중의 하나로 꼽는다. 특히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난 후에 듣는 이 앨범은 위안 그 자체다.
여담으로 'Tigermilk'의 경우 천 장 한정으로 vinyl(LP판)을 찍었는데, 이게 지금은 장당 40만 원 정도 한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밴드의 이름은 프랑스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TV 드라마에서 따왔는데, 다 같은 제목이라서... 아마도 원작 소설은 읽지 않고 TV에서 보고 밴드 이름으로 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 같다. 밴드 자체가 '실패한 자본주의의 부산물'이라고 생각해서 이 이름을 지었다고 하는데... 뭐랄까 이를 셀프 디스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약간 갈등하게 된다.
이들의 걸작을 놔두고 왜 이 곡을 골랐냐 하면... 얘기가 길다. 우선은 지금까지의 송북 리스트가 대체로 우울하지 않나 싶어서 좀 더 밝은 분위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벨앤 세바스챤으로 하는 것은 일찍 결정했지만, 이들의 음악을 듣다 보면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게다가 Lo-Fi 스타일의 사운드라 가끔 기분 안 좋을 때 들으면 짜증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뭔가 더 깔끔하고 현대적(?)인 감각의 곡이 좋을 것 같아서 (나름) 최신의 곡으로 골랐다. 2015년에 발매된 이 음반과 곡은 일종의 재기라고 해도 될 만큼 이들의 예전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일렉트릭과 댄스를 포용하려 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훨씬 받아들이기 쉬울 것이다.
이 곡은 팀의 리더인 스튜어트 머독(Stuart Murdoch)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하는데, 본인의 설명에 의하면 결국 자신이 만든 곡은 어떻게든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다른 곡들은 상대적으로 덜 직접적일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