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ke Oct 18. 2016

The ballad of Lucy Jordan

우리가 행복이라 말하는 것들

우리는 대부분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면서도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잘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가장 먼저 이 책의 서두를 읽으면서 '아차!'하는 깨달음이  있었다.


무엇을 행복이라 부를 수 있을까? 발톱에 찔려 발가락에 피가 나도록 걸으면서도 머리 밑으로 바람 한 줄기 스쳐 지나갈 때, 행복하다 싶었다. 밤 기차를 타고 가다 바라본 언덕 배기의 불빛이 너무 아름다워서 다시 한번 희망을 찾아보자고 생각했을 때, 까무러치듯 잠들었다 깨어나 흐릿한 아침 바다를 바라볼 때도, 비를 피해 어르신 혼자 지키고 있는 구멍가게에서 끼니를 때우며 이런저런 실없는 이야기를 하는 순간들도 행복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 버린 소품을 주워 어딘가 허전한 방 한켠에 놓아 보니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릴 때, 10년을 처박아 두었던 옷을 다시 꺼내 입었을 때, 누군가 내가 있어 고맙다고 이야기를 해 줄 때, 또 몰랐던 일을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해낼 때... 적어도 나에게 행복한 '순간'들은 아직도 많다.


내가 기억하는 올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지난 5월의 어느 토요일 오후다.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날, 옥상의 테이블에 앉아서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던 순간이었다.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하는 두려움마저 느꼈던 순간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휴일이면 옥상에 앉아서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다. 하지만 그때와 같은 순간은 좀처럼 다시 오지 않는다.


나의 경우지만, 대체로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우리가 행복하다고 말하는 건 대부분 '순간'이다. 행복한 사람, 행복한 인생이라고 할 때는 단지 그런 순간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랬다. 수많은 단편적인 생각으로 행복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을 종합해서 평가해야 한다면 행복은 '누군가'에 의해서 '채점되는'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이 책은 아직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라기보다는 행복이라는 틀 안에서 우리의 생활을 다시 생각해 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좋은 책임에는 분명 하지만, 모든 사람이 학술적인 사고의 틀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이 책에 어울리는 곡을 찾아보려고 했다. 너무나 식상하게도 'happy'라는 단어와 연관된 곡을 생각해 보기도 하고, 가사보다는 소리의 느낌에 집중해 보기도 했다. 그래도 무언가 잘 어울리는 곡이 없었는데, 그건 이 책이 가진 묘한 분위기하고도 연관되어 있다. 문학이 아니기도 하고, 밝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심하게 어두운 것도 아니고... 그러다 문득 떠오른 곡이 'The ballad of Lucy Jordan'이다.


이 곡은 Lucy Jordan이라는 '주부'의 이야기다. 곡에 대한 해석은 분분한데, 자살 이야기라는 의견도 있고, 마지막에 구원을 얻는 이야기라는 이야기도 했다. 마리안느 페이스풀의 경우는 인터뷰를 통해 후자로 해석을 했다고 밝힌 바(위키피디아 참조) 있다. 하나의 잘 정돈된 이야기다. 그리고 듣는 사람에 따라 이 이야기는 비극이 될 수도 있고, 비록 드물지도 모르지만 해피 엔딩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나는 이 책에 어울리는 곡으로 이 곡을 골랐고, '델마와 루이스'에 이 노래가 100% 어울리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이 책과 '델마와 루이스'가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늘 어딘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결국 '행복'을 찾고 싶어서가 아닌가 싶다. 때론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고 하더라도.... 


만약 우리가 천국에 산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 (Storeulvssyndromet : jakten pa lykken i overflodssamfunnet)

토마스 휠란 에릭센(Thomas Hylland Eriksen) 지음, 손화수 옮김

2015년 1월 19일 번역본 출간, 책읽는수요일

어찌어찌 원서 제목은 찾았지만, 위키피디아에서도 본 제목의 저서는 등록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본 서는 영어로 출간된 적이 없다고 추측된다. ㅠㅠ 노르웨이어라 여러 과정을 거쳐 확인했는데, 일단 원제목을 정리해 보자면 "Storeulv신드롬, 풍요로운 시대의 행복 사냥" 정도 될 것 같다. 다양한 검색 결과에 기초한 나만의 가설은 Storeulv는 '아기 돼지 삼 형제'에 등장하는 늑대의 이름(물론 노르웨이어로)이라는 결론이다. 책에도 등장하는 "빅 배드 울프 패러독스"를 말하는 것인데, 이것을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실리 심포니'라고 이 영화 또한 역사에 기록되는 작품이다.)에 등장하는 캐릭터 이름으로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문 영화 설명에도 늑대는 'Big Bad Wolf'로 기록된 것 밖에 없다.

2015년 우수 도서로 여러 기관 및 단체 그리고 개인들에 의해 많이 추천된 책이다. 물론 나도 추천하는 바이다. 작년에 구입해 놓고 못 읽고 있다가, 지난 5월에 읽었는데.... 내가 지난 3월에 여행(?)을 하면서 했던 생각과 너무 닮아 있어서 매우 놀랐었다.

애초에 구입한 계기는 제목 때문이었는데, 예전부터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하던 이야기와 비슷해서였다. 주로 힘들어하던 사람들에게 해주던 얘긴데, '행복이란 희로애락이 모두 있어야 하는 것이지. 기쁜 일만 존재한다면 결국 그게 기쁜 건지 모르게 될 테니까. 우리가 만약 천국(대체로 생각하는)에 산다면 너무 재미없을 거야' 정도였다.


Broken English (1979, Marianne Faithfull)

The ballad of Lucy Jordan (by Marianne Faithfull): 4분 09초

작사/작곡: Shel Silverstein

1979년 발매된 일곱 번째 스튜디오 앨범 'Broken English'의 5번째 수록곡

약물, 홈리스, 정신질환 등의 시절을 지나 그녀의 컴백을 알리는 앨범임과 동시에 그녀의 최고 앨범으로 꼽힌다.

이 곡의 오리지널 리코딩은 Dr. Hook & the Medicine Show라는 미국 록밴드가 1974년에 싱글로 발매한 바 있다. Jordan이 Jordon으로 표기되었다.

마리안느 페이스풀 이후에도 Belinda Carlisle이 1996년에, 2005년에는 Bobby Bare라는 가수가 이 곡을 부른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유튜브에서 다 찾아들었는데... 애초에 곡이 좋다. 이 곡의 주인은 마리안느 페이스풀이 아니라 Shel Silverstein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우리는 영화 '델마와 루이스(Thelma & Louise)' 삽입곡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영화 외에도 Montenegro(1981, 스웨덴)와 Tarnation(2004년, 미국)이란 영화에도 삽입되었다.

애초에 영화를 통해 유명해진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마리안느 페이스풀 최고의 히트곡이었다. (다만 나만 모르고 있었을 뿐)

이 글을 정리하면서 Dr. Hook(1975년부터 밴드 이름이 간결해졌다고 한다.)의 오리지널 리코딩을 찾아보았다. 지금까지 마리안느 페이스풀의 목소리로만 기억하던 이 곡을 남자의 목소리로 들어 보니 새로웠다. 결론은 나쁘지 않았다. 리코딩 상태가 좀 안 좋긴 하지만 곡 자체는 역시... 명곡이다.

https://youtu.be/WpL3aVx37wI

The ballad of Lucy Jordon (by Dr. Hook & The Medicine Show)


매거진의 이전글 What a wonderful worl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