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u's Novel C-1
곰이 한 마리 있었어요.
어느 밤, 곰은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봅니다.
동그랗고, 환하게 빛나던 보름달.
밤하늘을 비추고 있는 그 달빛에
넋을 놓은 채 올려다보기만 했어요.
신비롭기도 하고, 눈부시게 하얗던 달.
곰은 매일 밤 하늘을 올려다보며
오늘은 어떤 달이 떴을까
매일 달이 변하는 모습을 지켜봤어요.
그때마다 달은 환하게 웃으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곰에게
밝은 빛을 비추어주었답니다.
먹구름이 끼었어요.
어제까지만 해도 보였던 달이
오늘은 보이지 않네요.
곰은 몹시 슬펐어요.
어느 날, 구름이 모두 걷히고
달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잠깐, 그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달은 유난히 더 빛났고
곰은 다시 달을 만나 기뻤어요.
이전처럼 자주 만나진 못하지만
고된 하루 끝에 잠깐씩 보이던 달은
곰에게 살아가는 힘이 되어줬습니다.
달이 흐려지던 날,
멀리서 들려오던 총소리.
"저기다!"
사냥꾼들이 몰려왔고, 곰은 금방 잡혔어요.
곰은 어두컴컴한 우리 안에 갇혔어요.
천장이 막힌 탓에, 이제는 달이 보이지 않네요.
곰은 무기력해졌어요.
이제는 달을 볼 수 없다니.
하루종일 자고, 누워있기만 하네요.
곰은 결심을 했어요.
사냥꾼들 몰래 우리를 빠져나가기로.
그리고 오늘 밤, 곰은 탈출을 시작합니다.
따가운 가시를 헤치고
뾰족한 울타리를 넘어다니느라
손발이 찢겨 피투성이가 되었지만요.
그물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날카로운 창살이 몸을 꿰뚫어도
계속, 계속 걸어갔습니다.
마침내 우리를 빠져나왔어요.
손발은 깊게 패여있고
온몸은 피로 얼룩이 진 채로.
넘어진 탓에 앞니가 부러져있고
한쪽 다리를 절룩거리던 때,
곰은 다시 달을 만납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먹구름이 끼지도 않았는데
달이 예전처럼 환하지 않네요.
밝은 달은 어디갔니,
나와 노닐던 그 환한 달은 어디갔니,
소리쳐도 달에게는 들리지 않아요.
달은 점점 빛을 잃어가고
크기마저 작아지던 그 때,
사냥꾼들이 곰을 찾았습니다.
곰은 더 작은 우리에 갇혔고,
사냥꾼들의 매질을 당했어요.
신기하게도 전혀 아프지 않았답니다.
아픈 걸 느끼지 못했던 걸까요.
마음 한 구석의 공허함에
저항할 생각도 못 하네요.
사냥꾼들이 가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고
형체가 일그러진 곰.
곰은 창문 너머로 달을 찾아봅니다.
그렇지만 이미 늦었어요.
이제 다시는 달을 볼 수 없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