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래오래, 늘

소식지 구르다 2025, 대서 편

by 구르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쓰는 편지, 아흔 번째 장







육신은 쓸 만큼 쓰고 나면 벗어버리게 되는데

무슨 일 하는 데 썼는지 되짚어 봅니다.


밥, 옷, 집에 얽매어서

참 마음 제대로 못 챙겨보고 저무는 이 육신은

정녕 헛살아서 무겁게 짊어진 슬픔일까요.


좋은 소질 타고났어도 하기 싫어하는 게으름보다

소질 없지만, 하고 싶어 하는 부지런한 사람 되려고

애쓰고 애쓴 것, 이 또한 어리석음일까요.


‘오래오래, 늘’이라는 말을 줄이면 ‘오늘’이 되고

오늘이 곧 영원이 되는,


오늘 하루 참지게 부지런하면

영원을 사는 것이 된다는,


믿음의 길 위에서

마시는 차가 이르는 말,


괜찮다.

그 마음이면

다 괜찮다.







2025년 7월22일,

정 동 주







당신을 보듬다, 소식지 구르다, rollingtea.net








Wilhelmina Barns-Graham, Linear Development Blue, 1978

http://app.barns-grahamtrust.org.uk.surface3.vm.bytemark.co.uk/Sea-waves-and-currents?item=66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음미하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