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구르다 2025, 처서 편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쓰는 편지, 아흔한 번째 장
살갗이 타드는 폭염의 날들, 난생처음이라느니 기후 관측 사상 몇 번째라느니
시원한 물을 자주 마시고, 그늘에서 쉬라느니, 편한 소리 하고 나자빠졌네.
먼 먼 아프리카 어느 외진 마을, 마실 물이 없어 십 초마다 어린이 한 명씩 죽어난다는데,
이 가련한 것들 맑은 물 마실 수 있도록 한 달에 만 원씩만 도와달라는데.
왜 거기 살아?, 나무아미타불.
올해 여든일곱 살 버드골댁 평생을 논밭에 붙박여 산 버드골댁
올 참깨 잘 됐다며, 목돈 쥐겠다며, 뙤약볕 마다하고 참깨 찌다가 볕에 타 죽었는데,
장례식장 에어컨 바람은 춥더란다.
어쩌다가 우리 이런 날들을 맞게 되었을까?
절기도 이제는 늙고 문드러져서 아무 신통력도 없어졌나 보네요?
그래도 그 처서인데,
새벽 저녁 바람 한 끝자락에
눈물 나게 그립던 소식 묻어올랑가, 나무아미타불.
2025년 8월23일,
정 동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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